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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Nov 08. 2020

글을 잘 쓰려면 글솜씨가 필요할까?

생각이 없는 곳에는 글도 없다

쓰기 시작한다. 무엇을 쓰는가? 지금 내게 떠오르는 생각을 옮긴다. 적어 내려가는 것은 무엇인가? 글인가? 아니다. 내 생각이다. 글은 그저 이용될 뿐이다. 쓰는 것은 결국 생각을 옮겨 적는 것이다. 생각이 없다면 쓸 수 없다.


흔히들 말한다. ‘글솜씨가 좋다’ 글을 읽을 때는 나도 그랬다. 글솜씨가 좋아야 글을 잘 쓸 수 있다고 믿었다. 글을 써보니 아님을 알았다. 글솜씨라는 것은 어디에도 없었다. 생각을 잘하는 ‘생각솜씨' 가 없다면 글을 잘 쓸 수 없었다. ‘잘’이라는 말을 빼더라도 글을 쓰려면 생각이 필요했다. 글만 쓸 줄 아는 것은 애초에 말이 되지 않았다. 생각이 없는 글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결국 ‘글솜씨’가 아닌 ‘생각솜씨’가 그 글을 결정했다.


가끔 화려하고 보기 좋은 글을 발견한다. 있어 보인다. 매력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읽고 나면 무슨 글인지 모를 때가 있다. 뭔가 잘 쓰인 것 같은데 무슨 말을 하는지 파악이 안 된다. 글에 담긴 생각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여러 번 읽어보다가 안 되겠다 싶어 포기한다. 처음에는 내 독해력의 부족인 줄 알았다. 나중에 이런 글을 자주 마주하다 보니 알게 되었다. 글쓴이의 생각이 빠져있었다. 생각이 없이 그저 글만 있었다. 그러니 생각을 아무리 읽으려 해도 읽을 수 없던 것이다. 꾸밈으로 가득한 글자들 사이에는 마음이 없었다. 이제 이런 글은 읽지 않는다. 글쓴이의 생각을 알고 싶어 글을 읽는 것인데 그것이 없는 곳은 갈 이유가 없다.





우리는 왜 글을 쓰는가? 내 생각을 글자에 담기 위해서다. 이 글자들을 누군가 읽음으로 인해 내 생각을 알게 하기 위해서다. 그러므로 글을 쓰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내 생각’이다. 생각을 하지 않고 쓰는 글은 글이 아니며 글로 쓰여 있어도 내용이 없는 글이다. 생각이 부족하거나 정리되지 않는 채 쓰인 글은 그 생각과 마찬가지로 어딘가 아쉬워진다. 내 생각을 단단하게 채우지 못한 채 그저 쓰기 위해 하얀 바탕을 마주하면 비어있는 글자만 나열될 뿐이다.


그렇다면 내 생각을 글을 쓰기 위한 수준으로 준비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하는 능력, 즉 '생각솜씨’을 기르려면 계속 끊임없이 혼자서 생각만 하면 될까? 아이러니하게 들리겠지만 글을 써야 한다. 내 생각을 기르고 그것의 상태를 알려면 글로 표현해야 한다. 물론 최소한의 자기 생각을 가지려는 준비는 평소에, 그리고 글 쓰기 전에 꼭 해야 한다. (생각 없이 쓰인 글이 정말 많다. 쓴 사람도 알고 읽는 사람도 바로 안다. 쓰였다고 다 글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 모두 안다.) 하지만 내 생각의 준비가 되었다면 써야 한다. 그래야 내 생각을 알 수 있고 그 생각을 발전시킬 수 있다.


그런 적이 한 번씩 있지 않은가? 마음속에서 맴도는 정리되지 않던 생각들을 쓰고 나니 명확히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된 경험 말이다. 이렇게 쓰인 내 생각을 들여다보고 그중 부족하거나 고민이 필요한 부분을 찾아서 다시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을 해 나가며 내 생각솜씨를 길러가는 것이다. 물론 아쉽게도 언어가 생각을 따라가지 못하고 그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미 우리는 텍스트 밖에서 살 수 없기에 글로 표현하는 것이 생각을 발전시키는 좋은 도구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글을 잘 쓴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쓰는 글과 책이 있다. 글 쓰는 방법에 대한 글과 책도 있다. 그렇다면 글을 잘 쓴다는 사람들도 다른 이의 글 쓰는 방법에 대한 글과 책을 읽고 잘 쓰게 되었을까? 난 그렇게 믿지 않는다. 그들은 생각을 했고 그 생각을 글로 담고, 다시 생각하는 과정을 반복했을 것이다. 그래서 난 글쓰기에 대한 책을 읽지 않고 따로 글쓰기 연습을 하지 않는다. 당연히 남의 글을 필사도 하지 않는다. (물론 열심히 읽는다.) 그저 생각하고 쓴다. 무식해 보이고 답답해 보일 수 있겠다. 그렇기 때문에 별 다른 발전 없이 늘 그대로 일 수 있겠다. 하지만 난 글을 잘 쓰고 싶어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난 생각을 잘하고 싶어서 글을 쓴다. 내 생각을 잘 쓰고 싶다.


내가 매일 글을 쓰는 것도 같은 이유다. 매일 생각을 한다. 그것을 글로 옮길 뿐이다. 그냥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 그리고 그 생각을 글에 담아서 다시 보기 위해. 부족한 지금의 내 생각을 좀 더 낫게 만들기 위해. 내 생각이 멈추는 순간 내 글도 멈출 것이다. 생각이 없는 곳에는 글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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