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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나뭐하나 Jan 30. 2023

빌린 책으로 매주 새롭게 꾸미는 책장

아이와 도서관에서 놀기

우리집 거실에는 티비가 없다.

교육 철학 같은 게 있어서는 아니고 그냥 아이 키우는 집에는 종종 거실에 티비를 두지 않고 책장으로 인테리어를 하는 걸 보고 따라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으레 그렇듯 책장은 전집으로 채웠다.


전집 구입 과정도 참 나스러웠다. 아이가 폐렴으로 아동병원에 입원을 했는데 같은 건물에 있는 학습지 영업사원에게 영업을 당했다. 그걸로 채웠다.


원래부터 거실에 티비없이 살기도 했고, 살림을 줄일 생각으로 사지 않기로 했다. 그렇다고 한국에서처럼 책장으로 벽을 채울 수는 없는 노릇.


도서관에 다니기로 했다. 


우리가 사는 곳은 아틀랜타 근교 작은 학교도시인데 우리 동네에 아이들을 위한 작고 깔끔한 도서관이 자리 잡고 있어 자주 다니게 되었다. 


처음에는 소파에 앉아 책을 뒤적뒤적하기만 하던 아이도 도서관 다니는 것에 익숙해지니 그곳에서 퍼즐을 맞추며 놀기도 하고, 도서관 사서들과 책 이야기나 유치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아이들을 위한 소소한 행사가 있으면 참여한다. 미처 몰랐던 행사가 있으면 사서들이 알려주기도 한다. 별 것 아닌 일들도 아이에게는 일상 속 특별한 순간이 된다.


처음에는 이것저것 읽기 쉽고 일러스트가 아이 취향에 맞는 책들로 골라서 빌려왔다. 두어 달 지나고부터는 이곳 아이들이 많이 보는 동화책 시리즈로 빌리게 되었다. 유치원에서 스토리타임에 읽어본 책의 같은 종류 시리즈는 아이의 사고를 확장하고 영어를 재미있게 배우기에도 좋다.


영어 책 읽기로 영어유치원 보내지 않고 아이의 귀와 말이 트였다는 유튜브 영상들을 본 적이 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언어를 배울 때 그 언어의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은 너무나 분명하니까. 귀가 트이는 데에는 영어로 된 아동용 영상이 도움이 되는데, 책을 읽는 것은 특히 소리 내어 읽어보는 것은 더 많은 감각을 자극하기에 한층 더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눈으로 영어를 읽고, 내가 목소리를 내어 읽어보고, 나의 또는 읽어주는 이의 목소리를 귀로 들을 수 있으니 말이다. 


집에는 아마존에서 자그마한 조립식 전면 책장을 하나 사서 매주 다른 책으로 채워 넣기 시작했다. 


한국 거실 책장에 비하면 아주 초라해 보이지만 책 읽기의 '몰입도'는 뒤떨어지지 않는 것 같다. 아이가 직접 제 손으로 매주 새로운 책으로 채우는 재미도 있다. 아이는 책장을 채워 넣으며 이번에는 'Amelia Badelia 시리즈를 세 권이나 빌렸으니까 이렇게 진열해야겠다!' 거나 '다음에는 Peppa pig 다른 편을 빌려야겠다'거나 스스로 매번 작은 의미를 부여한다.


가끔 아이가 옛날이야기나 과학적인 원리에 대해 궁금해하면 한국에 놓고 온 전집들이 아쉽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좀 더디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체할 수 있는 영어책들을 같이 찾아보면서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아, 이게 진짜 '책 읽기'지!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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