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시월의 마지막 날은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듯 추웠다. 오죽하면 그날을 기념하는 쓸쓸하고 외로운 이별노래도 있겠는가. 끝날 줄 모르는 여름을 뒤로 하고 가을 안으로 살짝 발을 내딛었나 싶으면 어느새 빨갛게 예뻤던 단풍물이 든 나뭇잎이 발 아래 나뒹굴어서 너무 빨리 지나가는 가을을 아쉬워하게 한다. 시월의 마지막 날이라 함은 그것을 밟고 지나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간의 가을 맛보다 좀 더 깊어진 사늘함을 장착하고 쌀쌀한 바람과 함께 훅하고 가버리는 가을..
가을은 그렇게 너무나 쓸쓸한 계절인데 어이없게도 먹을 것이 많고 살도 찌는 풍요의 계절이기도 하다. 잔인한아이러니이다.
올해는 이런 사과를 먹지 못한다. 과일값이 끝도 없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과는 추운 곳에서 난 것이 식감과 당도에서 현저히 우수한데 내가 근무했던 꽤나 추웠던 동네의 아버님께서 지구온난화 때문에 몇년 안에 바나나를 심어야 할 판이라고 하셨다. 이게 마지막 가성비 사과였을까..
해마다 그 동네에서 보내주시던 사과가 이제는 안 오고있다. 그나마 그동네 못난이 사과는 아직은 나의 예산 안이니 올해는 주문을 해야겠다. 크기는 작지만 귀엽고 달콤새콤함이 아직은 머물고 있는 그런 사과를 보내주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