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찾아온 감정의 파도
산모교실도 가보고, 운동도 해보았지만 마음속 불안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우울한 감정이 며칠째 이어지고, 앞으로의 삶은 어떻게 흘러갈까 하는 생각은 스스로도 통제할 수 없을 만큼 자주 떠올랐다.
없어진 줄 알았던 눈물도 어느 날 문득 흘러내렸다.
정말 슬퍼서일까.
아니면 호르몬 때문일까.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고 무기력해진 날들이 이어지면서, 나는 계속해서 나에게 묻곤 했다.
“나는 지금 어떤 사람인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할수록 스스로를 깎아내리게 됐다.
아무것도 잘하는 게 없는, 그저 그런 사람이라는 생각이 마음 한편에 자리 잡았다.
남편 월급만으로 살아가는 현실은 빠듯했고, 배가 점점 불러오는 지금 일을 다시 찾는 것도 어려웠다.
모든 것이 절망적으로 보였다.
주변에서는
“임신한 것만으로도 대단하다”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는 게 축복이다”라고 말해줬다.
그 말들이 틀린 건 아니었다.
하지만 현실 앞에서 내가 짊어져야 하는 무게는 누구도 대신 들어줄 수 없었다.
생각이 많으면 잠이 오지 않았고, 늦게 잠들면 반드시 늦게 일어나게 되었다.
하루의 균형이 무너지자 우울한 감정은 더 거세게 밀려왔다.
약을 먹을 수도 없고, 예전처럼 술 한 잔으로 마음을 달랠 수도 없는 지금.
결국, 스스로 나를 구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심리학 책을 빌려 읽고, 유튜브에서 좋은 강의를 찾아들었다.
가까운 곳에 사는 친정엄마에게 자주 찾아가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거의 매일 산책을 하며 마음의 방향을 느긋하게 다시 잡아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남편이 퇴근해 돌아오기 전, 집을 채우는 그 ‘고요한 시간’을 나는 좀처럼 감당하지 못했다.
그 짧은 고요 속에서 불안은 틈을 놓치지 않고 밀려왔다.
어느 날은 이유도 없이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렀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지만,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마음속에서 부딪혀 올라왔다.
몇 시간을 울고 나서도 마음이 가벼워지는 건 아니었고, 그저 머리만 아팠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내가 가장 힘겨운 순간마다 뱃속의 아기는 조용히, 그리고 분명하게 신호를 보냈다.
툭— 툭.
‘엄마, 저 여기 있어요.’
그 작은 태동이 반갑다가도, 왠지 모르게 미안했다.
“울고 있는 엄마여서 미안해.
내 마음이 너에게 전해질까 봐 미안해.”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목표는 건강하게 출산하는 일이다.
하지만 그 옆에는 여전히 걱정이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
경제적인 문제, 앞으로의 계획, 잃어버린 정체성..
이 모든 것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남편은 “나를 믿고 조금만 기다려달라”라고 말한다.
그 말이 고맙지만, 온전히 기대기엔 아직도 마음이 흔들린다.
그럼에도 나는 바란다.
내 마음을 스스로 다독이며 조금씩 회복할 수 있기를.
아기의 태동처럼, 조용하지만 확실한 변화의 신호가 다시 나에게도 찾아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