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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oceo Aug 27. 2021

두 달 사이에 월세가20만 원이오른 오피스텔

이게 집 없는 사람들의 설움이구나...

나이가 드니깐 나라의 정책이 제 삶의 직접적으로 영향이 생기고 때가 와버렸네요. 송도에서 5년 넘게 사용하고 있는 오피스텔에 대해 브런치 초기에 여러 개 포스팅을 했었습니다.


관련 글

#1. 주거+사무실 용도 송도 신도시 오피스텔 월세 입성기

#2. 송도 공유사무실 상황 보고!

#3. 송도 공유사무실(Share Office) 3호점 오픈

#4. 5년 동안 월세로 사용한 오피스텔에서 새로운 사무실로! 


(퇴사하고 브런치를 운영하면서 인천 송도에 오피스텔을 알아보고 있었고, 그 과정들을 글로 남겨놓았기 때문에 위의 글들 말고도 더 있습니다)


어쨌든 5년 넘는 시간 동안 공유 사무실 형태로 고정비를 줄이면서도 좋은 환경의 작업 공간을 잘 유지해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주인아저씨한테 전화가 왔는데 오피스텔을 팔게 되었는데 이번 연도 계약 기간(2021.09)까지만 사용하고 이사 갈 줄 수 있는지 물어보시더라고요. TV나 신문에나 나오는 악독한 주인아저씨는 아니었고,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상황이었으며, 통보가 아니고 "미안하지만 그렇게 해줄 수 있는지" 문의를 해온 거라서 일단 알아보고 연락을 드리겠다고 했었습니다. 그게 불과 2~3개월 전의 일입니다.

그 연락을 받고 바로 기존 사무실 근처의 다른 사무실을 알아보다가 정말 너무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았습니다! 애초에 그런 곳이 있다는 걸 알았으면 지금 사용하는 사무실을 계약 안 했을 정도였습니다. 지금 사용하는 오피스텔보다 평수는 작지만 그 이상으로 월세도 저렴했고, 주변 환경도 좋았으며, 위치도 지금 사용하는 곳과 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기 상 이상 가능한 날짜가 2~3개월 후였기 때문에 시세만 알아보고 계약은 한 두 달 뒤에 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주인아저씨께도 사무실 옮기겠다고 전달했습니다. 솔직히 5년 동안 같은 사무실을 사용하니 질려서 저조차도 사무실 근처 카페에서 일을 했던 중이었고, 새로 알아본 곳의 월세도 지금보다 훨씬 저렴해서 기분 좋게 이사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사용하는 오피스텔에서 나가기 한 달 전인 8월 초에 다시 부동산에 가보니 공실이 없는 겁니다. 게다가 시세도 월세 기준으로 20만 원이나 올라 있었습니다. 다 떠나서 부동산들조차도 왜 이렇게 매물이 없는지도 모르겠다는 겁니다. 아니 두 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래서 어지간한 부동산 어플들은 다 설치해서 제가 가려고 했던 오피스텔의 공실을 찾아봤지만 정말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공실 0...

아니 왜?! 왜 하필 내가 이사하려고 하는 기간에 갑자기 이렇게 된 거야???

많이 억울한 마음에 알아보니... 송도가 바이오 어쩌고 저쩌고 하는 클러스터? 단지?로 선정이 되어서 입주 업체들의 임직원들이 대거 송도로 몰려서 원룸, 투룸은 물론 평수가 큰 거까지 씨가 말라 버린 겁니다...


허... 나라에서 뭘 하든 신경 안 썼고, 딱히 저도 나라에 뭘 바랐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이건 반칙이지ㅋ 나라의 정책이 제가 거주하고 있는 동네에 영향을 끼쳤고, 그로 인해 그 동네에 있던 제가 완전 직접적으로 영향을 제대로 받아 버린 겁니다. 결국 한 달만 먼저 계약을 했어도 매달 20만 원의 비용을 아낄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계약을 하기는 했습니다. 나간다고 했는데 안 나갈 수는 없으니깐요.


그나마 저는 혼자의 몸이라서 저만 영향을 받아서 다행이지 만약 딸린 식구들이 있었다면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을 겁니다. 지금 사용하고 있던 오피스텔은 어쩌면 운이 좋았던 거일 수도 있습니다. 5년 동안 동일한 월세로 큰 문제없이 잘 사용을 했으니깐요. 그렇지만 어쨌든 제 집은 아니기 때문에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가야 될 수도 있는 상황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아.. 이래서 그 비싼 집을 빚을 내서라도
그렇게들 사는 거구나...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집이라는 거에 큰돈을 묶이고 싶지 않아서 월세로 거주와 작업 공간을 해결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상황이 이렇게 되고 보니 계속 월세를 사용하는 건 언제 터질지 모를 폭탄을 안고 사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시 닥쳐야 알게 되는 것도 있네요...


(또) 그런데...


지금 사용하는 오피스텔을 매입한 새로운 주인 분과 통화를 몇 번 하면서 재미있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새 주인이 세입자인 제가 나가길 원했던 이유는 본인이 그 오피스텔을 직접 사용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저처럼 사무 공간으로 사용하는 게 아니고 아예 공사를 해서 주거 공간으로 사용을 하겠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이것도 결국 제가 지금의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은 것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5년 동안 제가 사용했던 오피스텔은 실제 평수 기준으로 40평이 넘는데 같은 평수의 동일한 지역에서 아파트로 매입을 한다고 하면 대략 8~9억 원의 돈이 필요합니다. 대출을 받는다고 해도 최소 5~6억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제가 사용하고 있던 오피스텔의 매매가는 불과(?) 3억 초중반일 입니다. 제대로 공사를 해도 주변 시세 아파트의 절반가로 같은 동네에 같은 평수의 주거 공간을 마련할 수 있는 거죠. 


아하하... 집 값이 지금처럼 높지만 않았어도 어쩌면 저는 이사하지 않고, 그래서 이사 비용, 부동산 수수료, 더 좁은 평수/하지만 엇비슷한 월세라는 비용이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죠? 일단 예정대로 사무실을 옮기고, 1~2년 뒤에 원래 시세로 같은 단지의 오피스텔로 한 번 더 이사를 할 계획입니다. 이제는 내 공간을 살 수는 없는 세상이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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