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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Nov 07. 2020

혼자 하는 배고픔

남 일 같지 않아. 금강산도 식후경!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데 한국사람이 ‘혼잣말’을 그렇게 많이 한다고 한다. 외국인들은 그런 우리의 혼잣말에 많이 놀란다고 한다. 아무도 없는데 혼자 ‘내 지갑 어디 갔지?’ 늦었을 때도 혼자 ‘늦었다! 어떡하지?’ 어디가 아플 때도 혼자 ‘아이고 허리야.’ 배고플 때도 혼자 ‘아, 배고프다!’ 생각해보니 저런 말을 정말 흔하게 입에 달고 사는 것 같다. 가끔은 혼자 흥얼흥얼 거리며 집안에 있는 물건을 찾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리모컨이 어디 있더라~, 핸드폰이 어디 있더라~’ 외국인들은 머릿속에서만 하는데 우리는 실제로 말을 한다고 한다. 우리가 혼자 중얼거리는 말들은 영어로 어떻게 말할까?




요즘 되는 일이 없네


잘 되고 기쁜 일보다는 안되고 슬픈 일이 훨씬 우리에게 강렬하다. 그래서 그런지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런 부정적인 경험이 주로 기억에 남아있다. 그런 일이 계속 연속으로 벌어지다 보면 ‘도대체 요금 왜 이러지?’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그때 나올 법한 혼잣말을 이렇게 해보자.


Nothing is working out these days.


‘아따! 정말 요즘 되는 일 하나도 없구먼.’ 하고 툭 털어놓아 보자. 달라진 것은 없지만 이렇게 뱉어내면 좀 나아질 때가 있다.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야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은 고통스럽다. 어떤 새로운 일이나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시작해서 헤매고 있을 때가 그렇다. 그때의 기분이 딱 이렇다.


It’s like beating my head against the wall.


이렇게 혼자서 외치며 힘을 내보자. 아무것도 안 하면 이런 상황도 느낌도 가질 수 없다. 무언가 행동하고 있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좋은 경험이라고 여겨보자. 계속 헤딩하다 보면 어디 하나 뚫리는 곳이 생기지 않을까?




남 일 같지가 않네


다른 이의 딱한 사정을 보거나 듣게 될 때 왠지 모르게 마음이 많이 쓰일 때가 있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거나, 하고 있거나, 할 예정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것이 내 일 같기 때문이다.


I feel as if their hardship is mine.


삶은 힘들다. 나도 힘들고 남도 힘들다. 내 일 남 일 나누지 말고 공감하고 위로하며 서로 힘을 내보면 좋겠다. 결국 네 일이 내 일이니까.




근본 없는 영어 3가지 정리


Nothing is working out these days.


It’s like beating my head against the wall.


I feel as if their hardship is mine.






우리 한국 사람들은 인사로 ‘밥 먹었어?’를 사용한다. 하지만 영어권에서는 그렇게 인사하지 않는다. (이게 바로 문화 차이?) 그래도 밥이 중요한 것은 어디나 마찬가지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건데 밥을 굶으면서까지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바쁜 생활 속에 밥 잘 챙겨 먹고 다니자는 대화를 살펴보자.




할 일 가득이야


점심시간이다. 정신없이 휘몰아쳤던 오전이 어느새 지나갔다. 옆 동료를 보니 아직도 제정신이 아니다. 그러다 기절할 것 같아서 밥 먹고 하자고 불렀다. 울상 지으며 대답하는 그.


My hands are full.


양손이 가득 찼다고 한다. 한마디로 겁나게 바빠서 아무 여유가 없다는 말이다. 이대로 두면 퇴근할 때까지 물도 한 모금 안 마실 것 같아 걱정된다.




금강산도 식후경


아무리 바빠도 밥을 먹어야만 힘을 내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법이다. 이 친구도 분명히 알고 있다. 다만 지금 당장 마음이 많이 급해서 이러는 거다. 지난번에도 자주 굶으며 일에 빠져 있는 것을 보았기에 오늘은 꼭 밥 좀 먹이려고 한다.


The belly has no eyes. 


‘배는 눈이 없다’라고 직역할 수 있는데 배는 상황을 알 수 없고 그저 배고픔을 느낄 뿐이라는 뜻이 되겠다. 흔히 우리가 이야기하는 ‘금강산도 식후경’이 되겠다. 눈이 없으니 아무리 좋은 것도 중요한 것도 소용없다. 비슷한 표현도 있다.


In any situation, eating comes first.


무슨 일이 있어도 먹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것이다. 맞다. 먹어야 산다. 죽을 게 아니면 먹자.




나중에 해도 돼


먹는 이야기를 듣더니 그 친구 배에서 ‘꼬르륵, 꾸르룩’ 소리가 났다. 그래도 여전히 잡고 있는 그 일을 쉽게 놓지 못하는데... 일을 사랑하는 것인지 미련이 많은 것인지 나로선 이해할 수 없다. 어쨌든 밥부터 먹여야겠다는 생각에 쐐기를 박는다.


It can wait.


‘그거 기다릴 수 있어’가 직역인데 나중에 해도 된다는 말이다. 그거 당장 안 해도 세상이 끝나지 않으니 제발 밥 먹으러 가자.




근본 없는 영어 3가지 정리


My hands are full.


The belly has no eyes.


It can wait.






<Prologue>

<Interlude>

<Epi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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