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작은 눈높이에서 본 풍경
어른과 아이가 보는 세상은 다르다는 걸 새삼 느꼈다.
나는 최대한 많은 풍경을 눈에 담으려 애쓰며 자연을 바라본다.
한 계절 안에서 하루의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아쉽기 때문이다.
한 해, 한 계절, 한 달, 하루, 한 시간…
그 사이에도 많은 식물이 자라고 지는데,
나는 늘 익숙한 풍경만 바라보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은 아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과
눈 안에 담는 모습을 갖고 싶단 생각을 했다.
어릴 적 마음을 기억한다고 해도,
세월 속에서 그것은 퇴색되거나 어쩔 수 없이 각색되기 때문이다.
같은 시간과 장소를 지나도, 내가 키도 더 크지만
키 작은 아이의 눈 안에는 더 많은 것이 담겨 있었다.
머리 위에 늘어져 있던 야생 덩굴을 본 아이가 물었다.
“감아지지 않고 떨어진 덩굴은 죽는 거 아니야?”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그렇겠지?” 하고 짧게 답했다.
아이의 이야기는 이어졌다.
며칠 전, 쇠기둥을 감고 있는 덩굴을 보고
“나무가 아니면 살지 못할 것 같아서”
작은 손으로 조심스레 풀어줬다는 것이다.
덩굴식물은 눈에 잘 띄지 않고, 설령 보여도
나는 ‘생명력이 강한 식물’이라 생각해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의 눈에는 그것이 나보다 약한 식물이었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나무에 감기지 못하고 허공에 매달린 덩굴을 보며
어찌해주지 못하는 상황에 걱정이 앞섰을 것이다.
요즘 아이들이든 예전 아이들이든,
아이들의 마음은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순수하고 따뜻하다.
‘이 정도면 난 꽤 따뜻한 사람이야’라고 믿었던 내 마음이 순간 부끄러워졌다.
오늘도 아이에게서 세상을 대하는 법을 하나 배웠다.
아이의 눈에 먼저 닿은 덩굴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