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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봉준 Jul 18. 2024

OKR이라는 환상이 가져다준 결과

OKR이라는 환상을 쫓았던 결과는 무엇일까?

OKR이라는 환상을 쫓았던 결과는 무엇일까?


OKR이라는 도구를 알게 되었을 때 큰 희열이 있었습니다. 조직에서 오랫동안 성과 관리 업무를 할 때, KPI가 가지고 있는 부작용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었습니다. 그래서 OKR이라는 도구가 더 끌렸던 것 같습니다. 이후 OKR이라는 도구를 연구하고, 다양한 조직에서 컨설팅도 하고 강의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샌가 지나간 유행처럼 OKR도 많은 사람에게 식상한 주제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국내에 OKR이 유행한 지 9년 정도가 지났는데, OKR이라는 환상을 쫓았던 결과가 무엇일지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OKR을 도입하고 난 뒤 조직의 변화는 다양하겠지만, 주로 세 가지 결과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OKR의 부작용 때문에 다시 KPI로 돌아간다.  
    회사는 OKR 도구를 정착시킨 것에 만족하고 직원들은 극혐 한다.
    (극히 소수) OKR이라는 도구로 빠르게 실행하고 성과에 도전하는 문화가 정착했다.


예상하시겠지만, 많은 조직이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결과를 맞이했습니다. OKR에서 KPI로 돌아간 경우, 조직과 구성원 모두 더 혼란스럽게 되었고, 이전보다 더 성과를 낼 수 없는 시스템을 갖게 되었습니다. 구글에서 성공한 도구라는 이유로  OKR에 관심을 가지고 환상을 쫓았지만, 그 결과는 이전보다 더 혁신에 도전하지 않고 경직된 조직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왜 대다수 조직에서 OKR이 실패했을까?

OKR 정착에 실패한 조직은 왜 실패하게 되었을까요? 이러한 질문을 하면 대부분 비슷한 대답을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구글이 아니니까요.”
“국내 조직문화와 실리콘밸리의 조직문화는 다르니까요.”
“구성원이 OKR을 수용할 준비가 되지 않았어요.”


물론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 경영환경도 조직문화도 다른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OKR이 실패했다면, 이 도구를 활용해서 성장을 경험하는 국내 회사가 없어야 하지 않을까요? 대부분 실패를 경험하지만, OKR을 통해 급격하게 성장하는 조직들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조직의 리더들을 만나고 컨설팅을 하면서 OKR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근본적인 원인은 3가지입니다. 


[패러다임 시프트 부재]

첫 번 째는 성과 관리에 대한 패러다임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OKR은 성과를 관리하기 위한 도구가 아닙니다. OKR은 성과를 개발하기 위한 도구로서 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OKR을 도입하면서 이러한 관점이 잘 수용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OKR의 배경과 철학을 아무리 이야기해도, 많은 리더의 머릿속에 이러한 도구는 어떤 사람이 일을 더 잘했는지 평가하기 위한 도구로 생각합니다. 경영진이 평가의 도구로 생각하면 구성원은 성과에 도전할 수 없습니다.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보수적인 수치를 고집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새로운 도전이나 시도를 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정감이 생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도전에 대한 실패를 용납하지 않음]

두 번 째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지만 실패를 수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구성원은 높은 Goal을 정하고 도전했지만, 리더는 진척률이 왜 70%밖에 되지 않냐고 비난하듯이 묻습니다. 심지어 130%를 달성하면 너무 도전적인 수치가 아니었다고 이야기합니다. 


결국 리더가 구성원의 도전을 지지하지 않고 의심하기 때문에 구성원의 도전은 멈출 수밖에 없습니다. 끊임없이 구성원을 평가하기 위한 도구로 OKR을 사용하니 성과는 나지 않는 것입니다. 결국 구성원이 자신의 KR의 책임감이 부족하다며 KPI로 회귀하는 것입니다. 물론 KPI로 회귀해도 구성원이 목표에 도전하는 환경은 생기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결과로 따라옵니다.


[과정을 빼앗고 책임을 전가함]

구성원이 성과에 무책임하게 만드는 가장 빠른 길이 있습니다. 성과를 내기 위한 과정을 마이크로 매니지먼트하고, 결과에 대한 책임은 구성원에게 돌리는 것입니다. 직원들이 성과에 대해 무책임하게 될 때 항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핑계는 이것입니다.


‘내가 결정한 게 아닌데?’


물론 비즈니스의 방향을 정할 때, 리더의 의견이 필요하고 합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업무에 대한 구성원의 전문성을 인정한다면, 함께 논의하지만 그 결과를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선택의 자유를 허락해야 합니다. 과정을 빼앗긴 구성원에게 책임만 전가한다면, 구성원은 성과를 내기 위한 과정을 생략한 채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도전을 멈출 것입니다. 


아쉬운 것은 대부분 조직에서 리더들은 자신이 선택한 결과에 대한 책임을 구성원에게 묻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적극적으로 이야기했어야지”


이렇게 말하는 리더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말은 스스로 리더십 없다는 것을 방어적으로 표현한 것뿐입니다. 구성원의 의견과 몰입을 이끌어내는 것이 리더의 책무입니다. 구성원이 업무에 도전하고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라는 것입니다. 리더의 역할을 하지 않고, 과정의 자유를 빼앗고 결과의 책임을 떠넘긴다면 성과 관리는 실패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성과 관리, 어떻게 해야 할까?

모든 것이 리더의 탓이라고 말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성과 관리가 되지 않는 것이 단순히 구성원이 열심히 하지 않거나, 조직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사실 KPI로 돌아가는 것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OKR이 되었건 KPI가 되었건 구성원이 자신의 일에 몰입하고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리더의 책무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하지 않으면 ‘나는 성과 관리를 못하는 리더야’라고 스스로 무능하다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OKR의 철학과 사용 방법을 다시 한번 살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리더가 어떻게 하면 OKR을 사용해 성과를 낼 수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면 되는지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1. OKR은 O(Objective + Key Result)입니다. OKR은 목적성과 성과 결과가 같이 존재합니다. 즉,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내적인 동기를 자극하고, 성과를 내기 위한 ‘구체적인 목표’가 함께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OKR을 사용한다고 이야기하면서 O(목적성)을 형식적으로 관리하고 KR(성과 결과)만 관리하는 조직이라면 OKR을 도입한 의미가 이미 사라졌을 것입니다.


2. OKR의 도전은 구성원과 조직이 함께 성장하기 위함입니다. KR을 도전적인 수치로 잡는 것은 실패할 가능성이 50%의 확률을 가졌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높은 목표에 도전하고 있다는 서로에 대한 신뢰와 협력이 중요합니다. 도전한다는 것은 같은 목표를 향해 모두가 전심으로 함께 뛰는 것을 의미합니다. 높은 KR에 도전하면서 그 결과로 누군가를 평가할 준비를 하고 있다면, OKR이 작동하기 어려운 조직문화가 확산되고 있을 것입니다.


3. OKR은 세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OKR을 세웠다면 먼저 주간 회의와 1on1이 바뀌어야 합니다. 

주간회의 때 서로가 하고 있는 일을 검사받기 위해 나열하는 시간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 팀이 무엇에 도전하고 있고, 그 도전을 위해 어떤 시도와 실패가 있는지 소통하는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KR을 달성하기 위한 아이디어와 프로젝트의 제목들이 주간 회의 때 나누어져야 합니다.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업무가 아닌 함께 합의한 OKR을 달성하기 위해 무엇을 시도할지 논의하는 자리가 주간회의가 되어야 합니다.   


1on1도 마찬가지입니다. 1on1은 고충 상담하는 시간이 아닙니다. 구성원이 OKR에 얼마나 집중하고 도전하고 있는지 묻는 자리가 되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OKR에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되는 장애 요소나 어려움을 어떻게 함께 극복할지 이야기해야 합니다. 목표를 세웠지만 목표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인지 무관심한 리더라면 구성원은 성과와 상관없는 불필요한 목표에 시간을 빼앗기고 있을 수 있습니다.


OKR에 대한 원래 의미와 사용법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다음 아티클을 천천히 살펴보시면서 우리 조직의 성과 관리를 고찰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https://brunch.co.kr/@tanagement/182

https://brunch.co.kr/@tanagement/183

https://brunch.co.kr/@tanagement/184

https://brunch.co.kr/@tanagement/185

https://brunch.co.kr/@tanagement/186


OKR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기

국내 조직에 OKR이라는 환상이 있었습니다. 이 환상은 OKR의 본질과 상관없이 표면적으로 조금만 이해하면 모든 조직이 구글처럼 변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였는지도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환상에서 나왔을 때, 이미 이전 방식으로 돌아가는 뼈아픈 경험을 했는지도 모릅니다. 


이제 OKR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조직이 어떤 의미와 방법으로 성과 관리를 하고 있는지 고찰해야 합니다. 목표를 세우고 목표에 이르는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리더와 구성원이 함께 돌아보아야 합니다. 


여러분은 성과 관리를 어떤 방식으로 하고 계신가요? 목표를 세우고 목표에 이르는 과정을 어떻게 관리하고 계신가요? OKR이라는 도구보다는 성과를 내기 위해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할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구성원과 솔직하게 이야기해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목표를 세우는데 어려웠던 점과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는지를 솔직하게 이야기해보십시오. 그 과정에서 조직의 성과를 관리하는 리더로서의 역할을 재정의해보시기 바랍니다. 


OKR을 활용하거나 성과 관리를 하시면서 어려웠던 점, 고민들을 댓글에 나눠주시면 좋겠습니다. 고민들을 함께 나누고, 어렵지만 해결하기 위한 서로의 생각들을 나눠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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