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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 준 Jul 27. 2023

기독교지만 신토마(じんじゃ)에서 빵을 빚어요

하늘을 섬기는 일본식 무시빵 (蒸しンパ)

찐빵의 유래


채식주의자들이 찐빵을 개발했다는 것, 들어보셨나요?

맨 처음 찐빵은 만두였어요.

예전에 제갈공명이 야만족의 풍습을 안좋게 보았다고 해요. 강의 여신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젊은 남성의 머리를 잘라 바치곤 했는데, 야만적인 풍습을 없애기 위해 사람처럼 머리를 빚고 안에 고기를 채워넣은게 만두래요.

이 풍습이 일본으로 건너가게 되었는데, 당시 일본에는 고기에서 피를 흘리고 살점을 떨어트리는 행위가 일본의 '신토신앙(자연,조상,땅을 섬기는 일본신앙)'에 어긋난다며 야마토 제국을 다스리던 용현왕(ようひんおう)이 야채나 떡처럼 소를 채우며 찐빵으로 자리잡았다 하네요.

그래서 채식주의자 사이에선 대박이 난거죠!

그렇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찐빵은 고기맛이 잔뜩나는 야채찐빵인걸요?




오늘 이야기 할 친구는 신토신앙을 믿는 신토신사(神社[じんじゃ])에서 찐빵을 빚고싶어했다.

그것도 기독교를 독실히도 믿는 모태신앙 가정에서 말이다!


중학생 아이들에게 또래상담 관련하여 학교를 방문했던 적이 있다.

청소년수련회장에서 모여서 또래상담을 하고있는 아동에게 이야기를 나누며 어떻게 지내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화합을 다지는 시간인데, 이 때 처음으로 만난 친구였다.


장기자랑을 할 때에 노래를 참 잘 부르고 인기도 많아 보였다.

활발하고 성격도 좋구나 생각됬는데, 개인적으로 상담하고 싶은 것이 있단다.


본인의 집안이 기독교집안인데, 자신이 글쎄 신내림을 받았단다.

가끔씩 유튜브에서 무당이 나와서 신점을 보는 그런 영상을 가끔 봤지만, 개인적으로 신기하네 정도로만 여겼지 그것이 진짜인지 아닌지 딱히 생각을 깊게 하진 않았다.


그런데 이 말을 듣자마자 든 생각이 무엇이냐면, 조현병 환자인지 아닌지에 대해 판단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중간 환상이 보이기도 하고, 하늘이 내린 말씀이 들릴때가 있단다. 그걸 그대로 따라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는 듯 했다.


느닷없이 자신이 신을 믿는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조현병 증상이지만, 앞뒤 맥락이 안맞았다.

사회적으로 정말 유도리있게 적응을 잘 하는걸 내 두눈으로 보았고, 더군다나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망상을 뒤집어 씌우려는 부류는 아닌 것 같았다.


이 친구의 고민이 무엇이냐면, 자신이 신내림을 받은 신이 일본의 여우신인데(이름은 처음 듣는 일본어여서 기억이 안난다) 최근에 칼로 찢어발기는 잔인한 환상을 자꾸만 보여주더랜다.

그래서 근처에서 공양을 하며 신을 모시며 그 뜻을 알고자 하는데, 아직 청소년이라 가족이 알지 못하게 그러기엔 어렵나보다.


그래서 길가에 돌을 모아두고 찐빵을 사서 모시는데, 마음처럼 편하지가 않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그래, 뭐 그럴 수 있다.

사후세계의 일은 내가 배운 영역은 아니니까 조현병 양성증상만 아니라면 문제 될 것은 없었다.

고민상담이라는 느낌을 벗어나서 그냥 재밌게 잡담을 하자는 마음을 가지고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질문을 몇개 던져보았다.


"신통한데? 나도 궁금한거 물어보면 알려주는거야?"


이 친구가 또래상담 관련해서 상담지도를 받을때, Wee센터에서 상담사 선생님들을 본인이 점을 전부 봐주었고, 그 마음을 본인이 읽어서 다들 놀랐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지금도 그 말을 크게 믿지는 않지만, 구태여 딴지를 걸고 싶진 않았다.

그러면서 무엇이든 한개만 딱 물어봐라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 친구는 장난스레 어깨를 으쓱였는데 아이가 정말 귀여웠다, 조롱의 의미가 아니라 진짜 애정깊고 유머깊은 아동이구나 싶었다.


음, 질문 딱 한개라!


당신은 무얼 물어볼 것인가?

나는 고민을 한참 하다가 물어보았다.



나는 언제쯤 어떻게 죽을지 알려줘!

 



그 말을 듣자마자 얼굴이 싹 굳더니 잠깐 침묵을 하는 것이다!

속으로는 '에이~뭐야 역시 거짓말이잖아!'생각하면서 씨익 웃었는데 글쎄, 이 질문만큼은 절대 대답을 해줄 수 없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물으니 이렇게 말하더라.



만약 집에서 곤히 자는데 살인마가 창문을 따고 들어와 죽일 것이라고 말한다면,
앞으로 살면서 잠을 편히 잘 자신이 있느냐?


흠, 그건 좀 무서운데.


맥락은 이해가 되었다. 특정 상황의 죽음을 말한다면 그걸 예방하려고 삶을 온전히 살지 못하게 될테니까.

그리고 사람이라는 존재가 밥 먹다가도 목에 무언가 걸린 것 같다고 느끼면 괜찮아도 이물감이 사라질때까지 신경쓰는 존재 아니던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이후에 신께서 누설하지 말라 하신대나 뭐래나!

서로 지켜야 할 선이라는 게 있나보다.


대신 다른 것을 말해보라며 이야기했다.

나는 가볍게 앞으로 조심해야 할 것을 물었다.

그랬더니 돼지를 조심하라고 그랬다. 내가 논밭을 걸어가는데 돼지가 나를 뒤에서 치고받아 도랑으로 빠져 진흙탕에서 뒹구는 형상이라고.


돼지라고 하니 생각나는 살집있는 인간이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그 사람은 돼지띠였다.

그 사람을 조심하라는 뜻인가? 글을 쓰는 아직까지는 그 사람과 원만히 별 탈없이 잘 지내고 있다.




여기서 끝난다면 이야기가 참 재밌는 기억으로 끝났을텐데, 이후에 나온 이야기에서 분위기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아이가 말하기를 "다른 아이들이랑 또래상담하면서도 신점을 봐주곤 한다"라며 그게 진정한 상담이며 정답을 쥐어주는 유일한 도우미를 본인이 자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심리상담이 무엇인지 내가 가르칠 입장이 못되더라도, 적어도 상담시간은 신내림을 받는 시간이 아니다!

그 말을 듣고 있노라니 인상이 팍 찌푸려지더라.


나는 아이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신탁을 내리든 어쩌든, 적어도 인간적으로 대해야지 무당노릇하려고 한다면 또래상담을 자처하지 말라고 말했다.

내 말이 정말 거칠기도 했고, 신이라는 존재를 상당히 부정적으로 내리깔듯이 여기는 말투같이 들었는지 이내 몇 십분을 분노에 차서 내게 이야기했다.


신의 뜻은 함부로 여길 게 아니라는 게 주 이야기였던 것 같은데, 그 때에 나도 감정적으로 격해져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니 어른스럽진 못한 행동이었지만, 별 후회는 없다.


그리고 내가 자리를 떠야 할 상황이 되자, 그 아이가 나에게 저주하듯 말했다.



당신이 신을 모욕했으니, 그 댓가를 치를 것이다.
그 누구보다 고통스럽게 죽고, 죽도록 기도할 것이다.

 

나는 코웃음을 치고 "알았어~미안해!"하면서 조롱하듯 이야기하면서 도망쳤다.


To. そらに パン을 こねて かみさまに いのりを ささげる あなた에게

내가 나쁜 의도로 비꼬긴 했지만 나를 그렇게 저주하다니 좀 무서웠어.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내가 무엇에 발끈해서 너를 콕 찔렀는지 모르겠구나.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면 좋겠다.

지금은 너가 원하는 대로 빵을 잘 빚어 기도드리면 좋겠구나!

from. きょうと의 ならこうえん에 살았던 작은 こじ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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