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T+1] Spring 1 Week 5
이번 주는 월요일에 레고 스파이크 따라 하면서 조립하고 코딩하는 걸 했는데 4명씩 그룹 지어서 했는데 다들 너무 잘해서 대견했다. 이런 컴퓨팅 관련한 건 잘하는데 자르고 붙이고 하는 DT는 여전히 어려워하니 시대 탓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 어렸을 때는 장난감도 비싸고 많이 못 가져서 종이에 그리고 잘라서 갖고 놀기도 했는데 요즘은 가위질하는 것도 많이 없어서 아이들이 참 어려워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수요일에 DT 수업이 있어서 지난주에 차 다 못 만들었던 아이들 월요일 점심시간에 모아놓고 같이 만들었다. 아이들이 그래도 주말 동안 생각을 해봤는지 곧잘 해서 생각보다 시간 오래 걸리지 않고 끝났다. 수업은 수요일에 했는데 램프 만들어서 자기들이 만든 차 굴려보는 걸로 테스트했는데 3명 빼고 아이들 차가 다 움직여서 정말 다행이었다. 아이들 엄청 시끄러웠지만 그래도 내 말 잘 듣고 따라줘서 힘들지 않게 끝냈다.
화요일엔 내가 컴퓨팅 담당이라 컴퓨터 과목 담당하는 사람들만 우리 트러스트 본부에 모여 하루 종일 내년 컴퓨팅 수업 플랜 어떻게 할 건지 이야기를 했다. 알지도 못하는 10명 정도 되는 사람들과 있으려니 가슴이 콱 막혀 죽는 줄 알았다. 왜 내가 컴퓨팅 담당인지 모르겠다. 우리 트러스트는 컴퓨터 수업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과목보다 만나는 횟수가 많다. 하프텀마다 한 번씩은 이렇게 만나는 것 같다. 하아… 6월엔 무슨 국제 학교 같은데 거기 가서 컴퓨터 수업하는 거 보여주라고 해서 그것도 준비해야 한다. 처음엔 컴퓨팅 담당하라고 해서 스트레스받았는데 이제는 스트레스받아도 바뀌는 게 없기 때문에 그냥 에라 모르겠다 이런 마음으로 있다.
다음 주 스쿨 트립이 있어서 그것 때문에 준비하느라 회의도 몇 번 했는데 진짜 기도하게 된다. 우리 반 아이들 중에 대소변 잘 못 가리는 아이가 한 세명 정도 있어서 그 아이들 문제없기를… 그리고 우리 반에 좀 사나운 아이가 있는데 부모님들이 자꾸 불평을 해서 여기, 저기 자리를 바꿔가며 앉히고 있는데 옆에만 앉히면 부모님들이 애가 학교 가기 싫어한다, 걔 때문에 운다 이런 말을 하니 도대체 이 아이를 어디에 앉혀야 하나 모르겠다. 아주 못 된 아이는 아닌데 즉흥적인 아이라 생각이 들면 바로 말해버리는 스타일이라 아이들이 힘들어한다. 그리고 우리 반 SEND 아이들한테도 자꾸 함부로 말해서 이 아이의 말 하나 때문에 우리 반 SEND 아이가 울고 불고 난리가 나기도 한다. 따로 불러 말도 해보고, 1학년 담당인 리지한테 보내기도 해 봤지만 그때만 잠깐 괜찮을 뿐 다시 원상 복귀라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게다가 이 아이가 학교에 스마트 워치 차고 와서 난리가 났었다. 보통 핸드폰은 중학교, 빠르면 초등학교 고학년 때 생기는데 이 아이는 이 아이 엄마가 애가 학교 생활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고 통화하겠다고 애한테 스마트 워치를 채워서 보내서 학교가 뒤집어졌다. 처음엔 그냥 아이들끼리 장난으로 하는 말인 줄 알고 그 아이한테 갔더니 전화가 오고 있어서 바로 시계 압수해서 교장인 쌤에게 가져다줬다. 교장은 오피스 직원에게 이 아이 엄마랑 통화하라고 해서 학교에 스마트 시계 가지고 오지 말라고 했다. 이게 지난주 일인데 금요일에 갑자기 자기 스쿨트립 갈 때 엄마가 자기랑 통화해야 한다고 수요일에 시계 차고 올 거라고 해서 또 깜짝 놀라 교장에게 말했다. 교장이 월요일에 다시 이 아이 엄마랑 통화하겠다고 얘기했다. 하아… 바람 잘 날이 없다.
참, 작년 우리반이었던 아이가 전학간다고 찾아와서 인사했는데 내가 한 것도 별게 없는데 예전 선생님이라고 찾아와 인사해주니 너무 고마웠다. 아이들에게 더 잘해야지 다시 한번 다짐하게 됐다.
금요일은 number day라고 해서 매년 이맘때쯤에 하는데 NSPCC라고 아동보호단체와 연계해서 아이들이 숫자 쓰여있는 옷 입고 오거나 숫자 만들어 오면 유니폼 입지 않는 대신에 1파운드 정도의 기부금을 내고 그 돈이 이 단체로 가게 된다. 우리 반 아이들 엄청나게 멋진 의상들 만들어 왔는데 이렇게 유니폼 입지 않는 날은 아이들이 흥분하고 붕붕 떠서 수업하기 어려워지기도 한다. 금요일도 아이들이 시끄러워서 조용히 하는 연습 하면서 하루 종일 보냈는데 밖으로는 엄하게 말해도 돌아서면 우리 아이들이 너무 예쁘다. 내가 뭐라고 선생님이 하는 말이면 들으려고 하고 선생님 기쁘게 하려고 노력하는 아이들 보면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참 감사하다.
금요일은 다들 주말의 시작이라 교사들이 일찍 퇴근하는데 나도 일찍 가려고 무단히 애를 써서 이번에 처음으로 5시 전에 퇴근했다. 퇴근 일찍 해서 내가 너무 대견했다. 이번 주는 정말 피곤했는데 일이 많아서 집에서 이것, 저것 하다 보니 늦게 잠자리에 들어 낮이면 계속 하품이 나와 참느라 고생했다. 주말이니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는 호사를 한번 누려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