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웹툰 형태로 이미 인기를 얻은 콘텐츠가 영상화됐을 때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언택트 시대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큰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웹툰/웹소설 시장 역시 10년 넘게 성장이 지속되었음에도 여전히 순이용자 수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아래 이미지를 참고하면 2019년도 7월과 2020년도 7월을 비교했을 때 총 이용시간이 24%나 성장했음을 알 수 있다), 글로벌로의 사업 확장과 드라마, 영화, 게임 등의 IP 확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닐슨코리아클릭, <IP 무한 확장의 시대, 웹툰/웹소설 시장 왕좌의 주인은?>
필자가 재직한 게임 회사만 하더라도 IP사업지원팀에서 하나의 게임 IP를 가지고 드라마, 테마파크, e스포츠 대회 등 다양한 포맷으로 확장해나가는 행보를 확인할 수 있었고, 앞으로 콘텐츠 업계에서 IP 비즈니스가 가지는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 예상한다. 그중에서도웹툰과 웹소설은 다른 포맷의 콘텐츠에 비해 가지는 장점이 무궁무진하며, 이를 기반으로 확장하는 2차 저작물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질 것이다. 올 초부터 큰 인기를 끌었던 <여신강림>, <스위트 홈>, <경이로운 소문> 외에도 2021년에 방영이 예정된 웹툰 드라마화만 하더라도 줄줄이* 이어진다.
(* 2021년 방영 예정 드라마로는 이전에 작품 분석 글로 다뤘던 다음웹툰 <나빌레라>뿐만 아니라, 네이버웹툰에서 인기가 많았던 <유미의 세포들>, <안나라수마나라>, <간 떨어지는 동거> 등이 있다.)
그래서 IP 비즈니스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지만 그게 뭔지 잘 몰라서 궁금하거나, 웹툰/웹소설 IP가 어떤 장점이 있고, 어떻게 확장되는지 궁금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웹툰/웹소설 IP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IP 비즈니스란?
IP는 Intellectual Property(지식재산)의 약자로, 일반적으로는 IP 비즈니스라고 하면 원천 콘텐츠를 기반으로 영화, 드라마, 게임, 굿즈 등의 2차 저작물로 확장(OSMU)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카카오페이지의 <승리호> 예시와 같이, 작품 제작 초기부터 OSMU화를 기획하여 접근하는 케이스도 확인할 수 있다.
필자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본 결과 웹툰, 웹소설 업계에서 IP 비즈니스의 중요성이 두드러진 이유는 아래3가지로 집약시켜볼 수 있다.
첫 번째, 플랫폼의 시장 장악
과거에는 공급자(CP사; Content Provider)가 만들어내는 대로 콘텐츠가 유통되었다면(따라서 힘이 약했던 초기 플랫폼은 CP사에서 제공하는 대로 콘텐츠를 유통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플랫폼을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플랫폼 사업자의 니즈대로 스토리, 볼륨, 포맷 그 모든 것들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플랫폼 사업자들은 개별 스토리 IP가 자사 플랫폼 유저 유입과 리텐션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 분석하며 신규 IP 수급과 육성을 결정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팬덤을 검증한 스토리 IP를 육성하려는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게 되었다.
두 번째, 해외 시장 진출
반도체를 비롯한 다른 업종이 내수시장의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글로벌 영역에 도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콘텐츠 업계도 글로벌로 영역을 확장하는 데 크게 집중하고 있다. 해외 자본이 미치는 영향력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웹툰, 웹소설 작가가 얻는 주 수입이 드라마, 영화 판권이 비중이 컸다면, 해외 시장 진출로 인한 해외 자본 유입은 작품 자체만으로도 수익이 나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작년 기준, 카카오페이지에서 300억 원대 누적 매출을 기록한 <나 혼자만 레벨업>의 경우, 수익의 큰 비중이 해외에서 발생했다.
해외 시장 진출은 개별 IP의 영향력을 더 높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할리우드, 미국 게임 마켓 등으로 IP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그 2차 창작물의 팬덤을 플랫폼으로 유입을 끌어오는 등 선순환적인 구조에 일조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플랫폼이 잠재력 있는 개별 IP를 확보하고 육성하는 일은 더욱 중요해졌다.
세 번째, OTT 시장 경쟁으로 인한 IP의 중요성 부상
한국의 콘텐츠 업계는 넷플릭스나 유튜브와 같은 글로벌 영상 플랫폼(OTT)과 경쟁할 대안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이러한 OTT 경쟁이 심화되는 과정 속 IP 확보가 중요해지면서, 이는 웹소설과 웹툰과 같은 원천 스토리 IP 제공 사업자에게 기회가 되고 있다. <좋아하면 울리는>, <스위트 홈>과 같이 웹툰 원작 넷플릭스 방영작이 좋은 예시로 생각되며, 앞으로도 웹툰, 웹소설 원작 넷플릭스 방영작이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스위트홈> IP 확장 사례
그렇다면 웹툰, 웹소설 IP가 다른 포맷 콘텐츠(일반 소설, 게임 등)와 차별화되는 장점은 무엇일까?
첫 번째, 경제성
장점 중 1순위는 단연코 '경제성'을 꼽을 수 있다. 최근 웹툰의 경우는 집단 창작이 필요하는 등 제작비가 많이 상승했으나 그럼에도 영화나 게임 같은 포맷에 비해 월등히 경제적이다. 소재, 장르, 분량의 제약이 덜한 것은 물론이다. 또한, 창작자가 스토리 연재 중에 직접 피드백을 받으며 스토리를 수정 및 확장해나갈 수 있으며, 작품의 성공 가능성을 빠르게 검증해볼 수 있다. 참고로 웹소설의 경우 제작 속도가 웹툰보다 20배 빠르다고 한다.
두 번째, 경쟁력
웹툰인사이트가 제시하는 지표에 따르면, 국내에서 현재 연재 중인 웹툰(휴재, 완결 제외)은 총 37,655개로 추산된다. 그렇게 많은 작품들이 존재하는 플랫폼 상에서 조회수, 별점과 같은 정량적 지표와 댓글과 같은 정성적 지표를 통틀어 살아남은 작품은 독자로부터 '검증'되고 '인정'받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세 번째, 시의성
네이버웹툰 IP비즈니스팀의 인터뷰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이전에도 소설을 드라마화, 영화화하기도 했지만 그보다 최근에 웹소설과 웹툰이 각광받는 이유는 시의성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웹 콘텐츠들이 현재 사람들이 가장 관심 있어하는 트렌드와 욕구를 잘 포착해내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지 이진수 대표의 말에 따르면,한 웹소설로 100만 명이 본다면, 이를 웹툰으로 확장했을 때 국내에서만 400~500만 명까지 독자가 확장될 수 있다고 한다. 또, 웹툰만 가지고 사업을 할 때는 영화 및 드라마 시장과 연결되는 웹툰 IP를 만드는 데 있어 양적인 한계가 있지만, 소설은 그 연계를 앞당기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이러한 이유로 여러 플랫폼과 제작사들은 웹소설, 웹툰, 영화, 드라마 등의 IP 사업을 묶어서 공동으로 추진하는 쪽으로 방향성을 가져갈 것이다. 그리고 글로벌 진출과 OTT 시장 경쟁으로 인한 잠재력 높은 IP 확보가 중요해지면서, 앞으로 웹툰, 웹소설과 같은 원천 스토리 IP에 대한 주목도가 커질 것임은 분명하다.
소소한 제언
앞서 논한 것처럼 웹툰, 웹소설 IP 비즈니스는 무궁무진한 기회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그로 인한 단점도 존재한다. 영화 <신과 함께>를 제작한 원동연 제작자님은 원작의 충성도가 높으면 어떻게 만들어도 팬덤이 불만*을 갖기도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드라마화, 영화화를 두고 우려를 표하는 웹툰, 웹소설 팬덤 반응도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다.
(* "다 된 영화에 아이돌 뿌리기"라는 웹툰 댓글 반응에 제작자님은 도경수(EXO 디오) 배우 역할에 '원동연'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셨다. 본인 이름을 걸고 만들겠다는 사명을 담은 것이었는데… 개봉 이후엔 주변 지인들에게 왜 (잘생긴) 도경수에게 본인 이름을 붙여줬냐고 타박을 들으셨다는 후일담이 있다. ㅋㅋ)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의 경우 작가 교체로 인해 '이야기 전개가 이상하다'는 반응과 시청률이 소폭 하락했다고 한다. 또,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사례로는 KBS2에서 방영한 드라마 <어서 와>이다. 전에 소개한 바 있는 고아라 작가님의 작품이지만, 드라마화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는 개인적인 의견과 부합하게 드라마는 0%대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IP 비즈니스를 두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 '보물창고' 등의 온갖 휘황찬란한 수식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2차 저작물로 확장할 경우 확장하는 콘텐츠에 대한 탄탄한 완성도는 물론이거니와 기존 팬덤의 호불호 요소에 대한 고려도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심심찮은 조언으로 글을 마무리할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