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산수 : 나를 둘러싼 것이 없어진대도
탄산수는 물에 탄산이 들어가서 뽀글뽀글
마시면 따끔하지만 시원한 맛에
계속 먹게 되어요.
저는 병으로 된 탄산수를 자주 마시는데
뚜껑을 잠그는 걸 깜빡하면
어느새 톡톡 쏘는 건 사라지고 없어요.
묘한 밍밍한 맛이 나는데도 그냥 들이켜요.
물이니까.
뚜껑을 열어놓으면
물에 주입했던 탄산은 병목을 타고 올라가
공기 중으로 도망쳐버리지요.
나를 둘러싼 것들,
내 안에 심어진 외부의 것들,
내가 선택하지 못한 나의 환경들,
내가 현재 소유하고 있고
언젠간 소유했으면 하는 것들
내가 손에 움켜쥐려 하는 모든 것.
탄산수가 현재의 나라면
때로는 뚜껑이 열려버려
김 빠진 탄산수처럼
어떤 역할도 걸치지 않은,
내가 꽉 쥐고 있던 손을 살짝 풀어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그래서 나라는 사람 본연의 모습을
생각하면 좋겠다 싶더라고요.
외부의 것들에 영향을 받고
지지고 볶아지고
탈탈 털렸다가도
허영심에 부풀어 오를 때도 있지만요.
탄산수의 기본은 물인 것처럼
내 본연의 모습은 내 내면 어딘가에
변치 않고 반짝이고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