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즐거이 찾는데는 이유가 있었구나
얼마 전, 놀이공원에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집을 벗어나 시간을 보내며 즐거운 와중, 입장 초반 들린 기념품 가게에서 가게 안에 비치된 고지물을 하나 보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시대에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Keep 6 feet apart (6피트 간격 유지)”에 대한 고지물이었지만, 어디서도 본 적 없는 형태였거든요.
보통, 제가 흔히 일상 속에서 볼 수 있던 표시들은
모두 이런 식이었습니다.
두 발을 단단히 딛고 선 성인 남성이 보이시나요?
그런데, 그 날. 그 가게 안에서
오랜 시간 제 눈길을 이끈 싸인 보드의 모습은 이랬습니다.
이미지 안의 인물들이 모두 2미터 간격을 유지 중인 것은 똑같았지만, 그 안의 사람들은 성인 남자 두 명이 아닌 여자 어른, 남자 어른, 휠체어를 탄 사람, 그리고 어린이였습니다. 성별과 신체의 상태,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이 사회 속의 '모두'에게 동등하게 이 규칙이 적용된다는 점, 그리고 사회 속의 모든 구성원들을 이 작은 표시물 내에 끌어안으려 한 점이 느껴져 한참을 보고 서있었습니다.
그 순간 이후.
자연스럽게 여행 내내 어떤 점들이 이와 같이 어린이와 장애인들을 배려하고 있는지 유심히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부분들을 발견했지요.
턱이나 계단을 없애 휠체어나 유모차가 전혀 문제없이 오갈 수 있는 매끄러운 길.
휠체어를 사용해야 하는 탑승자를 돕기 위해서 평소보다 더 많은 직원들이 동원되어 부축을 하고, 그로 인해 지연되는 대기 시간에도 아무런 불만 없이 당연히 기다리는 모두의 모습.
공원 입구부터 진열되어 있던 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안내 책자.
시각장애 안내견을 동반한 사람들을 위해 별도로 마련된 휴식 공간
그런데 이런 배려와 시설지원들이 아주 낯설지는 않았습니다. 그 동안 c-program의 해외 특파원으로 활동하며 미국 사회가, 다양한 의미의 소수자들을 위해 어떤 프로그램과 법령, 사회적인 도움 등을 지원하고 있는지 많이 볼 수 있었거든요. 그리고 그 경험속에서 발견한 공간과 컨텐츠에 대한 이야기들은 이미 이런 글들로 이야기한 적도 있었습니다.
[ 놀이터가 된 미술관 ] https://brunch.co.kr/@sunheean0305/59
[유모차를 끌고 가는 미술관] https://brunch.co.kr/@sunheean0305/58
[책벌레를 키우는 도시, 뉴욕] https://brunch.co.kr/@sunheean0305/64
(제 글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c-program 해외 특파원 분들이 제3의 공간 매거진을 통해서 세계 곳곳의 공간들을 소개하고 있으니 함께 둘러보시어요! => https://brunch.co.kr/magazine/pickbyseesaw )
그런데, [모두]를 위하는 동시에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환경]을 위해 '무엇을, 누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다시 생각해 보는 과정에서 그동안 제 눈길을 끌던 시설적인 인프라나 그 안의 컨텐츠 외에 정말 중요한 한가지가 빠져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바로, 그 공간 안에 있는 '사람들' 이었습니다.
놀이 공원에서 휠체어를 이용해야 하는 방문객을 너무나 능숙하면서도 사려깊게 대하는 직원과, 타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장애인분의 탑승상황에 맞춰 들어오는 놀이기구의 배차간격을 조정하는 직원, 그리고 평균보다 좀 더 오래 기다리는 다음 차례 대기자들에게 말을 건네며 지루함을 조금 덜어주는 직원까지.
그 모든이들이 하나와 같이 놀랍도록 조화롭게 움직이고 있었거든요.
어떤 사람들이,
어떤 노력을 기울여
모두를 위한 행동들이 일상화 되고 자연스러운
이런 공간과 분위기를 유지해 가는 것일까?
그들에게는 이 모든 것을 잘 해내는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일까?
어떤 비법이 이 사회 속의 모두가 소외받지 않는다는 느낌을 주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 놀이공원에서 가져온 이 궁금증들을 시민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방문할 수 있는 비영리 기관인 '도서관'을 시작점으로 풀어가 보기로 했습니다. 누구나 찾아갈 수 있는 곳이고, 누구나 원하는 만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라면 가장 광범위한 사례와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코로나 때문에 모두 닫았던 뉴욕의 박물관과 미술관은 모두 문을 열었는데.... 상대적으로 사람들이 머무는 시간이 긴 도서관(특히 뉴욕 공립 도서관은...)아직도 예약한 도서만 잠시 들러 찾아가는 Grab & Go 서비스만을 제공 중인 상황이었고, 아직 정해진 재 오픈 일정도 없는 상태입니다.예약한 도서를 받기 위해서 잠시 들리는 것 정도만 허락되는 상황이다 보니, 도서관의 사서들이 공간 안에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직접 살펴보기는 불가능하기에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 해야 할까 잠시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로 열린 비대면 시대에 걸맞게 더 활짝 열린 구글의 바다와, 서면 인터뷰, 그리고 온라인 세미나 등을 활용해서라도 일단 답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제 탐험의 결과가 궁금하시다면,
함께 읽어주시겠어요?
먼저,
도서관에서는 어떤 '모두'를 고려하고 있을까?
미국 도서관 협회 (ALA: American Library Association)에서는 민주주의, 자치 행정뿐만 아니라 사회의 발전, 개인의 삶을 위해 중요시하지 않을 수 없는 가치들, 자유, 행복에 대한 추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 도서관이라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모든 이들의 지적 자유를 위해 도서관들이 가장 중점적으로 증진하고 노력해야 할 사안으로 '평등, 다양성, 포괄성(Equity, Diversity, Inclusion)'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참고자료 링크 1)
이 세 가지 가치들 중, 오늘보다 중점적으로 살펴볼 포괄성에 관련해서 도서관 협회는 "모두를 위한 도서관 (Inclusive Libraries)"란 [모든 개인이 공평하게 각자 존중받을 수 있는 환경]을 의미한다고 정의합니다.
그리고 이는 건축, 서비스, 도서관에 구비된 책과 미디어들, 트레이닝 4가지 부문이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접근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하고 있죠. '모든 개인'과 '공평'이라는 부분에 중심을 두고 다시 생각해본다면 이는 감각적, 인지적, 육체적 장애 또는 한계가 있는 사람들에게도 자료의 접근이 공평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즉, 이 [모두]의 안에는 신체와 정신적으로 건강한 성인을 제외한 추가적인 인적, 물리적 지원이 필요한 장애인, 어린이, 노숙자, 난민, 비영어권의 소수민족, 시설에 수용된 범죄자, 홈리스, 성적 소수자 등도 해당됩니다.
모두를 위한 발걸음의 시작.
[장.애.인.]들을 위한 공간, 컨텐츠, 사람들.
전 세계 인구의 15%에 해당하는 '장애인'들의 경우 Inclusive Library(모두를 위한 도서관)를 표방하는 많은 도서관들이 가장 먼저 주목하는 사람들입니다. 우선 뉴욕 공립 도서관을 예로 미국 내 장애인들의 도서관 사용에 관련한 서비스를 살펴볼까요?
뉴욕 공립 도서관에서는 장애인들의 원활한 도서관 사용을 위해서 아래와 같은 공간과 프로그램, 사람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각종 기술 지원 : 장애인을 대동한 보호자와 장애인들이 도서관의 책이나 각종 자료 사용이 가능하도록 각종 기술들을 활용하여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보조 확대 시스템(글씨를 크게 하여 읽기 수월하도록 도와주는 기기), 프린트 물을 스캔하면 이를 낭독해주는 기기(Personal Reading Machines), 프린트 물의 활자를 45-60배 확대해 보여주는 Closed-Circuit Television Enlargers (CCTVs- 4) 와 같은 기술적인 지원을 제공합니다.
뿐만 아니라, 뉴욕 도서관의 수 많은 지점 중 장애인들을 위해서만 특화된 'Andrew Heiskell Library 지점'에서는 보조기술부(Assistive Technology Department)에서 주관하여 장애인을 대동한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이러한 기기들의 사용 방법 교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제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활용 빈도를 높이는 방법’을 고민한 것이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우편배송 서비스 : 기본적으로 도서관 방문 자체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많은 지점들이 우편료를 뉴욕주에서 부담하며 책을 집으로 보내주고 있는데, 뉴욕 공립 도서관 The Andrew Heiskell 지점에서는 음성 책 & 점자 서비스가 가능한 책들을 무상으로 대여해주고 있습니다.
실시간 수화/ 자막 서비스 : 사전 예약을 통해 원하는 콘텐츠나 행사 등에 대해서 수화나 자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정 감각이나, 인지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지원들 : 큰 글자로 된 책들, 오디오 북, 온라인으로 이용이 가능한 콘텐츠들은 물론 시각 장애인 또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비디오나 음성 지원물을 구비하고 있습니다.
위의 서비스들은 대부분 시각이나 청각, 또는 물리적인 이동 등 눈으로 확인이 가능한 신체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는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들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실제 장애의 스펙트럼은 생각보다 굉장히 다양합니다. 육체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심리적 또는 정신적인 지원과 이해와 배려가 필요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불안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자폐, ADHD나 주의력 결핍장애, 투렛 증후군 등과 같은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 때때로 외부 자극으로부터 떨어져 마음을 가라앉힐 공간이 필요하기도 하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이런 이들에게는, 고요한 정적이 흐르는 도서관의 분위기는 부담스럽고, 알 수 없는 심리적인 압박으로 갑자기 오기도 합니다.
이런 면에 주목한 일리노이주 주립대학 도서관에서는 "Reflection room"이라는 공간을 만들어 이와 같은 신체적으로 표면화되지 않는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외부 자극으로부터 잠시 벗어나 쉬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을 도서관 내에 마련하고 있습니다. 본인이 스스로 컨트롤이 어려운 심리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호흡곤란, 틱 증후군 등은 질환으로 인한 소음이 발생할 수도 있어 조용한 도서관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공간이 있다면 필요할 때 잠시 쉬고 나와 다시 책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 공간을 처음 제안한 것도 도서관 내에서 스태프로 일하고 있던 동시에 스스로도 장애인이기도 한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정말 필요한 부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한 스태프 덕에, 또 많은 이들이 더 많이 더 자주 도서관을 찾게 되었습니다.
브루클린 도서관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프로그램들을 중심으로 Inclusive Library Service를 도서관의 주요 프로그램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도서관 자체를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으로 끌어올리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습니다. 부모, 선생님, 양육자들을 대상으로 한 장애 아동 교육 관련 세미나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장애 여부에 상관없이 각 연령별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세션을 제공합니다. 각종 프로그램이야 일반적인 다른 도서관들도 하는 것 아닌가 물으신다면... "장애인과 비 장애인이 모두 참석 가능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모두의 참여를 권장한다는 점이 큰 차이일 것 같습니다. 모두가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면, 그중 누구도 배제되거나 불편함이 없도록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할 테니까요. 물론, 그에 맞는 스태프들 역시 필요할 것입니다.
브루클린에서 제공하는 이 서비스 내용 중, 눈여겨 볼만한 것은 "장애를 가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와 환경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를 가진 어린이들의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교육 세션들 또한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도서관 내에서 이 아이들을 돌보는 상황에 대한 배려를 넘어, 도서관 밖 커뮤니티 속에 존재하는 이들을 지속적으로 감싸 안으려는 노력이 보이는 부분이죠.
4월 28일 진행된 자폐아동 관련 세미나는 온라인 미팅으로 진행되고,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조건없이 참여할 수 있어서 저도 살짝 참석해 보았습니다.
브루클린 도서관에서 Inclusive 관련 내용을 담당하시는 분이 진행하시고 , 자폐아를 키운 경험이 있는 연사가 자폐아동의 양육 시 부모가 알고 있어야 하는 내용 등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방식이었죠. 온라인 미팅이었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것을 보고, 이런 강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발표자가 자폐아동의 양육에 대해서 발간한 책 역시 도서관에서 대여가 가능하다는 사실도 진행자분이 친절하게 알려주시더군요. 비디오를 켜두지는 않았지만 채팅창을 통해 질문을 쏟아내는 참석자들을 보며,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부분을 직접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모두를 위한 공간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그렇다면, 이런 도서관을 만들고
서비스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어떤 생각과 가치관을 중심으로
모두를 위한 공간을 만들고 있는 것일까요?
미서부 포틀랜드의 멀 노마 컨트리 라이브러리 시스템(Multnomah Country Library System)으로 잠시 가보겠습니다. 이 도서관 최초의 평등 융합 매니저(Equity and Inclusion Manager)로 일하고 있는 소냐 얼빈(Sonja Ervin) 은 이렇게 말합니다.
늘, 이런 질문들을 우리(도서관의 사서)에게 스스로 던져봅니다.
도서관에서 자주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어떻게 하면 (자주 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지?
지원을 해야 마땅하지만, 하지 못하고 있는 지역의 커뮤니티를 어떻게 더 지원할 수 있을지?
모두를 위한 도서관을 만들어 나가는 데 있어서 Librarian(도서관 사서) 부터가 해당 커뮤니티의 모두를 아우르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명제지만.... [모두]를 고려하기 위해서는, 도서관 안에서 방문객들을 대하는 도서관 사서들부터 그 모두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어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었습니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의 도서관 버전이라고 해야 할까요? 비슷한 뜻의 "When one's home is happy, all goes well." 라는 말이 미국에도 존재하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모든 시작은 안에서부터 이루어져야 가능하니까요.
소냐의 말대로 일례로 상대적으로 백인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지역에 위치한 이 도서관에서는,의도적으로 30%에 가까운 직원들을 다양한 소수자들로 선발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채용된 소수 인종인 도서관 사서가 근무하는 것 만으로, 그 도서관을 찾은 사람들이 공간에 더 친근감을 느끼고 이들을 향해서도 기쁘다는 감정을 표현합니다.
도서관 밖의 사회에 존재하는 모두를 위해, 일단 도서관 안에 존재하는 구성원부터 '모두'로 꾸려나가기 시작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특정 그룹의 사람들(장애인, 성적인 소수자, 어린이 등등)만이 더 필요한 무언가는 어쩌면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정말 알기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기본적으로 실제 그들을 너무나 잘 이해할 수밖에 없는 사람 자체를 도서관을 직원으로 채용하는 것만이, 실제 도서관을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은 물론 도서관 내의 직원들까지 모두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었다고 소냐 얼빈은 말합니다.
직접적으로 도서관 내 스태프의 다양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프로그램의 사례로 "We Speak Your Language (우리는 당신의 언어로 말합니다)"도 볼 수 있는데요, 이중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직원 약 80명을 채용하여 영어로 말할 수 없어서 미국 내 생활에서 불편을 겪고 있는 이민자, 난민들의 삶을 돕고 있습니다. 언어로 인해 느껴지는 벽이 도서관의 이용에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죠.
또한, 일리노이 주립대 도서관(University Library of the University of Illinois)에서 건강 과학분야 사서로 일하고 있는 제이제이(JJ Pionke)는 트랜스젠더이자 장애인인 스스로의 정체성을 통해 도서관이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 거듭나도록 일하고 있는 사례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장애인이라는 스스로의 상황에서 느끼는 경험들을 활용하여 다양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도서관이 어떻게 다가올 수 있을지를 생각하며 도서관 안의 공간들을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개선점을 요청합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도서관을 반드시 누군가의 도움 없이도 독립적으로 즐길 수 있는 환경으로 조금이라도 더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또한, 도서관의 사서들이 도서관을 방문하는 다양한 장애나 질병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가이드북' 또한 그녀의 손을 통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도서관 사서들 역시 의학적인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은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니, 일반적인 사람들이 이해 가기 쉬운 언어로 제작하되 도서관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점이나 고려할 점들을 가이드로 만드는 것은 '장애인'이자 '도서관 사서'인 사람이 가장 잘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은 두말할 여지없을 듯합니다.
실제, JJ가 제작한 가이드를 입수할 수는 없었지만, 유사한 내용을 다룬 가이드 중 하나를 보여드리겠습니다.
Library Connections라는 비영리 기관에서 [ We're connected ]라는 캠페인 명으로 자폐를 가진 도서관 방문객에 대한 이해를 돕는 다양한 자료와 가이드를 미국 내 각 도서관들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링크4 참조)그 중 하나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자폐를 가진 도서관 방문객을 대하는 서비스 팁]
커뮤니케이션 팁- 이름으로 소통할 것, 눈을 마주하며 직접적으로 천천히 이야기하고, 제약이 없는 형태의 질문은 삼갈 것, 말하지 않아도 커뮤니케이션 가능한 보드와 같은 툴을 제공할 것
사서가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은 행동- 몸을 흔들거나, 조용히 노래를 부르거나, 서성거림, 몸을 씰룩거림
관계 증진 팁 - 보호자를 커뮤니케이션 매개체로 보지 말 것
아무리 다양한 분야에 박학다식한 도서관 사서라 해도 다양한 장애와 그에 제약 상황들을 모두 잘 알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간략하지만 중요 내용만 뽑아 기재한 설명이라면, 실제 주변에서 자폐를 가진 사람을 접할 기회가 적던 저와 같은 사람이라도 쉽게 이해가 갑니다.
그러니 이와같은 다양한 가이드가 도서관의 스태프들에게 제공되고, 꾸준히 반복적으로 공유된다면... 어떤 상황의 방문객일지라도 도서관의 모두가 좀 더 잘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요?
또한, 조사를 하면서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포인트는 다양한 의미의 소수자들을 도서관 사서로 '채용'하는 것에 대해서, 채용 이전 단계의 [채용 과정]에도 모두를 포괄하려는 노력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부분들이었습니다.
모두가(장애인, 비장애인 모두) 쉽게 채용 공고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진행되어야 하니 메세지는 누가 보더라도 쉽게 이해되도록 '누구나 알아볼 수 있을만한 명확한 메세지 전달'은 당연지사며, 다양한 언어와 형태로 고지가 되어야한다고 힘주어 말하는 도서관의 채용담당자들의 인터뷰를 보며 어렴풋하게 코로나로 문을 닫기 전 도서관의 다양한 비치물들이 떠올랐습니다. 수가지 언어로 큼직한 글씨로 명료하게 만들어진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던 각종 브로슈어와 안내문들이 그런 형태를 띄고 있던 이유도 알 것 같아졌거든요.
덕분인지, 도서관에서 사서 또는 스태프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INCLUSIVE라는 내용에 대해 그 어떤 분야의 사람들보다 확실히 소리내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블로그를 통해서 청각장애가 있음을 밝히기도 한 대학에서 현직 5년차 도서관 사서 니키 (Niki Andersen)는도서관 내의 다양성과 포용성에 대해서, 도서관의 직원들은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들을 던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링크5 참조)
다양성(Diversity)과 포용성(Inclusion)을 반영한 채용과 관리, 조직구성에 대한 정책과 관행이 있느가?
우리는 도서관의 스탭들이 어떤 문제를 드러내는 것에 대해서 포용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가? 매니저들과 동료들은 어떻게 폭로에 대응하는가?
도서관 스탭들을 위한 전문적인 (커리어)개발의 기회들은 다양성과 포용성을 아우르고 있는가?
문헌정보학 관련 이벤트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발표자들을 가지고 있는가? (인쇄매체에도 마찬가지)
대인 커뮤니케이션 스타일, 포용적인 리더쉽, 주변인들의 개입, 문화적 역량, 감정지능 등에 대해서 전문적인 개발 기회를 스탭들에게 제공하고 있는가?
희롱이나 차별, 직장내 따돌림과 같은 문제를 다루고 있는가?
업무 환경(도서관)은 모든 스탭들에게 동등하게 적용되고 있는가? 양육지원까지 확대되는가? 가정내 폭력에 노출된 또는 장애인과 장애인의 보호자들, 스탭들을 포용하고 있는가?
스탭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가?
타인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지 스스로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있는가?
생각의 다양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모두의 재능을 확대시키고, 스탭들 각자의 독특한 개성과 성격이 편안하게 하는데 가치를 두고 있는가? 우리 각자가 현재의 포지션에 상관 없이 리더라 생각하고 포용적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가?
(사실, 읽다보니, 이건 어쩌면 도서관에 국한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회 내의 모든 '조직'에서 생각해 볼 문제라고 여져졌어요. 사회 속 모두를 끌어안고,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역할을 지양하는 곳이 미국의 도서관이니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으려나요.)
이 모든 질문들 속에 담긴 하나의 이야기는, 다양성에 대한 포용성의 시작은 도서관 속 직원의 '채용'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말한 노마 컨트리 라이브러리의 매니저 소냐의 말과도 일치합니다.
결국, '모두를 위한 도서관'이 되기 위해서는,
그 안에 채우고 있는 직원들부터
'모든 사람들'로 거듭나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이 포인트가, 조사를 하는 와중에 어쩌면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새롭게 다가왔던 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가만히 이 도시에서의 우리의 삶을 되돌이켜보며, 미국에서 생활하며 인종적인 소수자(아시안)이자 사회내에서 약자인 어린이의 보호자로 여러 곳을 방문하며 늘 '환영받고 있다'라고 생각한 장소들에는 우리 못지 않은 다양한 이유의 소수자들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뉴욕 현대 미술관에서 우리의 활동을 도와주던 선생님들 중에는 난민으로 인정을 받는 나라에서 온 수련생도 있었고, 아이의 학교에 있던 다정하고 사려깊던 선생님은 알고보니 성전환의 과정중에 있던 성적인 소수자였습니다. 아이와 함께 가는 공간들 속에서 누구보다 친절하고 정겹게 다가와 주던 수 많은 이 도시속의 마이너리티들을 통해서 같은 마이너리티인 우리도 환영받게 된 것이더라구요.
이렇게 인종적으로, 성별로, 성적 정체성, 장애, 성적 지향, 종교적인 믿음, 언어, 교육 등으로 드러나는 차이 못지 않게 전문적인 기술의 보유 여부, 일하는 스타일, 삶의 경험 등에 있어서 벌어지는 차이에도 굴하지 않고 모두를 끌어안는 공간으로 거듭나려는 미국 도서관들의 노력과 그 안의 사람들은 멈추지 않고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물론, 이런 포용을 위한 노력은 단순한 의지 이상의 명문화된 관리도 필요합니다. 뉴욕 공립 도서관 인사부의 시니어 디렉터 크레이그(Craig Senecal)는 이메일로 나눈 인터뷰를 통해서 모두를 포용하는 공간이 되기위한 뉴욕 공립도서관의 노력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질문] 다양한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뉴욕 공립 박물관 내에서 어떤 종류의 노력이 진행되고 있나요?
답] 도서관에서는 "Respect @ NYPL "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시리즈의 트레이닝 세션을 전체 스태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세션은 실제 만남을 통하거나 버츄얼, 디지털로 진행이 되며 각 스탭들은 도서관 방문객들과 동료들을 어떻게 정중히 대할 수 있는지를 배우게 됩니다. 또한, 신체적인 장애 또는 신경적으로 다원화된(neurodiverse* - 자폐나 난독 등을 잘못된 두뇌 기능의 발현이 아니라 정상 범주 내에서 발생하는 다양성이라고 보는 것) 사람들의 도서관에 대한 "접근성"에 대한 세션도 개발하여 진행했습니다.
질문] 도서관 내에 "모두를 위한 포용적인 경험(Inclusive Experience)"을 지원하는 조직이 있나요?
답] 네, 도서관에서는 도서관으로의 접근성과 관련하여, 도서관 사서들과 다른 스탭들로 구성된 워킹그룹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HR부서와 파트너 형태로 트레이닝 세션을 만들거나 개발, 자료를 제공합니다. 물론, 우리의 서비스와 웹사이트 등에 대한 접근성 향상을 위해 다양한 부서와도 협업하고 있죠.
질문] 도서관 내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증진여부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요?
답] 뉴욕 공립 도서관에서는 다양성, 평등, 포용성과 접근성에 대한 5개년 계획을 세워 실행하고 확인하고 있습니다. (참고 자료 링크3 ) * 실제, New York Public Library FIVE YEAR LIBRARY SYSTEM PLAN OF SERVICE (Public Library Systems) 2017-2021 라는 이름으로 공고된 5개년 계획 내에서, 아래와 같은 다양한 평가 결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문화적으로 다양한 집단들이 도서관 내의 자료들을 인지하고 잦은 사용을 유도하는 목표에 대해서, 지난 5년간 모두 목표한 바를 이루었다고 평가하면서 그에 대한 평가 방식과 기준을 고지하여 평가의 공정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보고서 내 일부 발췌)
질문] 포용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가기 위해, 직원 채용시 고려하는 기준이 있을까요?
답] 직원 채용시, 뉴욕 공립 도서관의 핵심가치인 다음의 내용들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호기심이 있는지, 기꺼이 돕는 자세가 있는 사람인지, 수단이 좋고 모두를 포용하고 환영할 수 있는 사람인지가 그 내용이 되겠습니다. 일단 고용된 후에는 우리의 원칙에 따라 존중하는 마음으로 방문객들과 동료들을 대할 수 있도록 가이드하고 있습니다.
잘 달리는 말에게는 당근을!
칭찬은 (엄청 무거운)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죠?
미국 내에는 훌륭한 프로그램과 환경을 제공한 박물관,미술관과 도서관에 대해서 시상이 존재합니다. [Institue of Museum and Library Services] 라는 기관에서는 미국 내 다양한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들이 지속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유지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일테면 작은 도서관이나 박물관에 프로그램 구성에 이미 잘 자리잡은 큰 기관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해주거나, 특정 프로그램에 대한 예산을 공고하고 이를 분배하는 역할도 하고 있는 것이죠. 또한, 1994년부터 "The National Medal for Museum and Library Service"라는 시상을 통해 커뮤니티에 확실한 기여를 한 공간들에 대해서 우수사례를 발굴하고 이를 공유하고 있기도 합니다.
2018년 우수 기관으로 선정되었던 미네소타에 위치한 로체스터 공립 도서관(ROCHESTER PUBLIC LIBRARY)의 경우를 볼까요?
지역 내의 소수자들을 위해서 노력한 사례가 공유되고 수상까지 이어진 이 도서관은, 사회적으로 불안전하다는 느낌을 갖고 살고 있는 성적 소수자들에게도 편안하고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해 주기 위해 노력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습니다. 지역사회와 연계한 클럽활동이나 월간 미팅 등을 주최하는 것은 물론, 사회가 이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일반 시민 대상으로 성소수자들의 이해를 돕는 교육을 진행 했다고 합니다. 또한 위노나 주립대학교의 간호학과 학생들과 연계하여 학생들에게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봉사 시간을 제공할 수 있도록 개발, 미국의 의료체계로 인해 병원에서 정기적인 검진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WE CARE"라는 서비스를 진행하기도 했죠.
이는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읽고 보는 공간이 아닌 지역사회의 문화와 환경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례인 동시에, 도서관 안팎의 모두를 포용하는 면모를 보여주는 사례기도 합니다.
조사를 마치며.
처음 Inclusive(포용)라는 단어를 프로젝트로 끌어 안고, 어딘가 어렵게 느껴지는 의미에 고민했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되돌이켜보니 그동안 제가 뉴욕에서의 생활 속에서 목격한 무수히 많은 사례들이 바로 이 Inclusive Environment (모두를 위한 포용적인 환경) 에 해당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그 상황 속에 있던 모두의 얼굴도 함께 떠올리게 되었죠.
지난 몇 년 우리 가족이 살아 온 미국이라는 나라, 뉴욕이라는 도시는, 분명 이런 부분에 있어서 한국을 포함한 다른 어떤 나라보다 굉장히 진화해 있는 곳입니다. 타고난 조건인 동시에 쉽게 바꾸는 것이 불가능한 '성별, 인종, 나이 등'의 요소들에 대해서도 상대가 바라는 방식으로 존중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매우 강하기도 하지요. 그리고 의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적인 노력 또한 매우 활발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어쩌면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역사적으로 흑백 인종 갈등으로 인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왔기에 [차별]이라는 사회적인 난제를 넘어서서 [다양한 삶]을 사회 안으로 끌어 안기 위한 노력이 어쩌면 다른 어떤 나라보다 훨씬 더 필요했을 것입니다.초가삼간 다 태워먹고 소도 잃었지만, 한번 잃은 후에 다시 외양간 하나는 절대 불에 타지 않게 번듯하게 짓고 화재 관리는 잘하려는 의지 하나는 아주 확실하게 보이는 느낌이랄까요..( 코로나를 맞이한 상황과도 크게 다르지 않는 것 같죠? 세계 최고의 사망자 숫자를 기록하더니, 그 어느 곳보다 빠른 속도로 백신접종을 진행하고 있는 점을 봐도 말이죠. )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도서관'이 있었다는 것을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여러가지 조사를 진행하며 알게되었습니다. [단순히 책을 빌리는 곳, 그리고 책을 빌려주는 사람들이 있는 곳] 이라는 의미를 벗어나 [지역 사회의 긍정적인 문화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공간과 사람들이 있는 곳]이기에 이들이 갖는 사명감과 Inclusive Experience에 대한 접근은 남달랐던 것인가 싶어졌구요.
집 근처를 운동삼아 돌다보니, 공원에 심어진 작은 나무의 이름을 알려주는 판넬이 보였습니다. 글자 곁에는 점자로도 표기가 되어 있더군요. 제가 꽃을 보며 걷던 그 길이 누군가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향기만으로 봄을 느끼는 곳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어쩌면, “모두를 위한다”라는 명제는 그닥 어려운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내가 걷는 길이 누구에게나 불편치 않은 지 한번 더 생각하는 것 부터가 시작일지도요:)
참고 자료
링크 1) http://www.ala.org/advocacy/intfreedom/librarybill/interpretations/EDI
http://www.ala.org/advocacy/diversity/edi-our-libraries
링크 2) 소냐 얼빈의 인터뷰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SKGlxh-zc0Y&t=258s
링크 3) New York Public Library FIVE YEAR LIBRARY SYSTEM PLAN OF SERVICE (Public Library Systems) 2017-2021 평가결과
https://www.nypl.org/sites/default/files/2017-2021-plan-of-service.pdf
링크4) Library Connection : http://www.libraryconnections.net/what.htm
링크 5) Librarian Niki 의 블로그
https://openpagesweb.wordpress.com/2018/09/19/diversity-and-inclusion-in-libraries/https://www.imls.gov/
https://www.includenyc.org/about/about-includeny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