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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n Oct 16. 2017

이어폰 & 헤드폰

누가 말했던가, 집안 말아먹는 취미 중 하나가 음향기기라고

나는 누구인가 매거진 글입니다. 왜 이런 글을 쓰는지 에 대한 설명글도 썼고 여태 7개의 글을 써 왔습니다. 100개쯤 채우면 불민한 저도 스스로 어떤 인간인지 조금은 알게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하고 있습니다. 


예전 글 

1) 순살치킨 

2) 아메리카노 

3) 닌텐도 스위치 

4) 여행 

5) 술

6) 화장실

7) 프라모델



난 이어폰이 많다. 끊어진 이어폰도 있고, 아닌 것도 있고. 비싼 게 있냐고 물어본다면? 없다. 난 사실 그렇게 음향에 민감한 사람은 아니다. 그런 주제에 DAC를 구입한 적도 있고, 헤드폰 앰프에 관심을 보이기도 하며 아스텔엔컨 따위에 추파를 던지는 사람이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 음향에 큰 관심이 없다가도 아이와의 컴포넌트 오디오를 샀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소리 자체를 싫어하는 건 아닌 듯하다. 다만 전문적으로 하기에는 지력과 끈기가 모자란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자금력이 딸리고.


원목을 사용하는 오디오 브랜드인 '쿠르베' 청음실에서 독서 및 청음 모임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나는 처음으로 오케스트라의 소리가 구분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게 스피커 만의 탓일까? 내가 집중해서가 아닌가 란 생각도 들지만, 그때의 기억이 잊히진 않는다. 나도 언젠가 돈을 벌면 저런 걸 사야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오디오란 필연적으로 공간과 밀접하게 관련이 되어 있는 바. 그러려면 집부터 꽤 커야 하고, 방음 공사라던가 여러 가지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결정적으로 나는 가만히 앉아서 음악을 홀로 청취할 것 같지가 않다. 내가 열정이 넘쳐서 가만히 있는 것을 못 견디는 성격은 아니다. 다만, 그러지 못할 뿐이다, 정말로.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부터 이어폰을 끼고 살았다. 적어도 독서실을 다니던 와중에는. 그 시절에 나는 오버그라운드에서 피어나는 힙합의 1세대 아티스트의 노래에 꽂혀 있었다. 처음 접한 엠씨 스나이퍼의 노래는 아 가사가 저런 내용도 담을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해주었었다. 리쌍은 어떻고, 에픽하이는 또 어떤가! 중2병에 그 만한 동반자가 없었다. 


아이리버. 그래, 아이리버의 CDP 가 기억난다. 그 전에는 삼성의 마이마이였을 것이다. 그래, 그리고 명반 DJ DOC의 5집이 있었다. 청소년 청취 불가였지만, 어찌어찌 내 손에는 그 테이프가 쥐어져 있었고, 나는 경악을 금치 못하면서 반복 청취를 했었다. 하지만 그 음악은 적어도 주류는 아니었다. 또한 학교라는 공간과 공부라는 환경 속에서 나의 청취환경은 이어폰을 통한 것으로만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고등학교 시절 때도 그랬다. 자습 시간에 모 감독은 그것을 원치 않았겠으나, 나는 이어폰과 음악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지금 쓰는 '나는 누구인가'에 영감을 준 대학교 1학년 '글쓰기' 강의에서 써낸 '자기분석'에서는 이걸 세상과 나의 단절이라는 식으로 표현해내었었다. 중2는 역시 불치병인 것 같다. 


각설. 그러다 보니 조금씩 이어폰도 업그레이드를 하기 시작했다. 그중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2번이나 끊어먹은 모델명은 기억나지 않는 더 하우스 오브 말리의 온이어형 헤드폰이었다. 아마 내 돈 주고 산 것 중 당시 월 가처득소득 비중이 젤 높은 제품이었으리라. 하지만 버스를 타면서 끊어먹었었다. 어딘가에 걸려서.


그다음에는 여러 모델들을 섭렵했지만, 음향 전문가들이 뭐라 할만한 좋은 제품은 없었다. 이어폰은 10만 원 밑으로, 헤드폰은 20만 원 밑으로만 찾았다. 노이즈 캔슬링, 골전도 등 여러 신기술을 궁금해하긴 했지만, 그리고 그 기술의 가격이 떨어져 보급형 기기가 나왔을 때 사기도 했지만 모두 끊어먹었다.


그래, 이 빌어먹을 놈의 이어폰든을 중저가든, 번들이든, 큰 맘먹고 산 것이든 다 단선이 된다. 물론 고오오오오급형의 경우 단선 수리가 가능하고, 그것이 경제적이지만 내가 사는 것들은 그걸 하기에는 다 애매했다. 자연히 나는 조금씩 블루투스 - 코드프리로 넘어가고 있었다. 


지금 주로 쓰는 이어폰들은 길거리에서는 코드 프리들(아이콘 X나 닷츠 - 인디고고 펀딩.., 블루디오-알리익스프레스 만세)이고, 자리에 앉아서는 하우스 오브 말리나, 브랜드도 기억나지 않는 알리익스프레스 발 이어폰들이다. 소리가 다들 나쁘진 않지만, 좋다고 하긴 어려운 모델이다. 아, 모멘텀 1세대 온이어 헤드폰도 있긴 한데, 지금 내부에 문제가 생겼는지 소리에 노이즈가 껴서 걱정이다. 모멘텀과 같이 선을 갈아 끼울 수 있는 형태의 헤드폰에 달기 위한 btunes 같은 블루투스 젠더도 있다. 


어쨌든 코드프리를 주종목으로 밀면서 나의 충전 강박은 강해졌고, 덩달아 코드프리를 귀에 꼽은 채로 나가지만 행여나 배터리가 다 될까 염려스러워 유선 이어폰을 꼭 하나 챙겨 간다. 이쯤 되면 귀를 막는 부분에 있어서는 거의 강박증세이다. 달팽이관의 건강이 염려된다. 하지만 음악과 '팟캐스트' 등 이동 시간이 아니면 들을 시간이 없으니, 나름대로 합리적인 선택이기도 하겠다. 


뭐, 쓰고 나니 별 것이 없다. 예전 글들에 나온 내 모습이 몇몇 겹쳐져서 '음악'을 듣는 방식에 영향을 끼친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여러 가지 걱정을 하는 성격, 준비성에 대한 강박. 어린 시절 좋아한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풀어보면 나에 대해서 더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정도의 단서? 


나를 알아간다는 것은 생각보다 재밌고, 치열한 과정이구나 하는 점은 내내 느끼고 있었고. 


171015에 쓰여야 했을 자기분석.

171016.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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