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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민크루 May 26. 2020

뱃사람에게 배는 집이다

크루즈 승무원의 격리생활 <54~55일 차>


54일 차 (생활 속 거리두기 19일 차) - 5월 8일



이날도 일찍 일어나 아침 7시부터 대기했다.


또다시 하루 종일 기다리다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닌가 걱정했었다.


그래도 이날은 정말로 올 것 같았다.


8시에 승선해서 바로 검사를 시작할 수 있도록

검사 장소의 크기 및 테이블 개수 등

세팅 요구를 자세하게 해왔기 때문이다.


아침 8시에 온다고 했는데

저녁 8시인가..?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역시 이 나라는 시간을 날짜를 지키는 법이 없다.


10시 반이 지나서야

Philippine Coast Gaurd 배가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번 검사 때에는 4명밖에 안 왔었는데

이번에는 무려 38명이다.


532명 검사를 끝내려면

하루 종일 해도 못 끝내는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천만다행이었다.


오후 3시가 지나서야 모든 검사가 끝났다.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48~72시간이 소요되고

음성 판정 확인증을 발급받으면

격리 크루의 하선을 진행할 수 있다고 했다.


이날은 금요일이었는데

PCG가 과연 채취한 검체를

오늘 내로 관련 기관에 넘길까 의심이 들었다.


오늘 퇴근 전에 넘긴다고해도

주말은 일을 안할테니 월요일부터 카운트될 것이고

그렇다면 아무리 빨라도 수요일일텐데.


하지만 우리 마음처럼

빨리 움직여줄 것이라 기대하기에는

지금까지의 전력을 보아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


그러니 현실적으로는

다음 주 중에 결과가 나오면 다행이지 싶었다.



이로 인해 선내 격리는 약 7일 연장이다.

 

물론 선내 격리로 인한 추가 업무도 연장이다.







55일 차 (생활 속 거리두기 20일 차) - 5월 9일


브라질리안 Voyage Sales Specialist (선내 크루즈 영업 담당) 안드레아, 그리고 브라질리안 포토그래퍼 베네사
브리티쉬 및 오스트레일리안 댄서와 싱어


5월 15일이 캡틴 잉가 생일이다.


깜짝 생일 선물 프로젝트를 며칠 동안 진행했었다.


Tina Turner  "The Best"


Quees  "We Will Rock You"


두 노래의 가사를

캡틴을 위한 축하와 감사의 메세지로 바꾸어

노래와 춤을 가미한 뮤직 비디오 스타일의

영상 편지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날은 굉장히 새로운 소식을 접한 날이기도 했다.


이날을 기준으로

마닐라 베이에 있는 크루즈선은 총 17척이었는데


그중 우리 배를 포함한 13척이

Carnival Corporation 산하 선사 소속.


모든 선사가 겪고 있는 어려움 중 하나가

100개가 넘는 국적의

몇만 명의 크루를 본국 송환시키는 것이다.


 보다 빠르게 효과적으로

가능하면 경제적인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가며

언제 어떻게 귀환시킬까 결정하고 실행하는 일이

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날 캡틴이 공유해준 소식은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모든 인디언 크루는 마제스틱 프린세스로 이동하여

그 배가 인디아로 항해하여 귀환 조치할 것이며,


그 외 국적의 크루는 사파이어 프린세스로 이동하여

그 배를 호텔로서 사용하면서 기다리게 될 것이며

이후 마닐라에서 항공편을 통하여

순차적으로 귀환 조치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뱃사람에게 배는 집이다.


내 집 놔두고 남의 집에 간다니....!?!?



다른 배에 가느니 우리 배에 남아서 기다리겠다며

통곡을 하는 크루,


그렇게 해서라도 귀국할 수만 있다면

어디인들 못가겠냐는 크루,


돈 팍팍 써서 전세기 띄어주면 그만일 것을

고생을 사서 한다고 컴플레인하는 크루,


걱정 많고 말 많은 또 다른 하루였다.






*** 참조 ***


(2019년 기준)


Carnival Corporation 산하 선사 및 크루즈선


AIDA Cruises  -  15척

Carnival Cruise  -  28척

Costa Cruises  -  18척

Cunard  -  4척

Holland America  -  16척

P&O Cruises  -  7척

P&O Cruises Australia  -  5척

Princess Cruises  -  20척

Seabourn Cruise  -  6척

Other brands  -  7척


크루즈선 약 126척

승무원 약 12만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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