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T +2] Spring 1 Week 3
이번 주는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Challenge Partner라고 해서 다른 학교 교장들이 와서 학교에서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레슨 플랜은 잘 되고 있는지, 플랜대로 잘 가르치고 있는지 참관도 하고 아이들이 공책에 쓴 내용들도 book look이라고 해서 과목별로 몇 개씩 추려서 보면서 아이들이 수업을 잘 따라가고 이해하고 있는지, 못 따라가는 아이들은 교사가 어떻게 도와주고 있는지, 또 아이들 몇 명 뽑아서 아이들에게 질문들 하고 답도 들으면서 아이들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보기도 하고 리더십에 있는 교사들과 면담도 하면서 흐름을 이해하고 제대로 하고 있는지도 평가하는 시간이 있었다. 약간의 OFSTED와 비슷하다고 보면 되는데 이것 때문에 지난 몇 주간 교장을 비롯 다들 스트레스받아 이거 해라, 저거 해라 등등 이메일 엄청 보내고 모임 때마다 닦달을 했다.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받았는지 수요일에 다 끝나고 나니 그냥 진이 빠지고 아이들도 교사들이 초긴장 상태라는 걸 알고 모르는 어른들이 와서 질문도 하고 수업 참관도 하고 하니 다들 몸으로 느꼈는지 목요일에 고삐 풀린 망아지들처럼 난리도 아니었다. 내가 좀 더 경험이 있는 교사였다면 유연하게 잘 다뤘겠지만 경험이 없고 아이들이 말을 안 듣다 보니 내 평생 가장 큰 목소리로 아이들에게 소리소리를 질렀다. 그 후유증이 커서 아직도 목이 아프다. 그리고 왜 난 이렇게 밖에 하지 못했을까 싶은 자괴감에 마음이 아프다.
목요일 수업 후 3시 15분부터 4시까지 방과 후 클럽으로 내가 컴퓨팅 클럽을 하는데 원래는 내가 맡은 학년 아이들만 오는 클럽이었다 이번 텀부터 1, 2학년 다 같이 하는 클럽으로 바뀌면서 1학년 아이들도 온다. 2학년 애들은 내가 얼굴을 거의 다 알지만 1학년 아이들은 내가 볼 일이 없으니 누가 누군지 알 수가 없다. 컴퓨팅 클럽이니 아이들이 자기 크롬북 가지고 우리 반으로 오는데 1학년은 아래층에 있어서 크롬북 가지고 올라왔다 끝나면 다시 1층 자기 교실에 놓고 다시 우리 교실로 올라와서 같이 집으로 가도록 지도해 준다. 문제는 1학년 아이들 중에 클럽 후에 또 After school club이라고 방과 후 클럽을 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그 아이들 중 두 명이 자기 크롬북 놔두러 가서는 안 올라오고 바로 방과 후 클럽으로 가버린 거다. 나는 총 21명이 있는데 19명 밖에 없어서 큰일이다 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1학년 아이들 중에 자기 이제 방과 후 클럽 간다고 하길래 안된다, 아직 아이들 안 왔으니 기다려야 한다고 하는데 애들이니 말 안 듣고 그냥 가려고 해서 (방과 후 클럽은 1층 홀에서 하기 때문에 그냥 가도 문제가 없는 구조다) 거의 사자후로 소리를 질렀다. 학교는 안전한 곳이기는 하지만 혹시라도 누가 널 데려갈 수도 있고 혼자 가다 다칠 수도 있는데 왜 함부로 그냥 가려고 하냐고 거의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돌아보면 내가 2명이 없어져서 걱정이 된 상태였고 거기에 또 다른 1학년 아이들이 자기 클럽 가겠다고 하니 통제 불능이라고 느껴져서 아이들이 내 말을 듣게 하려고 소리를 지른 거다. 내가 소리 지르니 아이들은 겁먹고 더 이상 클럽 가겠다고 하지는 않았지만 돌아보면 내가 그렇게 소리 지를 일은 아니었기에 내가 교사 자격이 있나 너무 속이 상했고 부끄러웠다. 아이들 다 집에 돌려보내고 없어진 2명 찾으러 리지랑 피비랑 같이 학교 돌아다니고 홀에 가서 방과 후 클럽에 가서 혹시 거기 내가 못 찾은 아이 있나 보니 친구들이랑 신나게 놀고 있더라. 긴장이 다 풀려서 정말 울고 싶었다. 리지가 그 아이들 불러서 따끔하게 혼내고 다음부터는 선생님한테 가서 확인받고 가라고 얘기 들었고 아이들이 내게 와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아이를 찾고 나니 아이들 사과도 귀에 들리지 않고 그냥 안도감에 괜찮다고 하고 교실로 올라왔는데 기운이 촤고 풀려서 그냥 집에 왔다. 학교에서 일하다 보면 괴담처럼 아이들 잃어버린 이야기가 돌기 때문에 혹시라도 잃어버린 게 아닌가 싶어 정말 정말 걱정이 됐다.
아직도 그 여파에 빠져 아이들한테 미안하고 내 교사 자질에 의문이 든다. 요즘은 워낙에 흉흉한 일들이 많으니 내가 아이들 안전에 신경을 쓰는 건 정말 좋은 일이지만 내가 소리를 지르며 반응한 건 정말 잘못한 일이기 때문에 반성한다. 제발 나 때문에 상처받는 아이들이 없으면 좋겠다. 리지는 날 위로하겠다고 자기는 클럽 하면서 애들 출석도 안 부르고 누가 왔는지 안 왔는지도 모른다고 원래 경력이 쌓이면 애들 출석도 안 부른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내 성격은 그렇질 못하기 때문에 늘 이렇게 터질 준비가 되어 있는 게 아닌가 싶어 겁이 난다. 어차피 엎질러진 물이니 주워 담을 수 없지만 그래도 앞으로는 침착하게 차분하게 아이들에게 이야기하는 선생님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앞으로> 1학년 아이들은 크롬북 리턴하라고 하지 않고 교실에 있게 하고 아이들 다 집에 가고 나서 내가 나중에 아이들 교실에 다시 두는 걸로 하면 아이들이 바로 아프터스쿨 클럽으로 가는 걸 줄일 수 있을 것같다.
수업은 늘 하던 대로 했고 아이들이 조금씩 성장하는 게 보여 참 예쁘다. 물론 힘든 아이들은 여전히 있어 그 아이들을 어떻게 도와줘야 하나 고민은 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다음 주에 Chinese New Year라고 아이들에게 전통 옷 입고 와도 된다고 뉴스레터가 나갔다. 그걸 보면서 헉했다. 작년 교장은 Chinese New Year라고 하지 않고 Lunar New Year라고 했는데 이번 교장인 쌤은 다시 Chinese New Year라고 써서 고민을 하다 어제 집에 가기 전에 쌤에게 난 한국 사람인데 우리도 새해 기념하고 설날이라고 부른다고 혹시 나도 전통 옷 입고 와도 되는지 물어봤더니 너무 미안하다고 하면서 자기는 다 포함하고 싶다고 Lunar New Year로 바꾸고 하겠다고 해서 알겠다고 고맙다고 마무리했다. 난 절대 애국자도 아니지만 외국에 살다 보면 중국, 일본의 영향으로 한국의 것들도 중국, 일본 것처럼 보일 때가 있어 속상할 때가 가끔 있다. 하… 덕분에 수요일에 한복 입고 학교 가게 생겼다. 결혼할 때도 한복 안 맞추고 한복 안 입었는데 이게 뭔가 싶지만 그래도 내년부터는 Lunar New Year라고 불리지 않을까 싶어 이만큼의 불편함은 감수할 가치가 있는 것 같다.
참, 이번 주 화요일에 우리 반 nonverbal 한 아이가 특수학교로 전학을 갔는데 그곳에서 그래도 잘 적응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들어 정말 다행이다 싶었다. 그리고 우리 반 남자아이 하나가 크로이든 쪽으로 이사 가서 그 아이도 금요일이 마지막이라고 해서 애들이랑 사진도 찍고 카드도 만들어서 줬다. 원래 정원 30명인데 이제 28명 됐다. 그래도 웨이팅에 있는 아이들이 있다고 해서 곧 2명 더 올 것 같은데 이렇게 중간에 오면 학교에서 이 아이가 어떤 아인지 전혀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왔을 때 서로 알아가야 한다. 우리 반, 우리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으면 좋겠다.
말하는 능력 향상을 위해 하는 발표 시간 - 발명가 월리스를 위해 도와주는 그로밋이 되어 어떤걸 발명했고 무슨 재료를 썼는지, 재료의 특징은 뭔지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우리반 애들은 발표를 너무 쑥쓰러워해서 더 자주 해야 할 것 같다.
지난 주부터 곱하기, 나누기 배우고 있다. 다들 잘 따라오기는 하는데 어려워하는 애들이 몇 있어 어떻게 도와줘야 하나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