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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n Oct 15. 2017

그다지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 말입니다.

나는 누구인가 매거진 글입니다.

왜 이런 글을 쓰는지

예전 글 1) 순살치킨 2) 아메리카노 3) 닌텐도 스위치 4) 여행 




그렇다. 언제고 이 사단이 날 줄 알았지만, 이토록 빨리 올 줄을 몰랐다. '나는 누구인가' 글을 하루 한 개씩 짧더라도 100일은 써야지 마음을 먹은 지 5일 차 만에 못 올리게 된 것이다. 작심삼일을 넘겼으니 칭찬을 해야 마땅한 것일까, 아니면 7일도 못 간 내 결심에 한탄을 해야 하는 것일까.


어쨌든 변명거리는 있다. 술을 마셨다. 꽤 많이. 본래 이 글이 쓰여야 했던 171012에 나는, 피곤함에 찌들어 있었다. 그래서 정시 퇴근을 하여 집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런데, 퇴사를 앞둔 친한 형님과의 술자리에 가야 할 것 같은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한 40분쯤 눈을 붙이고 모임 장소로 향했다. 그것도 잠이라고 체력이 회복되긴 해서, 기분 좋게 술을 마셨다.


그 형과는 '연태' 여행을 함께 했었고, 그래서인지 양꼬치 집에서 '잔술'을 마시게 된 것이다. 파인애플 향이 나는 고량주. 연태고량주는 날 중국 술이 빼갈 많고도 많지 참 이라는 생각을 하게 해 준 고마운 술이긴 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덕분에 100일을 넘게 잡아둔 일정을 한없이 미뤄지게 만드는 주범이 되었으니 한동안은 고마워하지 않을 예정이다.


각설. 그 술자리는 즐거웠다. 별의별 이야기가 다 나왔다. 나를 놀리는 시간에 불편하다거나, 남을 놀리고 나서 괜히 미안하다거나 하는 감정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저 술 '짠'에 녹여내어 버릴 수 있을법한 웃음이 가득한 술자리였다. 


하지만 난 사실 술과 친한 사람은 아니다. 


일단, 내 몸은 알코올 분해를 못한다. 아주. 많이. 맥주 반잔만 마셔도 온 몸이 달아오르고, 몸의 컨트롤이 무너져가는 것을 체감하는 사람이니 말해 무엇하랴. 당연히 술과 친해지기에는 어려운 인생이었다. 대학교 생활에서 아웃사이더가 되었던 여러 이유 중에 하나가 이 '술'을 즐기지 못해서가 아닌가 의심하기도 했다. 안 그래도 밥 먹을 돈도 없는데 굳이 술을 마시는 이유를 나는 당최 알 수가 없었다. 모임 자리만 나가면 술을 권하는 선배들이 드글대는 동아리, 학교 활동을 피하게 되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그러다 술과 본격적으로 친해지게 된 계기가 있다면, 역시 친구가 일하는 '술집' 이 '아지트' 화 되면서부터이다. 당시 취준생이던 나는 학교 수업 마치고 갈 곳이 없으면 그곳에 들려서 맥주 한잔을 시켜 빈둥대곤 했었다. 노트북도 생겼던지라, 역시 자기 소설 집필에는 술이지!라고 외쳤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거기서 여러 칵테일을 마셔보게 되었고, 어느 날인가 선배가 석화와 '싱글몰트'를 대접한 날이 있었고(이건 그 형네 집이었던 것 같다)..


결정적으로는 트레바리를 하면서 맥주의 종류가 방대하다는 걸 알고 직접 양조도 해보고, 위스키의 종류와 즐기는 방법을 배워가면서 나는 알코올 중독 직전까지의 상태로 가기도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술을 마시는 것을 그다지 즐기는 것은 아니다. 


정말로.


진짜, 술을 마실 때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술맛이 반에 반도 안된다. 결국 내 미각도 내 뇌의 부분 통제를 받는지라, 술은 그저 기분 좋은 날의 경우 곱하기로 그 기분을 좋게 해주지만 기분이 나쁜 경우에는 곱하기로 기분을 나쁘게 만드는 지라, 나는 특히 기분이 나쁠수록 술을 멀리하는 편이다.


돌이켜보면 예전에 술을 안 마시다 보니, 술자리에서 전후처리를 담당한 경험이 많았고, 더더욱 술에 취하는 것이 매우 위험하며 안 좋은 일이라고 굳게 믿었기에 이런 생각이 더 강화되는 것 같단 생각도 든다. 여전히 동아리 큰 행사를 마치고 난 이후 화장실에서 10여 분간 토하고 친구에게 개처럼 끌려간 그 날을 제외하면 '만취' 했다고 느끼는 날은 없다. 물론 거의 정상적인 판단을 못할 정도는 있었지만 내 몸을 온전히 가누지 못해서 집으로 걸어갈 엄두도 안나는 날은 없었다 정도이긴 하지만.


술에 관하여는 언젠가 또! 쓸 날이 올 것 같아서 여기까지 줄이기로 한다. 어쨌든 적어도 내 몸은 술을 싫어하고, 나 자신도 술을 좋아한다기보다는 - 아니 적어도 술에 취하는 것은 싫어한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며 글을 마친다. 


171012 에 쓰여야 할 글이었으나.

171015, 자기분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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