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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Apr 23. 2021

이해할 수 없는 글쓰기의 어려움

자신 있게 그리고 재미있게 쓰자

‘글쓰기’에 대한 글을 종종 읽는다. 쓰고 있는 사람으로서 다른 쓰는 이의 생각에 눈길이 간다. 여러 다양한 생각이 늘어져 있는 것을 적당한 거리를 두고 본다. 보고 배우기 위한 시선보다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무장해서 바라본다. (고치고 적용하라고 전해지는 남 이야기는 싫어하니까) 그중에서 유독 내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독특한 주제'가 있다. 글쓰기가 잘 안돼서 힘들고 어렵다는 글이다. 어느 날 또는 어느 순간 잘 안 써진다고 한다. 더 나아가서 쓰는 행위 자체가 두렵다는 글도 있다.


이런 글은 언제나 눈을 빛내면서 둘러본다. 스스로 상상하기 힘든 판타지 소설처럼 읽어 내려간다. 그 이유는 제각각이다. 무엇을 써야 할지 몰라서, 어휘가 부족해서, 시간이 없어서 등 끝이 없다. 적당히 지치지 않고 신나게 쓰는 나로서는 이해가 안 된다. 오해는 하지 말자. 내가 무슨 완벽한 글을 마구 잘 써서 그렇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엄청 잘 쓰는 사람이 못 쓰는 사람을 이해 못한다는 그런 관점이 절대 아니다. 그냥 쓰면 쓰는 거지 거기에 어려울 게 있나 싶은 거다. 


잘 쓰든 못 쓰든 내가 쓰는 게 내 글이 되는 건데 그게 뭐가 어렵다고 못 쓰겠다는 걸까? 하고 싶은 말과 안에 있는 생각을 글로 담아 쓰는 건데 이게 안 써질 수 있는가에 대한 궁금증이다. 물론 그런 글도 어쨌든 쓰였기 때문에 아예 안 쓴 것보다는 낫다. 생각지 못한 관점이기에 재밌게 읽고는 마음으로 응원을 보내고 돌아선다. 돌아 서면서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런 글을 쓸 용기와 힘이면 쓰고 싶은 글을 충분히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혹시 너무 잘 쓰고 싶어서 그런 것 아닐까? 지금 쓰는 자신의 글이 부족해 보여서 내보이기 어려운 것 아닐까? 글이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하면 잘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본능이자 욕구이다. 누가 일부러 못 하고 싶고, 만족스럽지 않은 부끄러운 상태를 남에게 드러내고 싶을까. 슬프게도 결국 글을 잘 쓰고 싶은 고민이 깊어져서 글쓰기가 어려워지고 말았다. 쓰는 자라면 자신의 마음에도 쏙 들고 보는 사람마다 놀라고 부러워할 만한 글을 쓰고 싶을 테다. (그게 뭔지, 기준을 궁금해하지 말자. 당신과 나는 모른다. 그 존재 여부도 아직 파악 전이다.) 


당연히 나도 그런 글을 쓰고 싶다. 하지만 솔직하게 생각해보자. 우리가 지금 당장 그런 글을 쓸 수 있을까? 맞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여기부터 퇴장하면 된다. (이미 여기까지 안 따라왔겠지만) 지금 그렇게 못 쓰는 우리가 그때가 될 때까지 안 쓰고 기다리면 언젠가 갑자기 그렇게 될까? 써야지 글이 늘까 아니면 안 쓰고 준비만 열심히 하면 늘까? 답은 나와 있다. 


지금 쓸 수 있는 최선으로 쓰는 것이다. 글을 쓰고 싶고, 또 잘 쓰고 싶다면 그것밖에 없다. 이 말은 그냥 대충대충 뭐라도 하루하루 싸지르면서 보내자는 게 아니다. 매번 할 수 있는 최고의 글을 쓰자는 말이다. 지금은 아직 닿고자 하는 자신의 목표와는 거리가 멀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뭐 어떤가? 지금 쓰는 글을 누구한테 평가받자고 쓰는 것은 아닐 테다. 글 말고 다른 모든 것들을 평가받으며 살아왔기에 좀 자유로워지자. 나만의 글을 자신 있게 쓰자. 나만 통과하면 되는 글이다. 다른 이의 평가는 필요 없다. 지금 쓴 글이 지금의 최선이라면 된 거다.





글쓰기가 힘들고 어렵다는 것에 대해 하나 더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다. 내겐 이 말이 '글쓰기가 재미없다'는 말로 들린다. (두려움과 괴로움을 즐긴다면 할 말 없지만...) 이미 세상엔 재미는 없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 이를 줄여도 줄여도 하기 싫어 죽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은 꼭 남아있다. 그런데 즐거움을 위한 ‘글쓰기’마저 그렇게 된다면 많이 슬퍼진다. 자발적으로 의욕적으로 쓰고 싶어서 시작한 글쓰기는 항상 재밌으면 좋겠다. 준비하고 구상하고 쓰고 고치고 이 모든 과정에서 재미가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 재미가 있어도 무언가를 꾸준히 계속해나가는 것은 충분히 어렵다. 


재미없고 하기 싫은 숙제처럼 써나간다면 쓰는 사람도 쓰이는 글도 너무 안쓰럽다. 그럴 땐 그냥 다 내려놓고 잠시 쉬면 어떨까 싶다. 지금은 나도 그저 쓰는 것이 재밌지만 언젠가 재미가 떨어지거나 하기 싫어지면 멈출 것이다. 앞서 말했지만 재미없어도 해야 하는 일들은 정말 충분하다. 내 소중한 글쓰기는 재미없이 질질 끌려다니게 하고 싶지 않다. 잠시 떨어져 있다가 다시 만나는 먼 거리 연애처럼 흥미와 열정을 유지하고 싶다. 재미없으면 하지 말자. 쓰지 말자. 그게 아니라면 즐겁게 쓰자.





지금 써내려 가는 이 글도 자신 있게 그리고 재미있게 쓰고 있다. 글에 담긴 내 생각이 누군가와 다를 수도 있고 그래서 별로 일 수도 있다. 나름 쓴다고 지금의 최선을 다해 쓴 글이 누군가 보기엔 택도 없고 억지스러울 수도 있다. 당연하다. 근데 뭐 어쩌겠는가. 이게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인데. 더 잘할 수 없으니 지금을 자신 있게 여기며 순간순간의 재미를 놓치지 않고 쓴다. 이렇게 계속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글을 쓴다고 글이 막 늘어갈지는 잘 모르겠다. 하하. 부족하거나 발전시키길 원하는 방향이 있다면 다른 노력도 함께 병행해야 할 테다. (교정, 어휘 늘리기, 독서 등) 하지만 하나는 확실하다. 어쨌거나 글을 쓰고 싶다면 글을 써야 한다. 


안 쓰면 늘지 않는다. 힘들다 징징대면서 안 써진다고 할 게 아니라(하더라도 딱 한 번만 하자) 그때그때의 최고를 위해 쓰자. (내가 또 한 때 알아주는 걱정쟁이 & 징징이였기에 끊임없이 그러고 싶은 마음 잘 안다. 근데 반복되면 본인도 지치고 듣는 사람도 다 떠나가더라)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쓴 글은 그렇게 그때의 시간에 남는다. 그 시간들이 쌓여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거다. 답은 하나다. 지금 쓰는 거다. 다른 건 모르겠다. 쓰고 싶다면 자신 있게 쓰자. 그리고 재미있게. 결국 남는 것은 써온 사람의 글이다. 쓰지 않고 보낸 이의 뒤에는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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