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저너리 Apr 15. 2019

[에세이44] 사랑을 받는 것 vs 사랑을 주는 것

어느 쪽이 더 좋은가요?

사랑을 받는 것 vs 사랑을 주는 것
어느 쪽이 더 좋은가요?


'사랑'이란 무엇일까? 네이버를 키고, 검색창에서 사전적인 의미를 찾아봤다.


출처 : 네이버

질문을 다시 보고, 의미를 다시 보았을 때 나는 이 질문에 대해서는 고민할 이유가 없이 전적으로 '사랑을 주는 것'이 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는 사랑을 받고 싶어 애쓰는 사람이었다. 






어릴 적의 기억

아버지는 늘 장남이 우선이었다.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다'라는 말을 믿기에는 형과 나의 대우는 달라도 너무 달랐었다. 형에게 아버지는 마치 재물이 계손 나오는 보물단지인 '화수분'과 같았다. 당시 최고의 인기폰인 '가로본능'이 나온 지 얼마 안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형의 손에 쥐여줬고, CD 플레이어며 사고 싶은 옷이며, 아버지는 형에게 다 해주고는 했었다. 속상한 마음에 "저도 사주세요"라는 말을 하면 늘 반박할 수가 없었다. 나는 "너도 형 나이가 되면 사줄게"라는 말을 믿는 꼬꼬마였으니까.


애니콜 가로본능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이키 포스라는 신발이 유행이었고, 유행을 선도하진 못해도 뒤처지지는 말자라고 생각했던 그때의 나는 이 신발이 정말 너무너무 갖고 싶었다. 아버지께 "사주세요"라고 하니 역시나 "안돼"라는 대답이 돌아왔고, 이에 대한 항변으로 묵언수행을 하는 스님처럼 문을 걸어 잠그고 아버지의 물음에 씹어도 보고 밥을 안 먹는 시위도 해봤다. 그러나 그럴 때 나에게 돌아온 것은 나이키 포스가 아니라 몽둥이찜질뿐이었다.

이 방법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분명 두드리면 열린다고 어디선가 들어봤는데 열리는 것은 아버지의 지갑이 아니라 "자꾸 뚜껑 열리게 할래?"라는 대답처럼 아버지의 뚜껑이 열리고 있었다.  그러나 나이키 포스 미드를 사고 싶다는 나의 마음만큼은 꺾지 못하였다. 그래서 겨울방학 때 동네 손세차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고, 일당 3만 원을 며칠 모아서 같은 반 친구에게 중고로 7만 원을 주고 구매했었다. (누구에게 샀는지 이름도 아직 기억한다. 남득아 잘 살아있지?)


그렇게 같은 반 친구에게 산 신발은 나에게 보물 1호가 되었고, 밑창이 다 터지고 가죽이 다 갈라질 때까지 부지런히도 신고 다녔다. 심지어 가죽이 터진 곳을 손바늘로 얼기설기 꿰매 신기까지 했으니 뭐.




출처 : 네이버 중고나라 2010년 게시물 (나이키 포스 미드)





사랑을 받는 것 vs 사랑을 주는 것

어린 나는 '사랑'이란 곧 '물질적인 것'이라고 정의했다. 형에게는 원하는 것을 다 사주고, 나에게 사주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나를 사랑하지 않나 봐'라며, 스스로를 깎아내렸다. 사랑을 받고 싶어 몸부림을 쳤었다. 현실로 돌아와 다시 질문을 생각해 보았다. 연애를 하고 있는 지금의 나는 사랑을 주는 것이 더 행복하고 좋다. (네 자랑입니다.) 그러나 짝사랑처럼 나만 일방통행의 사랑을 하고 있다면 많이 슬플 것 같다. 따라서 질문에 대해 내가 내린 결론은 나라는 사람이란 "사랑을 받고자 사랑을 주는 것"이 더 좋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사랑이란, 보이지 않지만 느낄 수 있다. 사랑을 받는 것과 주는 것을 단순히 이분법적 사고로 정의하기는 너무 어렵게만 느껴진다. 사랑만 해도 부족한 시간이니 어떠한 계산 없이 사랑하리라.






안녕하세요

저는 지난 [에세이 11] '프로불편러' 설명서 (도요타의 5 why 기법 맹신론자인 나의 이야기)로 

인사드린 후 잠시 쉬다가 오랜만에 인사드리는 크루 홍원영입니다. :D


저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사랑을 받는 것 vs 사랑을 주는 것
어느 쪽이 더 좋은가요?




    비저너리의 크루에세이 시즌 2부터는 비저너리 달력 뒤에 있는 그 달의 질문 중 하나를 골라 한 주에 한 번, 월요일 아침 크루들의 진솔한 답변으로 채워갑니다.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도 바쁜 일상 속에서라도 생각에 잠기실 수 있도록 최근 한 달의 질문들을 공유합니다. 그리고 이번 한 주는 다음 질문 중 하나를 깊이 생각해보면서 어딘가에 답해 보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요?


지난 크루 에세이

[취미]

나를 바꾼 취미가 있다면?

: [에세이 40] 존버의 시간

나와 어울릴 것 같은 취미는 무엇인가요? 혹은 나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취미는 무엇인가요?

: [에세이 41]시즌을 타는 취미

새로운 당신을 발견하는 취미가 있었나요?

: [에세이42]요가? 저 그런거 몰라요


[사랑]

사랑을 해본 적이 있나요?

[에세이 43] 내가 제일 못하는 사랑



매거진의 이전글 [에세이 43] 내가 제일 못하는 사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