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저너리 Apr 22. 2019

[에세이 45] 연애할 준비가 되어있나요?

[하비엘의 크루 에세이 05] 연애를 할 준비가 되어있는 상태인가요?


연애할 준비가 되어있나요?


 벌써 4월, 봄이 왔다. 봄을 주제로 하는 많은 노래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한 때 가장 즐겨 들었던 노래는 “봄이 그렇게도 좋냐 멍청이들아” 10cm-봄이 좋냐 라는 노래이다.  봄이 되어 날씨도 따뜻해지고 벚꽃도 피면 이제 많은 커플들이 밖으로 나와서 데이트를 하기 때문에 솔로의 관점에서 그것을 질투하는 마음을 가사로 풀어낸 정말 귀여운 노래다. (절대 공감하며 들었던 건 아니다.)


 이렇게 봄에 거리를 거닐면서 손을 잡고 다니는 다른 연인들을 보면 노랫말처럼 질투가 나기도, 싱숭생숭해지기도, 가슴이 두근두근 뛰기도 하면서 죽어있던 연애세포가 깨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도 잠시, 뒤돌아서 마주하게 되는 차가운 현실의 벽 앞에서 세포들은 다시 모두 죽어버린다.


연애할 시간이 없다.
이제 공부해야 해.
지금 연애하기에는 너무 피곤해.
지금은 연애를 할 때가 아니라서...

 이보다 훨씬 많은 이유들로 사람들은 점점 연애를 포기한다. 이런 현상은 사회현상에 기반되는 것처럼 보인다. 더 이상 연애가 내 삶에서 우선순위가 될 수 없을 정도로 사회는 더 이상 여유롭지 않아 졌고 말 그대로 먹고살기 힘든 세상에 사랑은 밥을 먹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사랑은 내가 행복함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임은 분명하고 때로는 가슴 뛰는 내 모습을 보면서 살아있음을 느끼게 까지 해준다. 그렇기 때문에 연애의 힘듦과 부담감을 짊어지고 싶지 않아서 쉽게 연애를 포기해버리는 건 삶에서 누릴 수 있는 권리 중 큰 비중을 내려놓는 것 같다. 우리는 권리를 잘 챙기기 위해서 때로는 약간의 준비도 필요하다.

 나는 가장 중요한 준비사항 중 하나로 나 자신의 정서적 안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나다움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연애를 한다는 건 내 일상을 공유하고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이기에 나만의 삶에 사랑하는 사람이 차지하는 공간을 내어주기도 해야 한다.


 처음에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커서 그 사람이 들어와 있는 내 삶이 완벽하고 마냥 행복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어줬던 작은 공간이 점점 커지고 나도 모르게 엄청난 영향력을 받는다. 그리고 어느샌가 정말 많이 변해있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마음에 그 사람을 위해서 변화한 아름다운 내 모습도 있겠지만 연애의 끝자락에서 는 감정에 헌신적이다가 군데군데 닳아져 있던 내 모습도 발견한 적이 있었을 것이다.


 연애를 포기한 사람 중에는 분명히 ‘이전의 연애 경험이 좋지 않아서’가 이유인 사람들이 있다. 1+1=2가 될 줄 알았던 관계가 알고 보니 2는커녕 마이너스가 되어있어서 그 자체로 질려버렸을 것이다. 그래서 최소한 나의 '1'은 지킬 수 있는 확신이 있어야 마이너스는 되지 않을 것이다.


 연애를 하는데 나다움을 찾는다고? 너무 이기적인 것 아닌가 하겠지만 중요한 건 여기서 ‘나다움’이란 나에게도 적용될 뿐만 아니라 당연히 상대방에게도 적용이 된다는 말이다. 즉 두 사람이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면 그건 지금 당장 연애를 시작해도 된다는 것이다.


 데이트 시간보다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면, 공부하는 내 모습 자체를 응원해 줄 사람을 만나야 한다. 일이 너무 바쁘고 정신없어서 힘든 나라면, 삶에 지친 내가 위로받을 수 있고 안식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내 모습이 상대에게 받아들여졌다면 나도 상대방을 그렇게 해야 한다.


 이렇게 말은 하지만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서로가 나다움을 존중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게 얼마나 낮은 확률인지 안다. 심지어 연애가 아닌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는 철저히 준비하고 계획했음에도 수많은 돌발 변수들 때문에 예상과 다른 결과를 맞이한 일들이 많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말은 길게 했지만 결론은 '완벽한 준비를 마치고 시작하기보단 내 감정이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겨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서로를 진짜 사랑해서 연애를 시작했다면 자연스럽게 내가 사랑했던 상대방의 모습 그대로를 보존하기 위해서 애쓸 것이며 관계 속에서의 나를 보면서 나다움이 무엇인지 더 명확하게 알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봄은 모두에게 더 따뜻하고 행복한 시간이길 소망한다. 

 그래 나는 봄이 좋다.  






    비저너리의 크루 에세이 시즌 2부터는 비저너리 달력 뒤에 있는 그 달의 질문 중 하나를 골라한 주에 한 번, 월요일 아침, 크루들의 진솔한 답변으로 채워 나갑니다. :)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도 바쁜 일상 속 생각에 잠기실 수 있도록 최근 한 달(5개)의 질문들을 공유합니다. 그리고 이번 한 주는 다음 질문 중 하나를 깊이 생각해보면서 어딘가에 답해 보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요?



지난 크루 에세이

[취미]

나를 바꾼 취미가 있다면?

[에세이 40] 존버의 시간

나와 어울릴 것 같은 취미는 무엇인가요? 혹은 나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취미는 무엇인가요?

: [에세이 41]시즌을 타는 취미

새로운 당신을 발견하는 취미가 있었나요?

[에세이42]요가? 저 그런거 몰라요


[사랑]

사랑을 해본 적이 있나요?

[에세이 43] 내가 제일 못하는 사랑

사랑을 받는 것 vs 사랑을 주는 것

[에세이 44] 어느 쪽이 더 좋은가요?

매거진의 이전글 [에세이44] 사랑을 받는 것 vs 사랑을 주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