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한 단상들
당신이 일상에서 찾은 사랑은 어땠나요
[단상 하나]
이번 가을에
종로를 가로지르는 파란 버스 안에 앉아 밖을 바라보았다.
은행잎 떨어지는 길가에서
중절모를 쓴 할아버지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 뒤에는
하얀 머리에 분홍 꽃무늬 옷을 차려입은 할머니가 있었다.
할머니는 굽은 허리를 피며 한숨 돌리다가
손에 든 하얀 비닐봉지를 고쳐 잡고
몇 발자국 떼었다.
체크무늬 정장을 차려입은 할아버지는
재촉하지 않고
말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아내의 발걸음이 그에게로 다달아
수평을 이루자
할아버지는 주름진 손으로 할머니의 등을 어루만지며
웃었다.
할머니가 든 비닐봉지 안에는 약이 든 것 같다.
할머니에게 지병이 있을까.
가을날
종로의 길을 걷는 노부부는
천천히, 천천히 길을 찾아 걸어갔다.
그 끝이 죽음으로 맺어지더라도
걷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하다는 듯이.
[단상 둘]
회사 동료와 점심 산책을 나섰다.
그날은 서늘한 가을 날씨에 온몸의 세포가 동글동글 뒤틀리며
상쾌하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가을을 누리며
동료와 산책을 하던 중
작은 골목길에서
주인과 산책 중인 갈색 강아지를 만났다.
왜인지 절뚝이는 모습에 시선이 가던 찰나에 동료가 말했다.
"저 강아지, 다리 하나가 없어요..."
동료가 말한 대로 그 강아지에게는 앞다리 하나가 없었다.
이리 절뚝, 저리 절뚝.
콩콩 뛰며 산책을 하고 있었다.
힘들어 보이지는 않았다.
그 작은 생명체는
자기 나름의 몸짓과 움직임으로
세상 냄새를 맡고
귀를 펄럭이며 가을을 느끼고 있었을 뿐이니까.
옆을 지나갈 때
나는 괜스레 더 환하게 웃으며
"와, 안녕! 너 너무 귀엽다!"라고 외쳐주었다.
장애가 있든 말든
너 자체로도 너무 귀엽고 아름답다고 외쳐주고 싶었다.
그러자 강아지는 나를 올려다보며
헤헤거리며 혀를 내밀고 웃었다.
표정에서 진심으로 '행복하다'라고 외치며 웃었다.
순하고 순수하고 즐거움 그 자체로의,
존재는 얼마나 예쁜지.
[단상 셋]
수능 필적확인 문구에 등장한 시가 너무 예뻤다.
나는 너의 이름조차 아끼는 아빠
너의 이름 아래엔
행운의 날개가 펄럭인다
웃어서 저절로 얻어진
공주 천사라는 별명처럼
암 너는 천사로 세상에 온 내 딸
빗물 촉촉이 내려
토사 속에서
연둣빛 싹이 트는 봄처럼 너는 곱다
예쁜 나이, 예쁜 딸아
늘 그렇게 곱게 한 송이 꽃으로
시간을 꽁꽁 묶어 매고 살아라
너는 나에게 지상 최고의 기쁨
저 넓은 세상에서 큰 꿈을 펼쳐라
함박꽃 같은 내 딸아.
- 곽의영 시인의 시 '하나뿐인 예쁜 딸아'
사랑의 모습은 형형색색.
오늘도 사랑은 세상에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