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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유 Dec 22. 2017

데이터 기반 콘텐츠 스토리 텔링

구글 뉴스랩 펠로우십 2일차


디지털 스토리 텔링


디지털 디바이스로 접하는 콘텐츠의 스토리텔링은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할까?


첫 번째는 Context, 그 사람이 처해있는 상황을 고려하는 것이다. 신문을 보는 것과 페이스북을 보면서 내 기사를 접하는 것은 다르다. 도달 환경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매체도 중요하지만 간과해선 안 되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다. 사람들은 보통 콘텐츠를 보고서 자신의 생각을 70:30정도로 갖는다. 그러다 70쪽의 경향을 가진 사람의 댓글을 보면 갑자기 100:0으로 확신하게 된다. 소셜에서 콘텐츠를 발행하는 것은 절대 진공 속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콘텐츠 발행자와 독자 간의 관계 역시 무시해선 안 되는 요소다.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인지 알고 있는 사람이나, 내가 다루는 문제에 대해 관심이 있었던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반응은 확연히 차이난다. 이런 consensus역시 잘 활용해서 콘텐츠를 기획해야 한다.


uncanny vally 그래프

두 번째는 Authenticity. uncanny vally라는 그래프가 있다. 인간과 유사하게 생긴 정도에 따라 로봇에 대한 호감도를 그래프로 나타낸 것인데, 빨간 동그라미가 쳐진 곳을 보면 유사성이 상당히 높은데도 호감도가 훅 떨어진다. 그 이유는 사람들은 '진짜'는 좋아하지만(그래프에서 '건강한 인간')진짜를 어설프게 흉내낸 어정쩡한 퀄리티의 로봇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콘텐츠 역시 마찬가지다. 괜히 능력에 적합하지 않은 개쩌는 퀄리티를 내려다가 애매한 콘텐츠를 만드느니, 차라리 퀄리티는 조금 떨어지더라도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명확하게 그리는 게 낫다.




독자 시선 끌기(Attention Grabbing)


위 요소들을 고려한다면, 콘텐츠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까? 어떻게 하면 우리의 메시지가 독자들의 머리에 착! 달라붙게 만들 수 있을까.


출처: 구글 뉴스랩 박상현님 수업자료

첫 번째는 단순할 것. 모든 스토리는 한 줄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사진은 조선일보 사회면에 실린 기사다. 제목을 보면, 어려운 단어를 쓰지도 않았고 한 줄만으로도 무슨 의미인지가 확실하게 전달된다. 메시지가 심플하려면 전하고자 하는 바의 핵심 가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정말 필요한 말만 할 수 있어야 한다. why를 계속해서 물어야 하는 이유.


도입부엔 '어!'하는 트리거를 줘야 한다.

두 번째는 의외성을 가질 것. 도입부는 뜻밖의 스토리/소재로 시작해야 한다. 메시지의 핵심 가치를 파악했다면, 그 가치에 대해 흔히 연상할 수 있는 이야기 말고 다른 소재를 활용해 사람들의 호기심을 유발해야 한다. 그 소재가 단순히 낯설고, 특이하기만 하고 메시지의 가치와 전혀 연관성이 없다면 커뮤니케이션을 실패하게 되니 유의할 것.


개인적으로는 도입부를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내 글의 대부분은 내가 직접 경험한, 혹은 친구가 해줬던 얘기로 시작된다. "내 얘긴데?"라는 생각을 함으로써 engagement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흔히 연상할 수 있는 이야기라도 '뻔하다'가 아니라, '나도 저런 적 있는데'라는 공감을 일으킬 수 있다면 좋은 트리거가 될 것.

*특이한 소재로 시작하더라도 그 소재를 내 일상과 엮을 수 있어야 사람들의 연상 시간(내가 의도한 반응까지 오는)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the-edit 웹페이지


세 번째는 바로 본문으로 들어갈 것. 종이신문은 내용이 한 면에 들어가 있어 마지막 줄이 어디인지 보이지만, 디지털은 그렇지 않다. 스크롤을 하면 언제 끝이 날지 모르기 때문에 '달성'이라는 보상을 주기가 어렵다.(종이신문의 경우 '조금만 읽으면 다 읽는다...!'하는 마음으로 읽는다.) 그래서 요즘에는 영상이나 웹 상단에 진행 과정을 알려주는 바를 표시한다. 내가 어디쯤 와있다는 것을 알면 좀 더 체류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위 사진은 내가 애정하는 리뷰 사이트 <디에디트>의 웹페이지인데, 상단에 현 위치를 알려주는 바(주황색)가 내가 읽는만큼 쭉쭉 늘어나서 그 재미로 끝까지 읽게 된다.


다만 내가 써온 글과는 정반대여서 고민이다. 재미있는 이야기로 눈길을 끄느냐 VS 메시지를 공개해서 호기심을 일으키느냐? 어떤 때에 어떤 전략을 써야할까? 콘텐츠의 목적 차이는 아닐까? (감성 자극 VS 정보 제공) 다양한 실험을 통해 테스트해봐야 할 듯.


출처: 구글 뉴스랩 박상현님 수업자료

네 번째는 모든 줄이 의미를 가질 것. "모든 기사들은 거기 있어야 할 이유가 있어야 한다." 퇴고할 때 특히 신경 많이 쓰는 부분. 이 때 아깝다고 잘라버리는 걸 주저해서는 안 된다. 나는 문장 혹은 문단 단위로 위치 바꾸기도 자주 한다. 위 사진은 NPR에 실린 기사인데, 문제 제기했다가, 반론했다가, 다시 해결책(?)얘기 했다가. 사람들이 끝까지 기사를 읽도록 중간중간에 꼭 읽어야 할 내용들을 배치해 글의 구조를 쫀득쫀득하게 만들었다.


출처: 구글 뉴스랩 박상현님 수업자료

마지막으로 흥미를 유발할 것. 위 사진의 첫 문장은 중요한 메시지는 아니다. 하지만 충분히 호기심을 일으킬만한 소재이기 때문에 제일 위에 띄웠다.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호기심을 갖게 되면 그제서야 본문을 언급하는 것이다. 독자 입장에선 무턱대고 자신이 모르는 사건들로 시작한 본문보다 읽기 훨씬 쉽겠지.




데이터 기반(Data-driven) 기획


콘텐츠를 잘 만들었다면 그 다음 해야할 일은 반응을 측정하는 것이다. <린 분석>에 의하면 데이터 주도적인 접근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가 기업의 의사결정과 행동에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것을 의미한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반응을 측정하되, 그로부터 나온 인사이트가 다음 콘텐츠에 반영되지 않으면 시간 낭비일 뿐이니 피드백 적용을 유념하며 데이터를 분석해보자.

*강의는 닷페이스의 황유덕님께서 맡아주셨다.


데이터 주도적으로 기획하는 방법

데이터 분석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목표'를 정하는 것이다. 콘텐츠를 배포함으로써 얻고자 하는 효용, 타깃 오디언스로부터 듣고 싶은 반응. 그리고 그 목표에 얼마나 도달했는지 측정할 수 있는 지표를 설정해야 한다. 1일차 글에서 말했듯 단순한 숫자(사이즈)에만 집중하다간 많은 것들을 놓칠 확률이 높다.


출처: 황유덕님 발표 자료

다만 어제 듣기로 강정수 박사님은 "감사하다는 말을 듣는 것"을 목표로 말씀해주셔서 '댓글이나 공유 발문을 보면 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정성적인 지표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닷페이스의 경우 영상 인사이트에서 사람들이 어느 지점에서 이탈하는지, 어떤 콘텐츠를 오래 보는지 등을 체크하면서 독자가 어떤 콘텐츠에 반응하는지를 촘촘하게 분석한다.


위 사진은 닷페이스의 영상을 분석하며 얻은 인사이트이다. "리스티클은 끝까지 본다"는 공식 비슷한 게 있었는데, 실제로 영상을 분석해보니 리스티클 포맷의 영상을 클릭한 사람은 체류시간이 길었다. 하지만 전제가 하나 있었다. '처음에 봐야'. 처음 나오는 예시에서 흥미를 끌지 못하면 사람들은 바로 나가버리는데, 반대로 처음에만 흥미를 끌면 높은 확률로 끝까지 본다고.

*리스티클: 리스트(list)와 기사(article)를 합친 말. ‘~하는 몇 가지’라는 리스트 형태의 포맷.


닷페이스 콘텐츠 제작 프로세스(출처: 황유덕님 발표 자료)

제작은 위 방식대로 이루어진다. 에자일 프로세스를 참고해 만들어진 프로세인데, 최대한 빨리 결과물을 만들고, 고객으로부터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 분석하여 인사이트를 도출하고, 다음 기획에 반영해 개선된 결과물을 내놓는 것을 중요시한다.


추천 사이트

http://agile.egloos.com/

추천 책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7034144


닷페이스 역시 빠른 기획->제작->발행을 하고, 발행 후 얻은 data를 학습해 다음 기획에 반영한다. 여기서 중요한 지점은 data->학습->기획 단계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data를 분석하더라도 그게 다음 기획에 반영되지 않으면 시간을 허공에 날린 것이니 하지 않은 것만 못하다.


분석 결과를 다음 기획에 반영하려면 좋은 인사이트를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1인 크리에이터가 아니라면) 팀원을 설득하는 것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왜 데이터를 봐야 하는지, 주어진 데이터가 암시하는 바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뭔지에 대해 팀원 모두가 공유하고 그 중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유덕님은 이를 '데이터로 이야기하는 문화'라고 말씀하셨다.


출처: 황유덕님 발표 자료

분석한 데이터를 어떻게 반영할까? 데이터를 분석하는 방법에 대한 자료는 많은데 막상 얻은 인사이트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자료는 많이 못 본것 같다.(내가 안 찾아봐서 그런가) 하지만 분석보다 중요한 건 적용이다. 우리는 기존 콘텐츠 개선을 위해 데이터를 분석하는 거니까.


닷페이스는 터진 콘텐츠와 안 터진 콘텐츠 각각의 이유를 철저하게 분석한다. 그 중에서도 잘 된 콘텐츠에 더 집중하는 편이라고.(망한 콘텐츠는 이유를 너무나 많이 댈 수 있어서 무엇이 진짜 원인이지 알기 힘들다) 성공한 콘텐츠의 비결을 파악하고 적용하여 다음 콘텐츠를 제작한다.


그 다음 단계는 지금까지 만든 콘텐츠들을 데이터를 분석해서 얻은 비결을 기준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이를 계열화라고 하셨는데, 이렇게 콘텐츠를 분류해두면 더 정밀한 분석이 가능하고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카페에 갔다"라는 자연어를 "날짜-12월 20일/ 날씨-맑음/ 장소-카페"로 전처리를 하는 과정과 비슷한 듯)




분석과 계열화를 통해 닷페이스가 지금까지 만든 콘텐츠로부터 얻은 인사이트는 다음과 같다.


출처: 황유덕님 발표자료

첫 번째 인사이트는 플랫폼 간의 차이. 유튜브에는 캐릭터가 출연하는 게(사람 얼굴이 나오지 않더라도, 내레이션이나...) 반응이 좋다고 하는데, 1인 크리에이터가 페이스북보다 유튜브에 많은 걸 보면 어느 정도 맞는 이유 같다. 또, 충성 팬을 형성하기에는 페이스북보다는 유튜브가 좋다고. 나만해도 유튜브를 접속할 때는 특정 유튜버를 생각하면서 들어가고, 페이스북은 타임라인을 보려고 들어간다.

두 번째 인사이트는 지속적 경험 제공하기. 위 사진은 콘텐츠로 유입되는 독자와 충성 독자, 혹은 지불의사를 가진 독자의 비율을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다. 조회수가 의미없는 숫자 놀이에 불과하는 지표가 될 수도 있는 건, 독자들이 Awareness단계에만 머무르고 이탈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도달한 독자들이 유의미한 반응을 일으키는 Purchase단계까지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충성도별 독자가 오른쪽의 빨간 선처럼 가파른 각도보다 왼쪽의 파란 선처럼 완만한 각도가 되는 게 이상적.


직접 시도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콘텐츠가 잘 되었을 때 본문이나 댓글(페북에서는 본문에 링크를 달면 도달이 떨어진다카더라)에 시리즈나 비슷한 주제의 다른 콘텐츠의 링크를 남기는 것이 있다. 유튜브에서는 영상을 카테고리별로 분류해 관련 영상을 쉽게 볼 수 있게 만들어둔다. (브런치의 매거진도 똑같은 수단.) 쉽게 간과했지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데, 독자가 콘텐츠를 보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실제적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콘텐츠와 캠페인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아동청소년 성매수자 인터뷰

https://www.facebook.com/facespeakawake/videos/542123056144853/

최근에 시작한 닷페이스의 HIM시리즈. 물론 영상의 메시지도 좋았지만 댓글에 아청법 개정 청원 서명 링크를 달아놓음으로써 사람들이 분노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그들의 힘으로 실질적으로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실제적인 행동지침을 제시했다. 콘텐츠를 기획할 때부터 어떤 메시지를 던질까는 물론이고, 해당 콘텐츠를 본 후 독자의 삶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해서도 철저히 고려해야겠다.


세 번째 인사이트는 포맷. 지금까지 포맷보다 타깃 오디언스와 명확한 메시지를 설정하는 것에만 집중하느라 포맷에 대해서는 많이 공부하지 못 했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돌고도는 찌라시에 혹하고...) 닷페이스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양질의 팁을 전수해주셨지만 내 콘텐츠로 직접 테스트해보기 전까지는 맹신해서는 안 된다.


데이트 폭력 피해자의 휴대폰 간접 경험해보기

https://www.facebook.com/facespeakawake/videos/504409349916224/

중요한 건 포맷(형식)이다 VS 아니다, 스토리텔링(내용)이다 등등의 의견들이 갑론을박하지만, 결국 결론은 스토리 텔링, 적절한 형식, 썸네일과 발문(포스팅 메시지) 모두 완벽해야 가능성 있다는 것. (세 가지 완벽해도 '된다'가 아니라 '가능성 있다'. 나머지는 시의성 등의 우리가 통제하기 힘든 변수들? 운의 영역인 듯)


위 영상은 데이트 폭력 피해자의 스마트폰의 UI를 그대로 재현하여 그들의 피해 경험을 리얼하게 경험해보는 콘텐츠다. 썸네일과 형식, 스토리 텔링 모두가 완벽했지만 기억에 남았던 것은 발문. "사랑이란 이름으로 아무것도 극복하지마"라고 썼는데, 사람들이 댓글로 문장을 그대로 다는 것을 보고 효과가 컸다고 생각했다고 하셨다. 단순히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고 자극적인 멘트를 넘어, 직접 발화할 수 있게끔 심플한 카피를 뽑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당신의 눈물도 총알이 될 수 있어

https://www.facebook.com/facespeakawake/videos/372919016398592/

네 번째 인사이트는 지속시간(체류시간). 플랫폼의 목표는 유저를 체류하게 만드는 것. 가끔 공유수는 높은데 조회수가 낮은 콘텐츠들이 있는데, 이는 지속시간이 높지 않아 플랫폼에서 밀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닷페이스는 위 영상을 분석하고 같은 시간대에 이탈률이 확 높아지는 것을 발견했는데, 고화질의 아름다운 영상이 나오다가 갑자기 저화질의 화상 인터뷰가 나오는 때였음을 발견했다.


아동청소년 성매매, 피해자에게만 책임을 묻지 말자.

https://www.facebook.com/facespeakawake/videos/vl.542595882749247/542783272745498/?type=1

사실 나는 이 영상에서도 같은 걸 느꼈다.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 고퀄의 영상이 나오다가, 갑자기 사람의 인터뷰가 나오니 뭔가 몰입이 끊어지고 흥미가 떨어져서 돌아가기를 눌렀다. 수업을 듣기 전이라 내가 영상을 다 보지 않고 나갔다는 사실도 몰랐는데, 돌이켜보면 영상의 톤이 갑자기 확 바뀌어버려서 그랬던 것 같기도.


<채식 일기>를 유통하기 위해서 찾아본 그룹들

다섯 번째 인사이트는 타겟 영업을 잘 해야 한다는 것. 광고를 집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료로 활용할 수 있는 풀을 최대한 활용하면 좋다. 이를테면 인플루언서나, 페이스북 그룹, 다음/네이버 카페 등등. 이미 타겟이 묶여있으므로 광고보다 저렴하고 강력하다.


예전에 썼던 폴리아모리 글이 쌩뚱맞게 3위로 올라왔다.


마지막 인사이트는 에버그린 콘텐츠를 만들 것. 퀄리티는 좋았지만 시의성을 못 타서 반응이 저조했던 콘텐츠나 반응이 폭발적이었던 콘텐츠는 관련 이슈가 터졌을 때 한 번 더 공유해주면 좋다. 성폭력 피해자 휴대폰 영상도 1년 전에 냈던 걸 재발행한 거라고 하더라. 얼마전에 SBS에서 폴리아모리 다큐를 방영했을 때 브런치 폴리아모리 글에 유입이 확 늘었는데, 'SBS에서 방송해서 그렇구나~' 분석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다. 그때 글을 내 타임라인에 공유하거나 베이직한 정보를 다시 정리해서 썼더라면 좋았을텐데. 데이터 주도적인 접근을 못해서 아쉽다.



제작 커뮤니케이션


이제 콘텐츠를 만들 준비는 됐다. (뭘 하면 좋고, 하면 안 되는지 조금이나마 주워들었다.) 뉴스랩 2기 펠로우였던 개발자 박지우님은 나머지 팀원들이 개발자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면 좋을지에 대해 강의해주셨다. 중간에 기자(기획자)의 역할에 대한 언급도 있었는데, 기억에 남았던 건 PM이 되어야 한다는 것.


PM이 업계에서는 어떻게 정의되는지는 모르겠으나 지금까지 내가 일해온 바로는 잡일을 도맡아 하는 사람에 가깝다. 물론 작업의 전체적인 방향이나, 기획 의도에 어긋날 정도로 사소한 디테일에 신경 쓴다든지 하는 것들을 바로 잡는 것 역시 중요하지만, 스케쥴 관리나 팀원 컨디션 챙기기 등 제작을 하는 팀원들이 작업하느라 신경쓰지 못하는 많은 것들을 챙기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어서 개발자와 이야기할 때 '제발 하지 말아줬으면 하는 말' 두 가지가 있었는데,

이거 왜 안돼?

이거 좀 고쳐줘.

...솔직히 수업 안 들었으면 둘 다 밥먹듯 자주 했을 것 같은 말이다. 위 두 질문은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개발자에게 부담을 주는 커뮤니케이션이 될 수 있다. 문제를 발견하면 최대한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어느 지점이 에러인지 정확하게 밝혀줘야 하고, 발견하는 즉시 말해주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이미 다른 업무가 많이 쌓여있는 상태에서 당장 해결해야 한다며 문제를 던져주면 엄청난 스트레스라고. '별 거 아니라 금방 할 것 같다'는 생각으로 미뤄두다가 나아아아중에 흘리듯 말하지 않기!


참고 자료로 퓰리처 상을 받은 NYT의 전설적인(?) 인터랙티브 뉴스 Snowfall 제작진들의 인터뷰를 추천하셨는데 개발 부분만 가져와보았다. (번역이 제대로 되었는지는 모르겠다...틀린 부분이 있다면 알려주세용)


Q 가장 큰 디자인적(혹은 기술적)인 문제는 무엇이었나?


A 내러티브에 붙은 시청각적 요소가 많았다. 이런 요소들이 스토리에 끼어들어 방해하거나, 어색한 느낌을 주는 것을 제어하기 위해 사이즈, 위치 지정, 애니메이션 및 다양한 디자인 요소를 사용하는 게 중요했다. 독자가 본문에서 설정한 내러티브와 속도에 압도되거나 동떨어진 느낌을 느끼지 않기를 원했다.


Q 사용자 경험을 위해 포기한 기술적 요소는 어떤 게 있었나?


A 없다.(tried not to make any technical trade-offs.) 콘텐츠가 어떤 기기나 브라우저에서나 잘 작동해야했다. 모든 기기와 브라우저에서 똑같은 경험을 제공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비교적 덜 정교한 플랫폼에서도 최상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각각의 기기/브라우저에 대한 최상의 경험을 파악하고 한계 내에서 작업해야 했다. 또한, 화려하고, 시끄럽거나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장면 전환이나 동작이 독자의 피로(성가심)를 유발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몇몇 요소를 제거하기도 했다.


Q 플랫폼 테스트를 얼마나 시도했나?


A 모든 주요 브라우저에 대한 테스트를 철저히 시도했다. 모두 동일한 코드 기반에서 작업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했어야 할 새로운 디자인 기능이나 요소를 내가 추가해야 했을 때 좀… 그랬다.


Snow Fall을 만들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어떤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https://source.opennews.org/articles/how-we-made-snow-fall/



회의 피드백


Pivot VS Job done

우리 조의 키워드는 '설마와 아하 사이'(막연한 의심을 과학으로 정면돌파). 어제 기획한 내용은 사람들이 바람 피우는 이유를 진화심리학 논문을 근거로 설명하자는 방향이었다. 주제가 키워드에서 벗어났다는 피드백을 받았고, 수긍했다. (기획자가 체크했어야 하는 부분인데 미숙했다.ㅠㅠ) 처음에 분야를 설정할 때 시간이 오래 걸리고 헤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설마와 아하 사이'는 주제라기보다 콘텐츠의 컨셉에 가까워서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 소재를 바꾸든지, 내용은 그대로 가되 키워드를 변경해서 포장을 잘 하든지 선택해야 했다. 나는 피봇을 하는 쪽이 맞다고 생각했지만, 두 선택지의 장단을 나열하고 팀원 모두가 동의하는 쪽으로 결정해야된다고 생각했다. 전자(소재 바꾸기)는 좀 더 원래의 목적에 부합한 기획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제한 시간 내에 끝낼 수 없다는 리스크가 있다. 후자(키워드 변경)는 클라이언트(?)의 의도와는 어긋나지만 데드라인을 맞출 수 있고, 프로덕트 필드 작성 과정을 끝까지 연습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는 Job done에 가산점을 줘서, 후자를 선택하기로 했다.


가장 중요한 건 문제 정의

기존 기획을 디밸롭하기로 정한 데에는 프로덕트 필드를 끝까지 작성해볼 수 있다는 장점의 영향도 있었다. 우리는 Solution까지 작성했었고, Uniqueness, Competition 등을 비워둔 상태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남아서 장시간 회의를 했지만 소득 없이 끝냈다. 1) 회의의 목적이 분명하지 않았던 점, 2) 의사결정을 보류하며 시간을 끈 점이 아쉬웠다.


1)은 회의 시작 전에 우리가 결정해야 할 사안에 대해서 나누고, 언제 끝낼 것인지 정해두고 했더라면 효율적인 회의를 할 수 있었을텐데 빙글빙글 돌다 삼천포로 빠지기도 해서 시간 낭비한 느낌이 있었다. 다음에 할 때는 회의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회의가 꼭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사전에 준비해야 할 자료는 무엇인지 등을 미리 계획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는 나를 포함한 팀원들은 이미 살인적인(...) 스케쥴에 지쳐있는 상태여서 조금이라도 더 진도를 나가서 완성에 가까운 결과물을 만들어내길 원했던 것 같다. 회의 내내 '문제'를 탄탄하게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과한 욕심을 부리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문제 정의가 제대로 안 되어있는 상태에서 Solution과 Goal, Motivation을 왔다갔다 하면서 길을 헤맸고, 그게 곧 비효율적인 회의로 이어졌다. 찝찝하거나 불확실한 의견이 있으면 혼자 생각하는 게 아니라 팀원과 공유해보고 의사 결정을 내려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문제 정의를 가장 우선시해야 한다는 것도.)


일정을 마치고 저녁 식사를 하면서 팀원 피드백을 했다. 한 분은 팀원 중에서 누군가 한 명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확 이끌어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또 다른 분은 그렇게 하면 오히려 제작 때 제작자들이 기획자의 뒤치닥꺼리를 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고 걱정하셨다.


이전 팀웤에서는 내가 너무 내 의견을 강하게 피력한 바람에 팀원들이 의견 내기를 두려워해서 이번에는 최대한 팀원들의 의견을 반영하려고 했는데, 뭐든 극과 극으로 가면(...)안 좋은 것 같다. 다음에는 내 의견을 타당한 근거를 바탕으로 팀원을 설득하는(강요가 아닌) 방향으로 시도해봐야겠다. 이번에는 팀원의 의견을 수렴하려다보니 오히려 의사결정을 보류한 것 같은 느낌도 들어서 반성 중.



디지털 스토리텔링 파트를 재미있게 읽으신 분이라면

1)

https://brunch.co.kr/@thinkaboutlove/73

2)

https://brunch.co.kr/@thinkaboutlove/47


데이터 기반 기획 파트를 재미있게 읽으신 분이라면

https://brunch.co.kr/@thinkaboutlove/55


개발자 지우님의 이전 강의(인터랙티브 뉴스 맛보기)

https://brunch.co.kr/@thinkaboutlove/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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