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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wrts Feb 05. 2021

시간의 빛

나와 화목하려고 매주 화, 목에 쓰는 시 - 18



마주오는 시간들은

주로 덤벼든다

형편없는 식사처럼 주어지는

어제와 오늘과 내일


성실하게 살아 놓고도

조바심 낸 죄뿐인 우리에게

일거리 걱정거리는

많이도 눌러 담고


행운이나 대박은

달콤한 찬거리로

 내어주지도 않으면서

어김없이 거칠게 날아드는

숙제와 숙제들


우걱우걱 삼키며

우리는 서른이 되고

 서른 다섯이 되었다


돌아보는 시간은

언제 그랬냐는 듯

곱고 보드랍네

태연하게도 말이야


수고스러웠지만

끝내 이유가 있었고

틀렸지만

어쩌다 정답을 찍은 것보다

훨씬 많이 배웠고


넘어졌지만

가까스로 선 모양보다

 폼이 났고

다 잃었지만

실은 더 가진 날들


앞에서 덤벼들 땐

헤아릴 틈이 없었는데

이제와 돌아보니

그래 너는

푸르고 어린 빛이었구나

예쁘기도 해라


멀어져야 보이는

시간의 빛

오늘이 어제가 되고

마침내 옛 일이 되면

바로 저 고운 모습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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