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의 시간. 가는 일주일 막지 않고 오는 일주일에는 문을 여는 시간. 일요일을 기념하여 이번에도 나의 '일주일 브런치'를 돌아보려 한다.
1. 월요일
'건강한 돼지'가 되어 잘 먹고 잘 살아가는 '나'와 건강을 보장받지 못하는 '도봉산 멧돼지'들의 사연을 대비해 보았다. 글의 완성도를 떠나서 '돼지'의 의미를 '식용'을 넘어선 '자연'으로 다시 한번 돌아보았다는 데 스스로 의미를 부여해 보려 한다. (이 글의 한 줄: 그들은 친구 사이였을까, 가족 관계였을까. 아니, 그냥 갑자기 만나 어울리게 된 '놀이터 크루'였을까.)
2. 화요일
사라진 권력에 대한 향수를 적어 보았다. '덤'으로 얻은 권력이라면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인데 나는 '도서대출 권한'이 떠나가는 것조차 심히 아쉬워했다. '책 읽기'보다 '책 빌리기'에 더 재미 들렸던 어느 독서인의 아쉬운 소회가 그럭저럭 담겼다. 큰 알맹이가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글을 썼다는 데 의의를 둔다. (이 글의 한 줄: 내 것이었던 게 떠난 게 아니라 원래 내 것이 아니었던 게 제 갈 길을 간 것뿐이다.)
화요일은 '이모사용법'을 연재하는 날. '짜증'이란 것이 돌고 돌아 기어이 이모인 나에게도 그 차례가 돌아왔다. 이 글은 '짜증'을 고백하는 글이자, 가족의 '육아 애환'을 회상해 본 글이다. '육아의 동그라미' 안에서 지지고 볶았던 우리 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와 따뜻한 감사를 전하고 싶다. (이 글의 한 줄: 우리 가족 중에는 어느 한 사람도 죄가 없다. 누구도 죄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육아'라는 동그라미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서로서로 짜증의 화살표를 긋는다.)
3. 수요일
나를 온통 패대기치는 이력서의 항목들과 빈칸으로만 남아야 했던 나의 이력을 소환해 보았다. 이 글에서는 이력서를 쓰며 동생의 사랑을 뒤늦게 깨친 이모가 '조카 사랑'으로 이를 보은하려는 의지를 다진다. (이 글의 한 문장: 종이 한 장일 뿐인데 이력서가 사람을 패고 있다.)
4. 목요일
이번 달 참여하고 있는 글쓰기 모임(경수점 63기)에서의 첫 글. 처음 인증하는 글로 내 정체성을 드러내면 좋을 듯싶어 이 글을 썼다. 청소년 소설 덕후로서 입지를 쌓아 가고 싶어 호기롭게 쓴 글이기도 하다. 그런데 글을 쓰다 문득 드는 의문. 나는 왜 말로만, 글로만 정의로운 척을 하고 실제로 삶에서 그 흔적을 잘 드러내지는 않는 것인가. 다음엔 이런 나의 문제점에 관해서도 글을 써 보려 한다. (이 글의 한 문장: 이 글이 누군가에게 '초콜릿'이 아닌 '카카오 열매'로, '코코아'가 아닌 '위험한 도구, 마체테*1'로 기억되길 바란다.)
5. 금요일
지난주에 미리 써 놓았던 글이라 간편하게 손을 보고 올렸다. 쓸 때는 신나게, 재밌게 썼는데 쓰고 나서 보니, 이 브런치북 연재가, 자꾸만 '그게 그것인 글'이 되어 가는 느낌이 든다. 반성한다. 다음 '비혼 일지(정식 명칭: 비혼을 때리는 말들)'는 어떻게 좀 색다르게 써 볼까나. 쓰고 나서 고민이 많아지던 글이다.
6. 토요일
지난주 글쓰기 계획으로는 이날, 독후감을 쓰기로 했다. 하지만 책을 반납해 버려서 책 사진을 인증할 수 없어 고민하던 차였다. (독후감 노트와 읽은 책을 똭! 예쁘게 인증하고 싶은 '감성'의 마음 때문에..) 그래서 그 대신 정월대보름으로 분주했던 집안 이야기를 쓰면 어떨까, 하며 써 보았다. 글을 쓰면서 어머니의 고단한 노고가 어떻게 우리의 건강을 지켜 왔는지 새삼 깨달았다. (이 글의 한 문장: 하는 건 힘든데 맛있긴 엄청 맛있어!)
앞으로 글쓰기 소재가 조금 막힐 때면 절기를 이용하여 글을 써 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 마음대로 1~3위>
'짜증'의 동그라미 안에서 뒹굴었던 나의 흑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글. 그래서 외려 나 자신에게 와닿았다. 네가 1위다~
많은 분이 공감해 주셨고 무엇보다도 '나 자신'의 공감을 얻었다. 독후감을 쓰려고 이 책을 다시 읽었는데, 책을 읽으며 잊고 지냈던 '카카오 농장의 아이들'을 다시 바라볼 수 있었다. (바라본 곳에서 아이들은 아직도 웃고 있지 못했다.) 글을 쓰며 개인적으로 더 애정하게 된 책이라 이 글을 2위로 선정~
사진발(?)로 밀어붙인 글. 쓰기 손쉬웠고 읽고 나서 저절로 배가 부른 느낌도 들었다. 그래서 3위로 선정해 보았다.
2월 4주 차에는 5개의 글을 계획한 대로 썼다. (장~하다)
자, 그럼, 이번엔 내다보기. 2월 5주 차, 무엇을 써 볼까!
오늘 밤의 추천곡
https://youtu.be/XSrCU3WC39E?si=rJnMztvuf3vJZEU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