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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민크루 Jul 07. 2020

남중국해에서 만난 한국의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크루즈 승무원의 격리생활 <104~107일 차>


104일 차 - 6월 27일



배가 오랜만에 바다 위를 제대로 달렸다.


마닐라에서 오물 처리 목적으로

수차례 마닐라 연안을 들락날락하긴 했지만


정확한 목적지를 두고 제대로 항해를 하는 것은

69일 만이다.


주변에 그 어떤 배도 떠있지 않은 바다를 보는 것도 69일 만이다.


그렇게 우리 여왕 엘리자베스는

7월 1일 싱가포르를 향해 바다 위를 달렸다.






105일 차 - 6월 28일







106일 차 - 6월 29일







107일 차 - 6월 30일



싱가포르에 가까이 오니 뭐라도 보일까 하는 마음에

오픈덱을 걷고 있는데 캡틴을 만났다.


How are you, Sumin? 하더니


저 멀리 보이는 컨테이너선이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이라는 것이다.


당시 있었던 덱 10 오픈덱에서

핸드폰으로 줌을 해봤지만 희미하게만 보였다.



혹시나 해서 덱 5 크루 오픈덱으로 달려갔지만

최대 10배 줌을 해봐도 희미하게만 보였다.


육안으로 보는 것이 더 잘 보이긴 했다.


크기는 꽤나 컸고

선체에는 세 글자가 크게 있는데

정확하게 읽기에는 너무 희미했다.



차곡차곡 쌓여있는 컨테이너를 쳐다보고 있자니

얼마 전 우연히 읽은 기사들이 떠올랐다.



알헤시라스호!! 이거였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제1호로

거제 조선소에서 명명식을 한 배였던 것이다.


63 빌딩보다는 당연히 크고

우리 배 보다 106미터 길고

롯데타워보다는 155미터 짧은 길이다.


이 배에는 총 70억 개의 초코파이를 싫을 수 있고

전 세계 인구가 한 개씩 먹을 수 있는 정도이다.


대단하게 큰 놈을 만났던 것이다.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걸 싶었다.


그래도 캡틴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크루에게는 말도 안거는 권위적인 캡틴이었더라면


주사위가 바다 위에 있는 것 같네 하고

그냥 지나갔을 것임에 틀림없었다.


오픈덱 산책길에 나름 좋은 구경(?)한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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