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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이다 Aug 20. 2022

고층빌딩 옥상에서 사는 나무

그림에세이(20)

고층빌딩 옥상에서 살아가는 나무들의 삶은 어떨까?


땅이 아닌 빌딩 옥상에, 그러니까 땅 아래로 뻗어나가던 뿌리가 하늘에 둥둥 떠 있는 거나 마찬가지 상황인데, 어떻게 보면 태곳적부터 나무란 존재는 땅이 단단히 붙박여서 지내왔는데, 공중에서 부유하는 채로 살아도 괜찮은 걸까? 물론 고층빌딩에 비할 바 없이 아주 높은 산 꼭대기에다 터를 삼고 살아가는 나무들도 세상엔 많지만, 그들은 옥상 빌딩에서 사는 것과는 확연하게 다른 상황이 아닐까 싶다. 낮은 산이든, 높은 산이든 어쨌든 산이란 환경은, 바위와 흙이 차곡차곡 쌓여서 높은 지대가 된 것이지만, 빌딩은 시멘트와 철근이 무너지지 않도록 구조적으로 엮였을 뿐이지, 층과 층 사이에는 뻥 뚫린 허공이 촘촘하게 박혀있어서 마치 거품 속에다 뿌리 내리고 지내는 건데, 나무들의 건강과 일상은 괜찮은 걸까?


산과 들과 밭에, 심지어 작은 화분에서 살아가는 나무들조차 같은 식물 친구가 주변에 가득할 테고, 날마다 찾아오는 벌레친구들도 수두룩할 텐데, 고층빌딩 옥상에서 사는 나무들은 날마다 외롭고 또 외롭지 않을까? 뿐만 아니라 우리 사람 중에는 높은 데 올라서면 심각하게 고소공포증에 시달리는 이들이 있듯이 나무 중에도 그런 공포에 취약한 존재가 있지 않을까? 알게 모르게 바람이 불때마다 시시각각 조금씩 흔들리는 건물의 진동이 불안하고 무서워서 매일매일 흐느껴우는 나무도 있지 않을까?


만약 내가 고층빌딩 옥상에서 살아가는 나무라면, 무슨 이유로 내가 시멘트와 철근으로 엮어진 거품 같은 가짜환경에다 뿌리를 공중에다 둥둥 띄운 채 불안하게 살아야 하는지, 날마다 묻고 또 묻고 싶을 것 같다. 동물원에서 살아가는 가련한 동물들과 함께 인간들에게 다가가서 도대체 왜 이런 기가 막힐 정도로 괴상망측한 곳에다 우리를 가둬놓은 거냐고 울부짖고 싶을 것 같다.


<고층빌딩 옥상나무>, 펜과 수채, 16절,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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