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잔을 채워 마셨다. 쓰린 마음을 그냥 삼키기엔 너무 아려서, 술과 함께 꿀꺽 삼켜 버렸다. 소주를 잔에 넘치도록 따르고, 빈 테이블 위에 소주병을 놓는 손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탁. 소주병을 내려놓는 소리가 텅 빈 공간에 둔탁하게 울려 퍼졌다. 그 소리는 마치 나 홀로 남겨진 무거운 마음의 여운처럼 테이블 위에 남았다.
그래요, 당신들은 좋겠어요. 함께 술잔을 나눌 사람이 있어서요. 그런데 나는 오늘, 이 쓰라린 마음을 나 혼자 견디며, 잔에 담아 모두 쏟아버릴 거예요.
아무도 물어보지 않은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둔탁하게 내려놓은 소주병의 진동에 소주잔 속 술이 넘쳤다. 빠르게 잔을 들었다. 단숨에 털어 넣었다. 쓴맛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마음을 가득 채운 근심이 술보다 더 썼던 탓이었을까.
평소라면 물 한 모금으로 입가심을 했을 텐데, 오늘의 나는 그러지 않았다. 소주잔에 다시 소주를 따르고, 또 한 번 마셨다. 따르고 마시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그렇게 몇 잔을 비운 후, 나를 괴롭히던 생각과 무겁던 고민들은 그저 지나가는 시간처럼 흘러갔다. 무겁던 마음도 술에 녹아, 서서히 옅어지기 시작했다. 이 밤, 혼자여서 가능한 일이었다.
혼자 마시는 술은 그 순간만은 달았다. 내 안의 쓴 마음을 삼키기 위해 잔에 잔을 채우며 털어 넣었다. 술에 녹아내린 근심이 천천히 흩어지며, 나도 그렇게 잔잔히 희미해졌다.
신세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