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들이 눈 밑까지 가득 차올라 작은 슬픔에도 넘쳐흐른다. 슬픈 노래에 감정이입해서 눈물 흘리는 일이 잘 없던 나는 그 노래의 감정을, 가사를 나에게 대입했다. 드라마와 영화 속 주인공들의 클리셰라고 생각했던 힘든 상황들이 꾸며내고 지어낸 이야기가 아닌 현실이구나, 아니 오히려 현실이 더 힘들구나.라고 기존의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세상의 모든 슬픔들이 마치 내 몸이 자석인 것처럼 내가 조금만 움직여도 잔뜩 달라붙어서 내 한계를 시험하듯 날 괴롭혔다.
슬픔을 담아두면 언젠가 빵 하고 터져버릴 것만 같아서 털어내보려 하고 지워보려 하지만 그럴수록 이 슬픔은 더욱 짙어지기만 한다. 몸속에 가득한 수분이 모두 눈물이 되어 흐른다. 한참을 울고 나면 나에게 수분이 부족해져서 그런 건지 건조한 인간이 되어간다. 이 건조함은 마시는 물로도 해결할 수 없고 바르는 크림으로도 채울 수 없다. 공기 중에 흩날리는 물방울로만 채울 수가 있는데 내 공간 안에는 물이 없다.
물을 쏟아낸 빈자리에는 우울이 들어온다. 어디서부터 흘러온 것인지 모르겠다. 우울이 짙어진 나는 빛을 멀리하기 시작한다. 아무도 깨어있지 않은 어둠이 가득한 새벽에 일어나 또 고민을 하고 괴로워한다. 아무런 답을 얻지 못한 채 그저 눈만 깜빡이다 잠이 든다. 뭔가 해보려고 발버둥 치는 듯 하지만 발이 너무 무거워서 쉽게 움직여지지 않는다. 잠이 늘었다. 깨어있는 순간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참 초라하게 느껴진다.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잘하는 사람이라 생각했었는데 이런 믿음은 반대로 뒤집혀 뭘 해도 안 되는 사람이 되었다.
이 순간들을 잘 넘기고 새로운 나를 다시 마주할 수 있을까. 우울을 밀어내고 행복이 들어올 수 있을까. 슬픔보다 짙은 기쁨이 칠해질 수 있을까. 나는 잘 될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믿어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