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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의 감각

365 Proejct (317/365)

by Jamin

내 글에 이어서 생각하기 030: 2분 기록법(틈새 저널링) 에 이어서

내 글에 이어서 생각하기 031: 무시를 대하는 삶의 태도에 이어서

내 글에 이어서 생각하기 032: 당신의 중요한 일이 계속 밀리는 이유에 이어서


어떻게 일할 것인가 001-0-2: 모두가 같은 그림을 보도록

어떻게 일할 것인가 001-0-3: 흐름의 통제/가속/진화

어떻게 일할 것인가 002-0: Time Crafting: 시간을 조각하는 기술

어떻게 일할 것인가 003: NNL 기법 에 이은

어떻게 일할 것인가 003-0: 결정의 감각


목표로 가는 길을 여는 우선순위의 기술


긴급한 일과 중요한 일 사이에서 매일 갈등하며 살아가는 것이 현대인의 숙명처럼 느껴집니다. 수많은 할 일 목록을 앞에 두고 무엇부터 처리해야 할지 고민하다 보면, 결국 가장 시끄럽게 우리를 부르는 업무부터 손을 대게 됩니다. 그러는 사이 정작 비즈니스의 성장을 이끌고 개인의 커리어를 한 단계 도약시킬 핵심 과업들은 언제나 '나중에'라는 이름표를 달고 뒷전으로 밀려납니다.


처음 리더가 되었을 때, 가장 당황스러운 건 일이 너무 많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진짜 어려운 건, 무엇부터 해야 할지를 정하는 일입니다. 회의 안건이 쏟아지고, 요청이 들어오고, 리포트가 밀려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깨닫게 됩니다. 성장은 '얼마나 많은 일을 하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지금 하고 무엇을 나중에 미룰 줄 아는가'로 결정된다는 것을.


우선순위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다


처음엔 '빨리 결정하는 사람'이 유능하다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정말 뛰어난 사람은 빠르기보다 명확합니다. 그들은 일의 중요도를 직관적으로 가르고, 그 직관은 반복된 선택과 실패를 통해 다져집니다.


우선순위란 결국 방향을 정하는 일입니다. 시간을 관리하는 게 아니라, 에너지를 배분하는 일입니다. 지금의 선택이 어디로 향하는지 모른다면, 어떤 일정표도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전통적인 '긴급성과 중요성'이라는 이분법은 왜 실패할까요? 현실에서는 그 경계가 너무나 모호하기 때문입니다. 갑작스럽게 날아온 요청은 긴급한 일일까요, 중요한 일일까요? 팀 미팅 준비는 어떤가요?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시간은요? 대부분의 업무가 어느 정도의 긴급성과 중요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을 때, 이런 구분은 무의미해집니다. 결국 우리는 모든 것을 '긴급하고 중요함' 칸에 쑤셔 넣게 되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갑니다.


그래서 훌륭한 리더는 하루를 전혀 다른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이 일이 우리가 설정한 목표 달성에 얼마나 직접적으로 기여하는가?"
"지금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이고, 나중에 해도 괜찮은 일은 무엇인가?"


그 단순한 구분이 혼란의 시간을 질서로 바꿉니다. 이 하나의 질문이 복잡하게 얽힌 우선순위의 실타래를 푸는 열쇠가 됩니다.


NNL: 목표와의 거리로 일을 배치하는 로드맵


이런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프레임워크가 있습니다. NNL(Now-Next-Later) 로드맵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일을 시간 순서대로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우리가 설정한 궁극적인 목표와 각 업무가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매기는 전략적 사고 도구입니다.


NNL은 모든 과업을 세 가지 시간 지평선으로 명확하게 분류합니다.


NOW - 지금 당장 해야 할 일
보통 1-2주 안에 완료해야 하며, 현재 설정된 목표 달성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핵심 과업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예를 들어 이번 분기 목표가 '매출 20% 성장'이라면, 진행 중인 대형 거래 3건을 마무리하고, 이탈 위험이 있는 고객 5곳과 긴급 미팅을 잡고, 신규 프로모션을 즉시 실행하는 것이 NOW에 해당합니다.


NEXT - 다음에 할 일
1-3개월의 시간 범위를 가지며, NOW 과업들이 완료된 후 시작될 준비 단계의 일들입니다. 당장 에너지를 쏟을 필요는 없지만 계획 안에는 포함되어야 합니다. 다음 분기 신제품 런칭 준비, 팀 역량 강화 교육 프로그램 설계, 시스템 개선 타당성 검토 같은 일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LATER - 나중에 할 일
3개월 이후를 바라보는 장기적 관점에서 중요하지만, 아직 구체화하기에는 이른 아이디어나 프로젝트들입니다. 잊지 않도록 기록해두되 적극적으로 자원을 투입하지는 않습니다. 새로운 시장 진출 가능성 리서치, 혁신적 기술 도입 검토, 장기적인 조직 문화 개선 프로젝트 같은 것들이 좋은 예입니다.


NNL 로드맵 실행하기: 5단계 프로세스


그렇다면 이 프레임워크를 실제로 어떻게 적용할까요? 다섯 단계의 프로세스를 따르면 됩니다.


1단계: 북극성 목표 설정

모든 우선순위는 명확한 목표에서 시작됩니다. 이번 분기나 이번 달의 가장 중요한 목표 하나를 정하되, '신규 고객 100명 확보'나 '핵심 기능 A 출시'처럼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한 형태여야 합니다.


2단계: 브레인 덤프
머릿속에 있는 모든 할 일을 하나의 목록으로 쏟아냅니다. 개인적인 일, 업무, 아이디어 등 크고 작은 것을 가리지 말고 모두 적되, 이 단계에서는 판단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3단계: 기여도 평가
각 항목이 북극성 목표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객관적으로 점수를 매깁니다.

3점: 이 일이 없으면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려움

2점: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지만 필수적이지 않음

1점: 관련은 있지만 영향이 미미함

0점: 목표와 전혀 관계없음


4단계: 시간 제약 확인
기여도와 별개로 마감일이 정해져 있거나 다른 업무의 선행 조건이 되는 일들을 명확히 표시해야 합니다.


5단계: NNL 배치

기여도 3점이면서 2주 내 마감 → NOW

기여도 2-3점이면서 시간 여유가 있음 → NEXT

기여도 1-2점이거나 3개월 이후 관련 → LATER

기여도 0점 → 과감히 제거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위임


모든 결정은 두 종류뿐이다


NNL 로드맵을 운영하다 보면 매 순간이 '결정'입니다. 그런데 모든 결정이 같은 무게를 가지는 건 아닙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결정을 두 가지로 나눴습니다. Type I과 Type II — 즉, 되돌릴 수 없는 결정과 되돌릴 수 있는 결정입니다.


Type I: 되돌릴 수 없는 문
전략, 방향, 브랜드, 큰 투자처럼 한 번 결정하면 되돌리기 어려운 일들입니다.


Type II: 다시 열 수 있는 문
실험, 기능 수정, 문서 포맷 변경처럼 필요하면 언제든 바꿀 수 있는 일들입니다.


초보자는 대부분의 결정을 Type I처럼 다룹니다. 모든 걸 심각하게 생각하고,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느라 멈춥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은 사실 Type II, 즉 되돌릴 수 있습니다. 이걸 깨닫는 순간부터 의사결정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집니다.


결국 중요한 건 완벽한 판단이 아니라, "다시 선택할 수 있다는 감각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결정을 잘 내리는 사람들은 늘 같은 세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이 결정은 되돌릴 수 있는가? → 그렇다면 지금 당장 실행하라.

되돌릴 수 없는가? → 그렇다면 충분히 맥락을 모을 때까지 기다려라.

결과를 감내할 수 있는가? → 그렇다면 망설이지 말라.


일상의 실행: 체력이 곧 판단력이다


NNL 로드맵이 전략 지도라면, 일일 계획과 주간 리뷰는 그 지도를 따라 실제로 나아가는 과정입니다.


매일 아침: NOW에 집중하기
NOW 목록을 확인하고 오늘 집중할 가장 중요한 일 1-3가지를 선택해 하루를 계획합니다. 이를 통해 긴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에 휘둘리지 않고 핵심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매주 금요일: 30분 업데이트

NOW에서 완료된 항목을 제거하고 성과를 축하합니다

NEXT 항목 중 우선순위가 높아진 것을 NOW로 옮깁니다

새롭게 발생한 업무를 평가하여 NNL에 배치합니다

LATER 항목 중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은 과감히 삭제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진실이 있습니다. 의사결정의 속도는 머리의 빠르기가 아니라 체력의 문제입니다. 체력이 있는 사람은 더 자주, 더 많이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결정 후 생길 피드백, 비판, 실패를 감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체력이 약하면 결정이 느려집니다. '좀 더 고민해보자'라는 말의 이면에는, 사실 '지금은 감당할 자신이 없다'는 두려움이 숨어 있습니다. 그래서 좋은 리더는 논리보다 회복력을 먼저 키웁니다. 틀린 결정을 바로잡을 수 있는 자신감, 실패 후에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근육, 그게 곧 빠른 판단의 원천입니다.


당신이 버틸 수 있는 만큼만 빠르게 움직이세요. 결국 의사결정의 속도는 감당할 수 있는 고통의 크기와 정비례합니다.


실패 신호를 읽어라


이 시스템을 운영하다 보면 몇 가지 실패 신호를 만날 수 있습니다.


NOW 목록에 20개 이상의 일이 있다면
북극성 목표가 너무 많거나 모호하다는 뜻입니다. 목표를 하나로 좁히고, 그 목표와 직접 관련 없는 일은 과감히 NEXT나 LATER로 옮겨야 합니다.


매일 NEXT에 있는 일만 처리하고 있다면
긴급한 일에 압도되어 전략적인 NOW 과업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NOW 항목을 더 작고 실행 가능한 단위로 쪼개어 시작의 부담을 줄여보세요. '신제품 기획'을 '경쟁사 리서치'로 바꾸는 식으로 말입니다.


LATER 목록이 6개월째 그대로라면
실제로는 중요하지 않거나 실행 의지가 없는 일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목록을 정기적으로 검토하고, 더 이상 가슴을 뛰게 하지 않는 아이디어는 과감히 삭제하세요.


우선순위는 방법이 아니라 감각이다


모든 우선순위 프레임워크 — Eisenhower, RICE, NNL — 는 결국 도구일 뿐입니다. 그 도구를 살아 있게 만드는 건 '판단의 감각'입니다. 도구는 사고의 구조를 돕지만, 결국 결정은 사람의 체온 위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경험 많은 리더일수록 '틀릴 수 있는 결정'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방향을 바꾸더라도 멈추지 않습니다. 그 결정의 감각은 반복과 피드백, 그리고 자신에 대한 신뢰 속에서 단단해집니다.


우선순위 관리의 본질은 무엇을 할지 정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을지 결정하는 것입니다. NNL 로드맵은 목표와의 거리를 기준으로 이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체계적인 도구입니다.


지금 시작하라


새로운 리더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단 하나입니다. 결정을 두려워하지 말고, 미루는 습관을 경계하세요. 우선순위를 정한다는 것은, 동시에 수많은 일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일입니다. 그 선택이 두렵다면, 일단 작게라도 결정해보세요. 작은 결정들이 쌓여야 방향감각이 생깁니다.


지금 바로 종이 한 장에 NOW, NEXT, LATER 세 개의 열을 그려보세요. 그리고 당신의 할 일 목록을 채워나가며 스스로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져보시기 바랍니다.


"이 일이 정말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일치하는가?"
"이건 지금 할 일인가, 나중에 할 일인가?"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바쁨의 함정에서 벗어나 진정한 생산성의 길로 들어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잊지 마세요. 좋은 리더는 완벽히 옳은 사람이라기보다, 결정하고 배우고 다시 결정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지금 해야 할 일을 선택하는 일, 그 단순한 행위가 결국 당신을 성장시킵니다.


이 글은 단순히 일의 기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결국 우리는 모두 자신이 만든 결정의 결과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러니 매일의 혼란 속에서 한 번쯤은 이렇게 자문하세요. 그 한 문장이, 당신의 하루를 그리고 인생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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