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시안 Jul 20. 2021

계절


겨울을 보낸 봄은 봄이 와서 겨울이 떠났다고 생각하지만

겨울은 봄이 와서 떠난 것이 아니다

봄과 여름과 가을의 자리를 내주는 기다림이 습관이 되어서이다


동백꽃 따라온 동박새도 떠나보내는 시간이 필요하다

여름이 와서 봄이 터벅터벅 떠나가도 기다려주어야 한다

떠나는 여름이 힘없이 지쳐있다면 가을은 조금 더딘 걸음이어도 좋다


사람들은 여름 내내 뜨거워진 심장을 식힐 시간이 필요하다

가을은 여름의 호흡이 편해질 때쯤 천천히 불어오면 좋겠다

내어 주었던 자리로 돌아올 때 

겨울은 가을이 흘리고 간 그리움 하나 하얀 눈 속에 품는다


꽁꽁 싸맨 그리움이 툭하고 터지면 목련꽃 수줍게 피어오르고

겨울이 어느 때처럼  자리를 내주고 나면

봄은 만개한 꽃잎을 보며 웃음을 짓는다


저마다의 계절에 사랑을 두고 온 사람들은

하얀 꽃잎과 붉은 낙엽을 책갈피에 꽂는다

뜨거운 여름날 창가에 앉아

책을 펼쳐  계절 속으로 들어간다

그 안에서, 사랑을 만난다



















 


이전 11화 커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