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이웃에게 소담스러운 쪽파 한 단을 선물 받았다. 정갈하게 싸인 쪽파는 마치 한 다발 꽃송이처럼 싱그러웠다. 시골에 다녀온 후 한 무더기 쪽파 더미를 갈무리하고 덜어냈을 남편 친구와 그 아내를 떠올리니 ‘소담스럽다’는 표현이 절로 나왔다. 정겨운 이웃의 수고와 정성을 생각하니 알싸한 쪽파 향기가 마치 꽃향기 같이 느껴졌다.
그렇잖아도 비비고 ‘파김치’에 푹 빠진 아이들의 파김치 타령에 장 볼 때마다 쪽파를 들여다보곤 하다 지나쳤는데, 때마침 찾아온 웬 떡을 반기며 ‘파김치’를 떠올렸다.
온 가족 동원하여!
지난번 ‘오이소박이’ 김치도 대성공을 거둔 터라 자신감 뿜뿜으로 ‘파김치 먹을 사람~~~!’을 외치니 가족들이 모두 손을 들었다. 그럼, 그렇지. 그렇다면 파는 누가 다듬을까? (쪽파나 부추, 달래 다듬기가 얼마나 귀찮은 일인지 해 본 사람들은 안다. 특히 나는 엄청 더 싫어하는 일이기에) '파김치'를 먹고픈 순진한 가족들은 나의 큰 그림에 모두 동원되어 남편과 둘째가 나서서 쪽파를 다듬고, 막내가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으며 각각의 몫을 해냈다.ㅎ ㅎ 이제 나는 양념을 만들어 버무리기만 하면 맛있는 '파김치'가 뚝딱 완성되는 것이다.
파김치 만들기
'파김치' 레시피를 검색하여 나의 수준에 딱 맞는 맞춤형 레시피를 찾아내었다. 명태 등을 삶아 육수를 내는 고급 레시피(분명 감칠맛이 더한 파김치가 될 것이지만)도 있으나 내가 감당하기에는 버거워 서둘러 패스했다.
♡ 쪽파를 흰 부분부터 액젓에 담가 절여준다. ♡ 집에 있는 까나리 액젓(종이컵 2/3)을 사용했다. ♡ 액젓을 골고루 돌아가며 적셔 파 전체를 절인다. ♡ 풀죽을 끓여 식혀 놓는다. ♡ 양념장을 만든다.(계량, 소주잔 2= 종이컵 1) ♡ 양념을 파뿌리부터 살살 펴서 골고루 묻힌다. ♡ 용기에 가지런히 담아 밖에 하루 정도 두었다가 김치냉장고에 보관한다.
이웃의 손길이 단정하다.
꽃묶음 처럼 예쁜 쪽파 묶음!
투박한 남편의 손으로 다듬어야 제 맛이지.
막내가 깔끔하고 단정하게 정리한 후 씻어 놓았다.
아뿔싸! 그 싱싱한 쪽파를 이렇게 만들다니. 출근 후 하루 방치한 대가가 너무 크다.
파뿌리부터 골고루 액젓을 묻혀가며 절인다.
고추가루(2 종이컵)에 매실(2 소주잔)+설탕(2T)+풀(2T)+마늘(2T)+생강(1/2T)+통깨를 추가하여 완성했다.
살살~~버무려 양념 옷을 입히니 진짜 파김치가 되어간다.
쪽파에 비해 양념의 양이 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액젓 냄새가 진동하며 우리를 킁킁거리게 했지만, 분명 맛난 파김치를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대파 값(파 한 단 값이 5,000원 이상이라니!)이 아직 하늘을 찌르고 있어 만만하게 여기저기 '파 송송' 썰어 넣어본 지 오래되었으나 이제 파김치로 호사 좀 누려봐야겠다. 아무튼 망설이기만 하던 일을 실행하게 만든 이들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더운밥에 기다란 파김치를 돌돌 말아 올리며 맛나게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