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랑은 삶과 시

봄의 정원으로 오라

by 타조

봄의 정원으로 오라

이곳에 꽃과 술과 촛불이 있으니

만일 당신이 오지 않는다면

이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리고 만일 당신이 온다면

이것들이 또한 무슨 의미가 있는가

<봄의 정원으로 오라>, 잘랄루딘 루미




태양은 점점 늦은 시각에 떠오르고 이른 시각에 저문다. 태양이 머무는 시간에 따라 우리가 느끼는 온기도 예전 같지 않다. 아침에 울리는 알람을 듣고 눈을 뜨면 방은 고요하게 어둠을 품고 있다. 강렬한 태양빛이 온 집안을 터뜨릴 듯 가득 채우던 시기가 있었건만 어느덧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오늘따라 방 안의 어둠이 새삼스럽다.


시간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에 둔해진 건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대자연의 일원으로 살아가던 시절에는 자연의 모든 것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기온, 습도, 비, 바람과 같은 모든 자연의 변화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였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자연의 변화에 더 이상 민감하지 않다. 그렇다고 대자연의 가장 아름답고 큰 축복까지 잊지는 않았다.


사랑은 우리 생존의 의미이자 삶의 모든 것이라는 사실은 사랑의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사랑으로 느끼는 환희와 고통의 경험은 사랑이 곧 삶이라는 깨달음을 준다. 감격스러운 행복으로 사랑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또 슬프지만 소멸하는 사랑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갈망으로 사랑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소중한 존재에 대한 순수한 마음은 잘랄루딘 루미의 시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두 사람이 어떤 관계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사랑하는 존재에 대한 순수한 마음이 담백하게 담겼다. 찬란한 태양도, 청명한 하늘도, 기분 좋은 바람과 적당한 기온도, 날씨도, 꽃향기도, 분위기 좋은 촛불도, 사랑을 속삭이기 좋은 적당한 어둠도, 그 어떤 것도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무의미하다. 그 어떤 것도 말이다.


사랑은 삶이며 그렇기에 시가 되었고 찬란하게 빛났다. 육체와 영혼이 함께 빛날 수 있는 사랑을 꿈꾸는 자는 살아 있다. 그리고 진정한 사랑을 나누며 빛나는 삶을 살 것이다.


<잘랄루딘 루미, 1207-1273>

keyword
일요일 연재
이전 13화인생과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