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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n Oct 15. 2017

<중국일람> by 정경록

중화인민민주주의공화국을 대해야 하는 대한민국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 나오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이 집필한 '백과사전' 보다 이 히치하이커가 쓴, 히치하이커를 위한 가이드북이 잘 팔리는 이유는 첫째로 가격이 더 싸고, 둘째로 책 표지에 'Don't panic'이라고 큼지막하게 적혀 있는 까닭이라고 한다. <중국 일람>의 마케팅팀이 그런 느낌으로 제목과 표지 전략을 세웠으면 이 책이 더 잘 나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은하수와 중국을 대비하여 이야기하면 은하수가 섭섭해하겠지만, 난해하고 이해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아예 오리엔탈리즘에 젖어서 우와, 신기하고 이상한 나라로 대하면 좋겠다 싶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작금의 싸드 사태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그 '미지수'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또한 같은 문화를 상당 부분 공유하는 집단이기도 하여, 더 그 이해가 어려운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어쨌든 어떤 의미에서 천체물리학적으로 우주에 대한 이해가 낮은 만큼, 대중의 혹은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자 하는 이의 중국에 대한 이해도 낮지 않은가 하는 생각으로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었다.


상술한 '오리엔탈리즘'이라는 폭력적인 평가가 예전에 읽은 <야망의 시대>, <아시아의 힘>, <중국의 미래> 에게 보내는 것이라면 과한 것은 아닐까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중국, 그래도 중국>이라는 책을 보며 느낀 감정 중 하나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물론 확실한 것은 이 네 책들 중 어느 한 권도 분명하게 '중국'을 드러내 주진 못했다고 생각한다. 중국이라는 양파의 껍질이 많긴 하구나 하는 생각만 들뿐. 중국은 은하수만큼이나 광대하고 다양하단 느낌을 받게 된다, 책을 보고,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이 책의 초점은 '한국인' 이 바라보는 '중국'이다. '한국인'이라는 카테고리가 얼마나 명징한 것인지는 일단 제쳐두자. 어쨌든 몇 년간 중국에서 근무를 한 저자의 문제 해결 과정은 '한국' 사람대 '중국' 사람의 문제였다. 그리고 그 차이는 대체로 '문화' 적인 것이었다. 다른 문화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점을 이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과연 우리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존재와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 것인지,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책이었다. 저자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한다.


<남한산성> 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명청 교체기의 역사들. 당시의 명나라가 지금의 미국이고, 청나라가 지금의 중국이라고 비유하면 너무 과한 비유일 수도 있겠다. 어쨌든 그 사이에 끼어있는 형국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는 점만은 만인이 공감할 것이다. 베팅의 시기가 다가오는 것일까. 더군다나 지금은 '분단'이라는 아픔 마저 이고 가야 하는 상황이니, 어쩌면 상황은 인조 때보다 몇 배는 더 나쁜 것일지도 모르겠다. 상호 확증 파괴를 냉전시대에서 꺼내오려 다시 휴전선에 배치해야 하는 것인가, 이런 군사적, 정치 및 외교적인 논의는 둘 재 치더라도 당장 이 두 경제대국(G2)의 틈바구니에서 무얼 하고 살아야 하는가.


트럼프와 김정은의 랩 배틀이 심화되어 가는 때에 외신에서 한 기사가 나왔다. 한국이 전쟁으로 '생산'을 멈추게 되면 세계의 많은 '물건'들의 생산도 멈출 것이라고. 책에서도 나와있듯 우리는 대중 무역에 있어서 흑자 상태이다. 내가 하는 상식으로는 일종의 중간재를 많이 생산, 수출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현상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 이점을 과연 어디까지 누를 수 있을까, 심히 걱정이다. 금번에 하이닉스가 도시바 반도체 인수를 할 때 한일합작이 있었으며, 그것은 중국 업체 컨소시엄에 뺏기지 않기 위함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언제까지 이럴 수 있을까.


그렇기에 저자의 이 책과 같은 시도가 많이 늘어나야 한다고 본다. 어쨌든 선택의 방식과 결과에 관하여 논하는 것은 현시점에 올바른 행동이 아니다. 가능한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우리는 '중국'을 모르면서 중국의 위험성을 과장하거나, 과소평가한다. 어쨌든 적어도 '중국' 그 자체는 '언노운 언노운' 은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것인 가능한 미지의 영역을 줄여 나가야 하는 것이다.


때문에 가능한 많은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실정이다. 어쨌든 국민-민족국가의 모습을 한 동안 지녀야 한다는 전제 아래에서 우리는 미국에 관심을 갖는 것 이상으로 중국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이러한 책은 그 시도 중 좋은 시작이라고 본다.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 영사들, 여행자들의 이야기들이 더 많이 나오고 쌓여야 하며 더 많이 중국으로 가야 한다. 연암 선생이 그랬듯 말이다. 




사족 1. 최근 혹은 장기간 동안 도대체 영사/대사관은 무엇을 하는 존재인가 궁금해했던 적이 있다. 해외에서 수난을 겪는 한국인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이 기관의 존재 의의는 무엇인가, 생각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언론(혹은 유사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이 책을 보면서 적어도 '상무부' 만큼은 이런 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약간은 들었다. 


사족 2. 책의 한 부분이 조금 거슬렸다. 별생각 없이 쓴 문장일 수도 있겠지만 '알파고 같은 기획력'이라는 워딩이 있었다. '기획'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광범위한 '문제정의'를 기반으로 하는 내가 아는 '기획'의 범주에서 '알파고'는 기획력이 1도 없는 친구이다. 물론 주어진 상황에서 딥러닝 머신러닝 하며 주어진 문제를 푸는 것은 매우 잘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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