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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주얼페이지 Oct 18. 2022

밑반찬의 효용성

적당함의 미학



아이가 피아노 학원  시간이 되면 저녁은  먹나 고민이 시작된다. 냉장고 한번 열어서 안에 있는 반찬과 식재료를 확인해 본다. 오늘은 엄마한테 받아온 밑반찬이 많다. 이런 날은 국이나 찌개 하나만 끓여서 먹으면 되니깐 수월하다.


10월 초에 시가에 갔을 때 시어머니가 여러 김치와 밑반찬을 준비하셨다며 꺼내셨다. 9월 추석 때 양가에서 받아 온 음식들이 아직 냉장고와 김치냉장고를 채우고 있는 상태였다. 남편이 꼭 먹고 싶은 반찬만 조금씩 달라고 부탁드렸는데 손이 큰 시어머니인지라 소용없었다. 한동안 냉장고 문 열 때마다 앞 뒤, 위아래로 꽉 찬 냉장실이 내 가슴을 답답하게 했다.  


밑반찬이 있으면 좋긴 한데, 아주 길어 봤자 사흘 정도 맛있게 먹는다. 이후로는 물려서 안 먹으니깐 냉장고에서 안 꺼내게 되고, 그럼 냉장고 속에서 맛이 없어져서 손 대기 싫어지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시가에서 받아 온 음식에 대처하는 요령이 생겼는데, 1.5배의 양을 꺼내 놓는다. 반찬을 빨리 많이 먹어버리는 거다.


거의 한 달 만에 냉장실에 여백이 생겼다. 덩달아 숨이 트인다. 아들 입맛 챙기고, 내 손 덜어 주려고 챙겨주시는 어머니 마음 잘 알지만, 밑반찬이란 게 많이 있다고 마냥 즐겁지 않은 내 마음도 알아주셨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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