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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경 Mar 28. 2020

술어 논리 체계에서의 도출

술어 논리 #10

도출이란 추론 규칙에 따라 어느 문장으로부터 다른 문장을 이끌어내는 걸 의미합니다. 이때 그 문장이, 그리고 그 문장을 구성하는 표현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지시체가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도출의미론적 작업인 해석과 대조적으로 구문론적인 작업이거든요.


술어 논리 체계에서 도출을 하기 위해 필요한 규칙


술어 논리 체계에서 도출을 하려면 명제 논리 체계에서 도출을 할 때 익혔던 추론 규칙들에 더해서 몇 가지 규칙들을 더 알아야 합니다. 그 추가 규칙들을 하나씩 살펴볼게요.



 양화사 전환

모든 인간은 죽는 말과 죽지 않는 인간은 없다는 말은 같습니다. 양화사가 속박한 열린 문장을 부정하고, 양화사 종류를 바꾼 후, 양화 문장 전체를 부정하더라도 그 진리값은 변하지 않죠.

(∀x)Φx ≡ ~(∃x)~Φx
~(∀x)Φx ≡ (∃x)~Φx
(∀x)~Φx ≡ ~(∃x)Φx
~(∀x)~Φx ≡ (∃x)Φx


보편 예화universal specification
보편 양화 문장이 주어지면 보편 양화사가 속박한 변항의 자리에 아무것이나 대입한 후 보편 양화사를 제거할 수 있다. 모든 게 변한다면 나도 변하고, 너도 변하고, 사랑도 변한다.

(1) (∀x)Φx
 ∴ Φa                  1 US


존재 일반화existential generalization
이 사랑이 변하지 않는다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건 존재한다. 너무 쉬워서 별로 할 말이 없네.

(1) Φa
 ∴ (∃x)Φx        1 EG


④ 보편 일반화universal generalization

    {…}       (n) Φa
{n, …} (n+1) (∀x)Φx      1 UG

좀 이상하지 않나요? 마치 이 사과가 맛있으니 모든 사과가 맛있다, 이런 식으로 들리니까요. 사실 이 규칙은 아무 때나 쓸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될 때만 사용할 수 있어요.


전제(n)이 의존하는 다른 전제에 보편 일반화하게 될 상항(=a)가 사용되지 않아야 한다

결론(n+1)에 그 개체 상항(=a)가 사용되지 말아야 한다


첫 번째 조건에 대해서 생각해봅시다. 전제(n)이 의존하는 문장에 상항 a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건 뭘 의미할까요? 전제(n)은 어떤 특정 대상(=상항 a의 지시체)에 대한 문장들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거죠. 상항 a는 그 전에는 전혀 쓰이지 않다가 전제(n)에 이르러서야 처음으로 나타나게 되는 겁니다. 임시로 도입되는 거죠.


물리학 교사가 뉴턴의 제2 운동 법칙(F=ma)를 설명하면서 "이 당구공의 질량을 m이라고 해보자"라고 말하는 경우를 떠올려보세요. 이때 m은 212g처럼 특정한 값을 가리키는 게 아닙니다. 그저 질량과 가속도와 힘의 관계를 보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 임시로 도입한 기호일 뿐이죠. 특정한 당구공을 예로 들었지만 결국에는 힘이 질량과 가속도의 곱에 비례한다는 설명을 끝으로 "F=ma"라는 일반적인 결론에 도달할 겁니다.


모든 초능력자가 정부의 감시를 받고, 또 모든 사람이 초능력자인 나라를 상상해볼까요? 이 곳에선 모든 사람이 정부의 감시를 받을 겁니다.

Fx: x는 초능력자다
Gx: x는 정부의 감시를 받는다

기호를 이렇게 해석한다면


모든 초능력자가 정부의 감시를 받는다는 문장은

(∀x)(Fx→Gx)

이렇게 나타낼 수 있겠고요.


모든 사람이 초능력자라는 문장은

(∀x)Fx

이렇게 나타낼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이들 문장에 보편 예화 규칙을 적용해서 새로운 문장을 도출해봅시다.

       (1) (∀x)(Fx→Gx)
       (2) (∀x)(Fx)
{1} (3) Fa→Ga              1 US
{2} (4) Fa                        2 US

그리고 이렇게 얻은 전제(3)과 전제(4)에 전건 긍정 규칙을 적용하여 또 다른 문장을 도출해요.

          (1) (∀x)(Fx→Gx)
          (2) (∀x)(Fx)
   {1} (3) Fa→Ga              1 US
   {2} (4) Fa                       2 US
{1,2} (5) Ga                      3,4 MP

자, 이제 전제(5)에 보편 일반화 규칙을 적용해봅시다. 일단 전제(5)가 의존하는 문장, 그러니까 전제(1)과 전제(2)에 상항 a가 등장하지 않으니 못할 것 없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도출하게 될 전제(6)에도 상항 a가 등장하지 않으면 되고요.

            (1) (∀x)(Fx→Gx)
            (2) (∀x)(Fx)
   {1}  (3) Fa→Ga              1 US
   {2}  (4) Fa                        2 US
{1,2} (5) Ga                       3,4 MP
{1,2} (6) (∀x)(Gx)         5 UG

이렇게요.


이 상상 속 나라에선 모두가 초능력자고, 또 초능력자는 모두 정부의 감시를 받고 살아갑니다. a도 예외가 아니어서 초능력자일 것이고, 따라서 정부의 감시를 피해 갈 수 없겠죠. 하지만 이 말은 a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게 아닙니다. b도 마찬가지일 것이고요. c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사실 누가 됐든 상관없죠. 개체 상항으로 다른 기호가 아닌 a를 고집해야 할 이유가 없어요. 이 나라에선 누구나 그러니까요.

그래서 잠깐 등장한 이 상항 a는 사실 닥터 스트레인지와 같은 특정한 누군가가 아니라 아무 사람anyone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보는 편이 옳아요. 아무나 다 초능력을 부릴 줄 알고, 그래서 아무나 다 정부의 감시를 받는 곳이 바로 이 나라. 아무나 할 수 일은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이죠? 그렇듯 이 나라는 모두가 초능력자이고, 또 모두가 정부의 감시를 받는 곳이 됩니다.


⑤ 존재 예화existential specification

        {n}    (n) (∃x)Φx
       {m}   (m) Φa                       n ES
{…, m}     (o) (∃x)ψx
{…, n} (o+1) (∃x)ψx             o, m, n ES

이 규칙은 두 단계에 걸쳐서 사용됩니다.


첫째, 존재 양화 문장(n)에 포함된 변항을 임의의 상항(a)으로 대체한 새로운 문장(m)을 도입합니다.

둘째, 아래 3개 문장이 주어지면

최초에 주어졌던 존재 양화 문장(n)

그것에 존재 예화를 시행하여 얻어낸 문장(m)

이를 토대로 도출해낸 또 다른 존재 양화 문장(o)

문장(o)를 다시 쓰고, 그 전제 번호 중 m을 n으로 대체한다.


보편 일반화와 마찬가지로 존재 예화 규칙 역시 특정한 조건이 만족할 때에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단계를 통해 도입된 상항(a)이 그 전에는 등장하지 않았어야 합니다.

두 번째 단계를 통해 도출된 문장에 그 상항(a)이 등장하지 않아야 합니다.


첫 번째 단계는 사실 두 번째 단계와 연계하여 보지 않으면 전제 도입(P)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저 임의의 문장을 전제로 추가한 것에 불과하죠. 아닌 게 아니라 존재한다는 그게 a인지 b인지 도대체 어떻게 알겠습니까?

이 문제를 해소하려면 이 지점에서 도입되는 상항(a)가 특정한 대상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정확히 무엇인지는 몰라도 존재한다는 그것으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첫 번째 단계 이전에는 a가 등장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존재 예화를 시행하기 전에 이미 a가 등장했더라면 그건 특정한 대상을 지칭하는 표현이었을 테니까요.


어쨌거나 a는 상항이므로 결국에는 제거해주어야 합니다. 이후 상항 a를 포함한 어떤 문장에 대해 존재 일반화 규칙을 사용해 a를 포함하지 않는 존재 양화 문장을 얻어내는 것이죠. 그게 바로 문장(o)입니다. 그런데 문장(o)는 문장(m)으로부터 도출된 것이기는 하되 그게 Φa가 아니었더라도 충분히 도출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가령 문장(m)이 Φb, Φc, Φd 등 어느 것이어도 상관 없었던 거죠. 왜냐하면 a, b, c, d 등은 애시당초 특정 대상을 지칭하는 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문장(o)가 유독 Φa에만 의존한다고 볼 이유가 없습니다. 달리 말해 문장(o)는 문장(m)에 의존하지 않아요. 대체 뭔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존재하긴 한다는 그것이 술어 Φ를 만족한다는 문장(n)에 의존할 따름이죠.


예를 해 생각해봅시다.

모든 포유류는 동물이다
포유류는 존재한다.
∴ 동물은 존재한다.

타당한 논증은 아래와 같이 기호화할 수 있습니다.

(∀x)(Mx→Ax)
(∃x)(Mx)
∴ (∃x)(Ax)

걸 존재 예화 규칙을 사용해서 증명해봅시다.

             (1) (∀x)(Mx→Ax)
             (2) (∃x)(Mx)
     {3} (3) Ma                          2 ES
     {1} (4) Ma→Aa                1 US
{1, 3} (5) Aa                           3, 4 MP
{1, 3} (6) (∃x)(Ax)             5 EG
{1, 2} (7) (∃x)(Ax)             5, 3, 2 ES

첫번째 단계는 문장(3)에서 시작됩니다. 갑자기 상항 a가 등장했습니다. 이걸 댕댕이라고 해보죠. 이때 댕댕이는 특정한 강아지가 아닙니다. 일단 포유류가 존재하는 것은 확실한데, 그게 무엇인지 모르니 일단 존재하는 그것이 댕댕이라고 임시로 상정해놓는 것이죠. 정확히는 "포유류로서 존재한다는 그것"입니다. 그게 실제로 댕댕이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일단 그렇게 이름만 붙여 놓는 거에요.

그리고 문장(5)에 존재 일반화 규칙을 적용하여 문장(6)을 얻어냅니다. 이 문장은 얼핏 문장(3)에 의존하는 듯 보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a가 아니라 냥냥이(b), 꿀꿀이(c) 등 다른 상항이 문장(3)에 등장했었더라도 문장(6)은 도출될 수 있었을 것이니까요. 결국 문장(6)은 댕댕이와 같은 특정 대상이 포유류라는 문장(3)이 아니라 무엇인지는 몰라도 하여간 어떤 것이 포유류라는 문장(2)에 의존하는 것이죠.


논알못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


논알못들이 쉽게 빠지는 함정이 몇 가지 있습니다. 적용할 수 없는 규칙을 적용해버리는 경우인데요.


첫째,

            (1) (∀x)(Fx→Gx)
            (2) (∀x)(Fx)
{1,2}   ∴  (∀x)(Gx)            1,2 MP

이 논증 자체는 올바릅니다. 다만 그 결론을 전제에다 전건 긍정 규칙을 적용해서 얻을 순 없어요.

전건 긍정 규칙은 조건문과 그 조건문의 전건에 해당하는 문장이 주어졌을 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전제(1)은 조건문이 아니에요. 조건문은 두 문장을 조건문 연결사로 이어 만든 문장인데, 전제(1)은 열린 문장에 최종적으로 보편 양화사가 붙어 만들어진 양화 문장이죠? 전건 긍정 규칙을 적용할 수 있으려면 전제(1)이 (∀x)(Fx)→(∀x)(Gx)여야 하겠죠.


둘째,

      (1) ~(∀x)(Fx)
{1} ∴ ~Fa                      1 US

보편 예화 규칙은 보편 양화사를 붙여 만든 문장에 적용하는 규칙이에요. 그런데 전제(1)은 보편 양화 문장이 아닙니다. 보편 양화 문장에 부정문 연결사를 붙여 만든 부정문이죠.


셋째,

       (1) (∃x)(∀y)Fxy
{1}  ∴  (∃x)Fxb                 1 US

보편 예화 규칙은 보편 양화 문장사를 떼어내고자 할 때 써요. 전제(1)은 보편 양화 문장에 존재 양화사를 붙여서 만든 존재 양화 문장이에요. 그래서 이 문장엔 보편 예화 규칙을 적용할 수 없습니다.


도출 연습


양화사가 2개 이상 붙은 문장은 그 양화사 종류가 다를 때는 양화사의 순서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지만, 양화사 종류가 동일하다면 양화사의 순서를 바꾸어도 진리값이 바뀌지 않습니다. 이걸 한번 확인해보죠.

아래 두 문장 중 어느 하나로부터 다르 하나를 도출할 수 있는지 살펴보면 되겠죠?

(∀x)(∀y)(Rxy)
(∀y)(∀x)(Rxy)


{1} (1) (∀x)(∀y)(Rxy)
{1} (2) (∀y)(Ray)                    1 US
{1} (3) Rab                                  2 US
{1} (4) (∀x)(Rxb)                    3 UG
{1}  ∴ (∀y)(∀x)(Rxy)           4 UG


이런 논증도 도출을 통해 그 타당성을 밝혀봅시다.

직장인들은 유튜브로 성공하거나 퇴사할 수 없다
유튜브로 성공하는 직장인은 없다
∴ 직장인들은 퇴사할 수 없다

술어를

Fx: x는 직장인이다
Gx: x는 유튜브로 성공한다
Hx: x는 퇴사할 수 없다

이렇게 해석한다면 이 논증은 아래와 같이 기호화할 수 있겠습니다.

(1) (∀x)(Fx→(Gx∨Hx))
(2) ~(∃x)(Fx&Gx)
∴ (∀x)(Fx→Hx)

타당할까요? 전제로부터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지 알아봅시다.

               (1) (∀x)(Fx→(Gx∨Hx))
               (2) ~(∃x)(Fx&Gx)
        {2} (3) (∀x)~(Fx&Gx)           2 Q
        {2} (4) (∀x)(~Fx∨~Gx)        3 DeM
        {2} (5) ~Fa∨~Ga                       4 US
        {6} (6) Fa                                       P
    {2, 6} (7) ~Ga                                  5,6 DS
     {1}     (8) Fa→(Ga∨Ha)              1 US
     {1, 6} (9) Ga∨Ha                          6,8 MP
{1, 2, 6} (10) Ha                                 7,9 DS
     {1, 2} (11) Fa→Ha                        6,10 C
     {1, 2}   ∴  (∀x)(Fx→Hx)            11 UG

타당하네요. 퇴사하고 싶은 직장인들은 유튜브를 시작합시다.



연습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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