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엄마, 아무것도 준비하지 말고, 가면 근처 식당 가서 밥 사 먹읍시다. 더운데 땀 뻘뻘 흘리면서 뭐 준비하지 마시고."
"야야, 그래도 한 끼 정도 사 먹지, 어떻게 매끼 다 사 먹냐"
"이번에 전교 몇 등했어?"
"백일장에서 상 받았다며?"
"이번에 신입생 많이 들어왔다며?"
"선생님, 수업 잘한다고 소문이 났어요."
"엄마,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 해봐요. 밥은 이제 좀 대충 하고."
"그럴 시간이 어딨어. 밥만 해 먹고살아도 잠시 앉을 시간도 없는데"
"하는 일이 없는데 왜 이렇게 피곤하지?"
"살림이 사람을 '살리는 일'이야.
너 지금 그거 하는 거야. 너랑 남편이랑 아들 살리는 일. 그러니까 피곤하지. 안 해봐서 그게 얼마나 피곤하고 고단한 일인지 몰랐지. 너나 나나 돈 버는 일이나 중요한 줄 알고 살아서 그래"
엄마, 엄마, 엄마, 오늘 아침에 뭐 해잡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