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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수아 Oct 02. 2024

가슴에 묵직한 돌덩이 하나가 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 때때로 당황스러울 때가 있었다. 아이들을 친구처럼 편하게 대해주려고 하는 나의 태도에 아이들은 편하게 다가왔고, 내 주위에서 항상 몰려들었다.


쉬는 시간에는 교실 앞에 있는 내 책상에 둘러서서 뭘 물어보기도 하고, 일기장에 뭔가를 쓰고 있는 나를 가만히 바라보기도 했다. 1학년 어떤 아이는 내 책상 밑에 들어가 기어다니기도 했다.


난 학교생활을 떠올리면 그 장면에서 가장 마음이 따스해진다. 그런데, 거기에서 조금 더 넘치게 되면 꼭 발생하는 일이 있다. 교사인 나를 편하게 생각하는 것을 넘어서서, 내 물건을 아무 말도 없이 편하게 가져다 쓰거나, 아이들이 먹으라고 준(불량식품 비슷한 ㅎㅎ) 간식을 그냥 집어다 먹는 식의 행동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럴 때면 난 당황스럽고, '내 태도에 문제가 있는 건가'그런 생각에 빠지곤 했다. 그런 일이 발생을 하면, 가만히 불러다가 설명을 해 주었고, 아이들은 금방 행동을 고쳤다. 그러는 가운데, 내 마음에서는 이런 말이 들려왔다.


'스스로 그걸 알기는 어려울까? 그러면 좋을 텐데...'


문제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내 친구가 그랬다. '넌 뭐든지 다 받아줄 것 같은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게 해 준다고. 그래서 네 삶이 더 피곤할 수도 있는 거라고. 친구의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종종 나는 심하게 피곤해질 때가 있었으니까.


오늘 새벽 글을 쓰려고 하는데, 글이 써지지 않았다. 가슴에 묵직한 돌덩이가 하나 들어있는 기분이었다. 어제 하루 종일 답답한 마음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저 사람은 다 이해해 줄 거야. 내 이런 행동까지도...'


그런 강한 믿음이 있는지, 그동안 내 삶에서 나를 지치게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나의 바람은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다 해 준다. 그러나 스스로 많이 넘치는 걸 느끼고 한계 수위는 넘지 말기를...'이다. 그런데 그게 잘 안 되는 모양이다. 나에게 계속 청하는 그 상대가 나중에는 미워지기도 하고,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정말 염치없는 사람이네. 내가 신인 줄 아나?' 이러면서.


어제 또 그런 일을 겪었다. 최선을 다해서 도와주고 있는데, 더 해 달란다. 더 관심을 갖고 더 도와 달란다. 그래서 어제는 내 마음에 불이 붙었고, 그 불을 끄지 못해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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