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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경 Mar 23. 2020

해석에 기반한 논리학 개념

술어 논리 #9

[1] 논리적 귀결


문장 φ가 문장 집합 Γ의 귀결이란 건 곧 Γ에 속한 모든 문장을 참으로 만들어주는 모든 해석 아래에서 φ 역시 참이란 말입니다. 또 문장 φ가 또 다른 문장 ψ의 귀결이란 말은 ψ를 참으로 만들어주는 해석이라면 φ 역시도 반드시 참일 것이란 의미가 되죠. 이건 명제 논리 체계에서도 마찬가지였죠?

가령 문장 (∀x)(Fx→Gx)와 문장 (∀x)(Gx→Hx)로 이루어진 문장 집합에선 문장 (∀x)(Fx→Hx)가 귀결됩니다. 또는 이 문장이 (∀x)(Fx→Hx)를 함축한다고 말해도 되고요.

왜냐하면 논의 영역과 술어를 어떤 식으로 해석하더라도 이 문장 집합에 속한 문장들이 모두 참일 땐 반드시 (∀x)(Fx→Hx)도 참이 될 거니까요.


아무거나 한번 던져볼까요?

논의 영역: 전 우주
Fx: x는 외계인이다
Gx: x는 레몬이다
Hx: x는 태평양을 좋아한다

x가 무엇이든 Fx→Gx와 Gx→Hx를 충족한다면 Fx→Hx도 충족할 겁니다. 가물치가 외계인이라면 반드시 레몬일 것이고, 또 가물치가 레몬이라면 반드시 태평양을 좋아할 것이라면(!) 가물치가 외계인일 경우엔 태평양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가물치가 외계인이란 얘기가 아닙니다. 가물치가 레몬이란 얘기도 아니고요. 만약 그렇다면(!) 가물치는 Fx→Hx라는 열린 문장을 충족할 거란 얘기일 뿐이죠.


[2] 논리적 동치


문장 φψ가 가능한 모든 해석 아래에서 같은 진리값을 갖는다면 논리적 동치 관계에 있다고 봅니다. 이미 명제 논리 체계를 다루면서 설명드렸던 내용이죠?

(∀x)(Fx&Gx) (∀x)(Fx)&(∀x)(Gx)가 논리적으로 동치입니다. 어떻게 해석하든 같은 진리값을 갖거든요.

 

이번에도 아무거나 던져볼게요.

논의 영역: 자연수들의 집합
Fx: x는 홀수다
Gx: x는 짝수다

이 경우 두 문장은 모두 거짓입니다.

(∀x)(Fx&Gx)는 모든 자연수가 홀수이면서 짝수이기도 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자연수는 존재하지 않죠? 그래서 거짓입니다.

(∀x)(Fx)&(∀x)(Gx)는 모든 자연수가 홀수라는 문장과 모든 자연수가 짝수라는 문장을 연언 연결사로 묶은 것입니다. 그래서 두 문장 모두 참이어야 이 연언문도 참이 되죠. 하지만 연언지 어느 하나 참인 것이 없네요. 따라서 이 연언문도 거짓이 됩니다.


둘은 논리적 동치 관계를 맺고 있으니 어떤 다른 해석을 내놓아도 항상 같은 진리값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니 또다시 아무거나 던져보죠

논의 영역: 영화배우
Fx: x는 사람이다
Gx: x는 생물이다

모든 영화 배우는 사람이면서 생물입니다. 따라서 (∀x)(Fx&Gx)는 참이에요. 또 모든 영화 배우는 사람이고, 또 모든 영화 배우는 생물이기도 하니 (∀x)(Fx)&(∀x)(Gx) 역시 참이죠.


이렇게 어떤 해석을 던지든 이들 두 문장은 같은 진리값을 가질 겁니다. 논리적으로 동치니까요.


[3] 항진 문장과 모순 문장


항진 문장은 가능한 모든 해석 아래에서 참인 문장을, 그리고 모순 문장은 가능한 모든 해석 아래에서 거짓인 문장을 일컫습니다. 역시 명제 논리 체계와 다르지 않아요.



(∀x)(FxFx), 이런 게 항진 문장이겠죠? 세상에 F이면서 F가 아닌 게 있을 수가 있겠어요? 술어 F를 어떻게 해석하든 마찬가지입니다. 사과를 좋아하는 사람은 당연히 사과를 좋아할 것이고, 힘이 센 동물은 반드시 힘이 셀 겁니다. 이런 문장을 거짓으로 보는 해석이란 존재할 수 없어요.


모순 문장으로는 (∀x)(Fx&~Fx)가 있겠습니다. 모든 것이 F이면서 F가 아니라뇨? 모든 지구에 사는 모든 생물이 외계인이면서 외계인이 아니다? 세상만사가 쉬우면서 쉽지 않다? 이런 말이 참일 리가 없습니다.


[4] 논리적 (비)일관성


한비자』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

초나라에 방패를 파는 사람이 있었는데, 자랑스러운 듯 이리 말하였다. "이 방패는 견고하여 그 어느 것으로도 뚫을 수가 없소!" 그런가 하면 그는 자신이 파는 창을 내세우며 "이 창은 날카로워 못 뚫는 게 없소!" 이 말을 듣던 행인이 이렇게 물었다. "그 창으로 그 방패를 찌르면 어찌 되오?" 상인은 말이 없었다.

창[矛]와 방패[盾]에 대한 이 이야기에서 모순矛盾이라는 말이 비롯되었죠.


하지만 『한비자』 이야기는 앞서 살펴본 모순 문장 개념과는 결이 다릅니다. 모순 문장은 그 자체로 어떻게 해석되든 항상 거짓이 되는 문장을 의미합니다.


『한비자』에 등장하는 두 가지 주장, 그러니까 "이 창은 모든 것을 뚫을 수 있다"는 문장과 "이 방패는 모든 것을 막을 수 있다"는 문장이 서로 충돌한다는 것(=두 문장이 결코 동시에 참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설명하는 논리학 용어는 논리적 비일관성입니다.


어떤 문장 φ 혹은 어떤 문장 집합 Γ가 논리적으로 비일관적이란 말은 φ를 혹은 Γ에 속한 모든 문장을 참으로 만들어주는 해석이 전혀 존재하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그런 해석이 하나라도 존재하면 논리적 일관성이 성립한다고 봐요.


초나라 상인이 내뱉은 두 문장들로 이루어진 집합은 비일관적이에요. 그 문장을 어떻게 해석하든 도저히 둘 다 참이 될 수가 없기 때문이죠. (둘 다 거짓일 수는 있지만 말이죠.)

뮬니르로 비브라늄 방패를 때리면?


기호를 사용해서 살펴볼까요?

논의 영역: 사물들의 집합
Rxy: x가 y를 뚫을 수 있다
a: 초나라 상인의 다 막는(다는) 방패
b: 초나라 상인의 다 뚫는(다는) 창

이렇게 해석할 때,

~(∃x)(Rxa): 이 방패를 뚫을 수 있는 것은 없다
(∀x)(Rbx): 이 창은 모든 것을 뚫을 수 있다

이들 두 문장은 같은 진리값을 가질 수 없습니다.


먼저 첫 번째 문장의 양화사를 전환해볼까요?

그럼 a를 뚫을 수 있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문장 ~(∃x)(Rxa)(∀x)(~Rxa)가 됩니다. 모든 사물이 a를 뚫을 수 없다는 죠. 그럼 b 역시 a를 뚫을 수가 없겠네요?

그런데 두 번째 문장 (∀x)(Rbx)에 따르면 b는 모든 사물을 뚫을 수 있으니 a도 뚫을 수 있어야 할 겁니다. 그러니 이들 두 문장은 서로 일관되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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