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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세아 Jun 04. 2023

90년생의 가장 큰 형벌은 방황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는 방법


 3번째 퇴사를 하고 프리랜서에 도전하고 있을 무렵, 전 직장 동료들과 오랜만에 술자리를 가졌다. 숯불과 고기가 세팅되고 소주를 한잔 기울인다. 그리고 시작된 안부인사와 잘 지내고 있냐, 뭐 하고 있냐 등의 질의응답 시간.

 "난 뭐 하루종일 집에 박혀서 글 쓰고 영상편집 해요."

 내 대답에 다들 신기하다는 반응이다.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대기업으로 이직한 사람들이라 나는 그들과 반대의 외딴길을 가는 특이한 사람이었다. 정해진 길을 가지 않고 홀로 다른 길을 가는 것, 왠지 모르게 외로운 기분이 들었다.

 "대기업 가도 결국 똑같더라고요. 그냥 회사는 회사일뿐..."
 "결국엔 다들 때려치우고 하고 싶은 거 하는 거 아니야?"

 "글쎄요.. 저는 제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 90년생들이 고질적으로 갖고 있는 불안과 방황은 술자리에 자주 등장하는 안주다. 30대에 접어들면서 주변에 퇴사는 더욱 잦아졌다. 부모님 세대는 어릴 때부터 길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었고 결혼출산이 중요과제였지만, 90년생은 과연 평생 뭘 하고 살아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불안이 주요 과제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직업을 찾아 나선 동료,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장사를 하고 싶은 친구, 하고 싶은 게 없는 학교선배,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뭘 할지 모르겠는 동생까지.

다들 출근하고 살아가고는 있지만 속에서는 고민과 불안, 그리고 방황이 한데 뒤엉켜서 들끓고 있다.


이제 정년퇴직할 때까지 먹고살아야 하는데 뭘로 밥벌이를 해야 하는지, 지금의 밥벌이를 과연 50대까지 할 수 있을지. 머리가 터질 것 같은 기분으로 반짝이는 한강물을 바라보며 지하철로 퇴근한다. 그저 아름답기만 한 한강을 바라보고 있자면 그 속에 정답을 얻을 것 같다가도, 금방 지하풍경 속으로 강물은 사라진다.  


사실하고 싶은 것을 찾는 방법은 간단하다.
자신의 생각을 가로막고 있는 현실의 벽을 잠깐 벗어던져두면 된다. 잠시만 현실을 허물고 그 안을 바라보다 보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자연스레 떠오른다.


배우가 꿈이었던 사람은 '내가 연예인 같은 게 현실적으로 어떻게 돼'라며 한쪽으로 꿈을 접어둔 채로 다른 것을 찾으니 하고 싶은 것을 못 찾는 것뿐이다. 한편에서는 계속 그 꿈이 자리 잡고 있으니까. 이걸 찾은 사람은 배우일을 시작할 뿐이고, 몇 년 동안 무명이더라도 다른 직업을 병행하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산다. 반면에 그 과정을 견디기 힘들다고 판단한 사람은, 다른 대안을 찾아 그 방면의 일을 하며 살아나가게 된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알고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는 것과, 아닌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내면에 방황의 소용돌이 속에서 하나의 단단한 심지를 가진 채로 살아가는 것은 생을 더욱 단단하게 한다.

 나는 하고 싶은 것을 비교적 빨리 찾은 케이스였다. 18살 때 그것을 찾았고, 여전히 그 꿈을 좇는 과정 중에 있다. 하지만 내 방황이 끝난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방황은 30대에 접어들면서 더 심해졌고 그 형벌 속에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수많은 선택지와 방향 중에 어떤 길을 가야 할지 매 순간 고민했고, 어차피 내가 선택한 것이 곧 길이기에 그 책임을 오롯이 버텨가며 하루하루 살고 있다.

내가 선택한 길에 책임을 지며 살아가는 삶. 꽤나 버티기 힘들기에 정신을 잃을 뻔한 적이 많다. 90년생이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달고 사는 이유이고,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는 성공한 90년생들이 즐비하게 전시되어 있기에 그들의 고통은 더 심화된다.

내가 방황과 불안의 형벌 속에 살지만 괜찮은 이유는 이것이 성장의 원동력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방황하고 있다는 건 성장하고 있다는 계속된 증명이며, 내 선택의 결과가 성공이 아니더라도 상관없다.


나도 예전에는 학습된 결과주의론자로, 결과가 좋지 못하면 실패라고 생각했다. 무명배우가 뜨지 못하면 무슨 의미가 있냐고 코웃음 쳤고, 내가 도전한 일이 결과가 좋지 못하면 시간낭비라고 조급해했다.


하지만 왜 당연히 결과가 좋아야만 의미가 있고, 가성비 좋은 삶을 살아야 할까? 과정 속에서 얻는 것들이 결국 축적되어 내 생을 이루고, 무언가에 미치도록 시간을 쏟아봤다는 경험 자체가 나의 자신감이 된다.

내가 실패하면 받게 될 남의 시선이 두려워 내 삶을 살지 못하는 것이 더 우스운 일이다.

끊임없이 방황하다 보면 어느새 탁하고 스위치가 켜지며 전구에 불이 들어오는 날이 있다. 모든 고민이 정리되고 한 가지의 답이 켜지는 순간. 그 불빛을 따라서 계속 걸어가다 보면 그게 결국 내 길과 생이 된다.

인생은 어차피 나 자신을 찾기 위한 여정 그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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