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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n Oct 16. 2017

프라모델

이세돌이 말했다. 집중력이 경쟁력이다.

나는 누구인가 매거진 글입니다.

왜 이런 글을 쓰는지

예전 글 

1) 순살치킨 

2) 아메리카노 

3) 닌텐도 스위치 

4) 여행 

5) 술

6) 화장실


프라모델을 시작한 지 한 일 년이 된 것 같다. 가조립도 완성으로 쳐준다면 완성한 것들이 대략 20개쯤은 되는 것 같다. 세어 본 적은 없다.


장난감과 친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이었다. 진짜?라고 묻는다면 어린 시절의 기억들은 명확하지 않아서 확언하기가 어렵다. 레고나 이런 것들은 충분히 있었던가 싶기도 하지만. 언젠가부터의 나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지 않았고 집 앞 만화방에 다니기 바빴으니까.


건담. 건담. 건담을 처음 좋아하게 된 것은 건담 W이라는 작품부터였다. 그래, 난 우주세기로 시작하지 않았다. 퍼스트 건담은 건담 오리진이라는 만화책을 보고 접했으니까. 투박한 것보다는 간지 나는 건담 W의 기체가 멋있지 않은가! 하지만 펄슨 투 펄슨 네트워크의 영광이 닿지 않은, 또한 ADSL의 가호를 받지 못한 나는 이 시리즈를 아직도 처음부터 끝까지 완주하지는 못했다. 다만 투니버스에서 몇 편을 챙겨보았던 것 같다.


로봇물에 대한 단상은 다음에 꼭 할 기회가 있으리라 보고. (퍼시픽 림 2도 나오니까) 이런 내가 어른이 되어, 대학교를 보낼 시절에도 프라모델과 같은 고급 장난감과는 인연이 별로 없었다. 제 밥벌이도 못하는 인간에게 무슨 프라모델이란 말인가. 하지만 그 와중에 나온 건담 더블오라는 시리즈는 건담 시드의 몇 편을 보고 맘을 접었던 내게 다시 건담에게의 사랑을 일깨워주었다. 


그리고 제 밥벌이만 하는 시절이 되었을 즈음에, 난 친구 손에 이끌려 건담을 모아 파는 프라모델 매장인 건담 베이스로 향했던 것 같다. 아마 그랬을 것이다. 생일 선물조로 졸랐던가, 아니면 내 돈을 주고 샀던가 명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SD 더블오 한대가 내 손에 쥐어졌다. 1성짜리 니퍼 하나와 함께.


첫 프라모델을 만드는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소문난 똥 손에다가, 미미한 수전증을 앓는(자가진단) 나로서는 스티커 하나 붙이는 일이라던가, 부품을 조립하는 일 하나하나가 매우 괴로운 사건의 연속들이었다. 그러나 그 문제에 몰입하고 있었을 때에 나는 비로소 잡생각에서 멀어질 수 있었다. 그렇다! 기우(기나라 사람의 우환) 고사를 보면서 남의 일이 아니며, 기나라 사람이야 말로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질 정도로 잡 고민과 걱정이 많은 내게 이러한 단순한 매뉴얼에 맞춘 조립 작업은 잘 되지 않기에 발생하는 스트레스와 함께 쓸데없는 걱정을 줄여주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 후, 개인적으로도 몇 구입했고, 사내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또 몇몇 구입했다. 친구가 선물한 것도 있었고. 형수님과 형이 생일 선물로 사준 것도 있었다. 인터넷에 중고로 (조립하지 않은) 나온 것들을 세트로 사고 나니 좁은 집안 창고는 조립하지 않은 건담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가질 수 없던 어린 시절의 욕망을 그득하게 채웠지만, 최고 레벨을 달성하지 못해서일까, 마음이 그리 썩 편하지만은 않다. 루리웹 등지에서 고수들의 작품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는 하는 생각은커녕, 저런 건 돈 많이 벌면 의뢰해서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뿐. 


그래도 내일은 오랜만에 니퍼를 잡고 만들던 프라모델을 완성시킬 예정이다. 왜냐고? 요즘 슬슬 또 생각이 많아지고 있으니까. 손을 바쁘게 해야겠다. 


171014에 쓰여야 했을 자기분석.

171016.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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