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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 SAW Oct 23. 2019

전주시립도서관 트윈세대 공간 짓기

제56회 전국도서관대회에 다녀왔습니다.

트윈세대를 위한 제3의 공간 프로젝트는 공공 도서관 안에 트윈세대를 위한 전용 공간을 만드는 프로젝트입니다. 여기서 트윈세대는 10대(Teenager)와 사이(Between)를 결합한 단어로 11~15세 나이의 어린이와 청소년 사이의 낀 세대를 의미합니다. 프로젝트의 자세한 이야기를 지금 만나보세요.



#전국도서관대회를 아시나요?

올해 56회를 맞이한 전국도서관대회는 매년 가을 한국도서관협회 회원 도서관과 사서, 문헌정보학과 교수, 학생, 관련 업계 관계자 등 3,500여 명이 참여하는 도서관계의 축제입니다. 올해 처음으로 C Program에서 전주시립도서관 트윈세대 공간 프로젝트를 소개하고자 전국도서관대회를 함께했습니다. 바다처럼 푸르렀던 가을날, 설레는 마음을 안고 부산 벡스코로 향했습니다.   


우주로1216을 처음으로 세상에 선보이는 순간!


저희가 준비한 포럼의 이름은 '전주시립도서관 트윈세대 공간 짓기'입니다. 이번 포럼은 트윈세대 공간 '우주로1216'을 처음으로 소개하는 자리라 더욱 의미가 깊었는데요.'트윈세대'가 누구인지 궁금하신 분들, 도서관 '공간 짓기'가 궁금하신 분들, '전주시립도서관'이 벌이는 새로운 작당이 궁금하신 분들 15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총괄 PM 신혜미 매니저, EUS+건축 지정우 소장님, 전주시립도서관 송지은 주무관님이 연사로 함께 해주셨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민매니저는 사회를 봤습니다.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



#첫번째 키워드. 트윈세대

지난 2월, 신혜미 매니저는 '트윈세대의 목소리를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그라운드룰을 프로젝트를 소개했던 첫 글에 다짐처럼 적었습니다. 과연 프로젝트 주체들은 트윈세대의 목소리를 가장 우선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했을까요? 첫 세션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트윈세대는 10대(Teenager)와 사이(Between)를 결합한 단어로 어린이라고 하기에도, 청소년이라고 하기에도 낯선 10대 초반의 친구들을 의미합니다.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기 시작하는 시기며 부모보다 또래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며 본인들의 문화를 만들고 싶어하는 시기예요. 그래서 더더욱 관심사가 다양해지고 폭넓은 경험에 목마른 시기입니다.



반면 트윈세대는 도서관을 떠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잠시 도서관을 떠올려봅시다. 우리 도서관에는 어린이실과 일반 열람실 사이,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는 트윈세대 친구들을 환영하는 공간이 있나요? 만약 없다면, 도서관이 이 시기의 아이들을 위한 제3의 공간이 되어주면 어떨까요? 이런 질문을 가지고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트윈세대 408명의 이야기

막상 프로젝트를 시작하려고 보니 트윈세대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는 자료가 없었습니다. 기존의 청소년 조사 결과를 들여다봐도 트윈세대의 목소리를 발견하기는 어려웠죠. 그래서 디아이디어그룹이라는 파트너와 함께 408명의 트윈세대를 대상으로 웹 서베이를 진행했습니다. 그 조사 결과를 최초로(!!) 소개합니다.


1. 서로 다른 7개의 유형, 차이를 존중하는 유연한 환경

408명의 아이들을 2개의 축 (정적 활동을 좋아하는지 vs 동적 활동을 좋아하는지 / 개인 시간을 중시하는지 vs 친구들과의 관계를 중시하는지)으로 나누어보니 특정 쏠림 현상 없이 7개의 유형으로 골고루 분포했습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사점은 각각의 유형적 특성도 중요하지만 트윈세대에겐 서로 다른 유형이 각자의 속도로 넘나들며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유연한 환경'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슬라임처럼 변화무쌍한 트윈세대를 위한 유연한 공간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2. 눈치 보지 않고 친구와 함께할 수 있는 편안한 환경

트윈세대 아이들에게 어떤 공간을 원하는지 물었더니 재미있고 특별한, 화려한 공간보다도 '어른들의 간섭 없이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아지트 같은 공간'이라는 답변이 훨씬 많이 나왔습니다. 트윈세대 친구들이 어떤 공간을 원하는지 직접 그려보도록 일러스트레이터를 대동해서 조별 작업을 해보았는데요. 가장 호응을 많이 받았던 공간 컨셉도 '내 친구집 트윈이네'였죠. 과연 친구네 집처럼 아늑하고 편안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은 어떤 모습일까요?


트윈세대 투표 1위, '내 친구집 트윈이네'


3. 짬짬이, 저녁에도 갈 수 있는 공간

트윈세대가 자유시간에 어떤 활동을 하는지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자유 활동이 방과 후 학원을 다녀온 저녁 6~9시 사이에 몰려서 일어났습니다. 빽빽한 일상을 보내는 트윈세대가 학원과 학교를 오가면서 실제로 이용할 수 있으려면 그들을 위한 공간도 저녁 9, 10시까지 열려있어야 한다는 의미인데요. 어쩌면 모두가 예측할 수 있는 결과이지만, 정작 트윈세대를 위해 늦게까지 열려있는 공간을 떠올려보면 편의점 외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습니다. 기존 공간들이 트윈세대에게 더 많이 닿을 수 있으려면 운영 시간을 어떻게 실험해볼 수 있을까요?


4. 콘텐츠는 풍부하지만 경제적 부담이 적은 '공공 공간'

마지막으로 트윈세대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하는 활동은 다양하지만, 막상 부담 없이 갈 수 있는 공간의 선택지가 너무 적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아이들이 가고 있는 공간은 평균 1~2만 원이 드는 방탈출 카페, 만화 카페이거나 열람실처럼 무료지만 재밌기는 어려운 공간뿐이죠.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결국 맘편히 머물게 되는 곳은 편의점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양한 활동을 경제적, 심리적 부담 없이 친구들과 즐기고 싶어 하는 트윈세대의 마음을 북돋아줄 수 있는 공간을 어떻게 늘려나갈 수 있을까요?   


'하고 싶은 자유 활동'은 신체, 창작, 감상, 관람, 오락 활동의 응답이 높다.


트윈세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각 영역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어 물리적 공간, 재료와 콘텐츠, 사람(운영자) 측면의 경험을 완성해가고 있습니다. 이번 트윈세대 전용 공간이 전환기에 있는 아이들을 위한 제3의 공간으로서 도서관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확장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 프로젝트 주체, 구조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



#두번째 키워드. 공간 짓기

프로젝트가 막 시작했던 초창기, EUS+건축의 두 소장님께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트윈세대를, 그리고 프로젝트를 대하는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당시에 트윈세대는 탐험을 시작하는 세대로 트윈세대 공간은 탐험을 떠나는 전초기지이면서 동시에 공간 자체가 탐험의 대상이 되는 우주 같은 공간이길 바란다던 답변이 기억에 남습니다.


인터뷰 이후 두 아빠 건축가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트윈세대에게 다가갔을까요? 그리고 트윈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어떤 시도를 하셨을까요? 각자의 관심사로, 각자의 속도에 맞게 탐험을 시작하는 트윈세대를 위한 유연한 공간은 어떻게 탄생했을지 자세한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설계자로서의 마음가짐: 대상이 아닌 '파트너', 분석보다 '이해와 공감']



저희는 트윈세대를 이해하는 게 한번에 해결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전주에서 하는 첫번째 트윈세대 공간이 최적의 솔루션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시대가 달라지면서 솔루션도 달라지는 만큼,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트윈세대를 최대한 열심히 이해하고 공감하고자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트윈세대 도서관 공간을 위한 디자인 원칙]



비슷한 재료를 쓰더라도 조형을 달리하면 각기 다른 활동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설계했습니다. 만약 책장이 있다면 책장이 똑바로 있을 때와 약간 기울어져서 있을 때, 계단식으로 되어 있을 때와 언덕같이 되어 있을 때 다양한 성격의 아이들이 서로 다른 활동을 할 수 있고, 에너지 레벨도 다르게 쓸 수 있지 않을까요?


[트윈세대 공간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사진은 저희가 매달 회의하면서 중간중간 만나 협의하는 사진들이에요. 추진단에는 전문가도 있지만 트윈세대 친구들도 있습니다. 새로운 유형의 트윈세대 공간을 만드는 데는 트윈세대를 파트너로 이해하는 전문가 어른들, 서로가 제대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시간과 시너지를 내는 관계, 단계별로 충분히 협의하고 창의성을 발휘하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 아빠 건축가, EUS+건축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



#세번째 키워드. 전주시립도서관

마지막으로 이 공간을 운영하실 행운의 운영자, 전주시립도서관의 송지은 주무관님이 트윈세대 공간 '우주로1216'의 운영 계획을 소개해주셨습니다. 공간을 만든 취지 자체가 트윈세대에게 필요한 경험과 자극에서 시작한 만큼 운영자의 마음가짐도 시작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말씀하신 주무관님의 인터뷰도 참고해주세요.  

 




제가 트윈세대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것은 2017년 노르웨이 비블로 퇴이엔 기사를 통해서예요. 2016년 4월에 오픈한 10-15세 아이들의 전용 도서관인데 보시다시피 빈티지 펍 같기도 하고 트럭 보닛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아주 독특한 도서관이에요. 이걸 보는 순간 굉장히 부럽기도 하고, 우리도 이런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요. 불과 2년 후! 전주시에 이런 트윈세대 공간이 만들어질 기회가 왔고 제가 그런 꿈같은 공간의 운영자가 되었어요. 아이들에게도 의미 있는 공간이지만 저에게도 의미 있는 작업이어서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우주로'라는 이름은 워크숍을 통해 트윈세대 친구들이 직접 만든 이름이에요. 우리가 주인이 되는 공간, 우리만의 행성 등의 의미를 담고 있어요. 아이들이 직접 자신들의 공간에 붙여준 이름이라 굉장히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주로1216은 새로 신축하는 전주시립도서관의 3층 공간으로 초등 5학년 ~ 중학교 3학년 외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은 당연히 들어올 수 없어요. 평일엔 저녁 10시까지 열어둘 예정입니다.



'진저티프로젝트'라는 전문가팀의 도움을 받아 10가지 운영원칙을 세웠습니다. 트윈세대가 단순 이용자가 아니라 운영에 참여하는 기획자, 스태프였으면 좋겠다. 운영자가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이 아니라 트윈세대에게 질문하고 경험을 촉진하는 어른이었면 좋겠다. 정해진 프로그램을 일방적으로 운영하는 대신 아이들이 직접 기획할 수 있다면 좋겠다. 운영을 평가할 땐 프로그램 수나 프로그램 참여자 수가 아니라 참여한 아이들의 목소리에 주목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원칙을 고민했습니다.



새로운 경험을 시도하는 공간으로서 언제든지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해 볼 수 있는 '패시브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입니다. 진저티프로젝트에서 제안해주신 부분인데요. 패시브 프로그램이란 정해진 커리큘럼, 스케줄에 맞춰 아이들이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시간 날 때 언제든지 와서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예를 들어 냅킨 아트 프로그램이라면 강사가 반 정도 완성된 샘플을 가지고 와서 똑같은 작품을 만드는 구성인데 패시브 프로그램은 D.I.M 뜨개질 코너처럼 아이들이 직접 활동, 순서, 시간을 정할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이런 접근의 프로그램을 늘려가보려해요.




우주로1216은 도서관 안에 조성된 공간입니다.


도서관에서 점점 멀어지고, 결국 책을 멀리하게 되는 10대 초반의 친구들이 하고 싶지만 집과 학교에서는 할 수 없었던 경험을 도서관에서 자유롭게 할 수 있다면 도서관이 다시 가까워지지 않을까란 기대로 여러 주체가 정성을 모아 공간을 짓고 있습니다.


12월에 오픈하는 우주로1216에 많이 놀러 와 주세요. 저희가 처음 생각했던 의도에 맞게 경험을 주는 공간으로서 잘 운영되고 있는지 관심 가져주시고, 응원해주시기 바랍니다.


+ 전주시립도서관 트윈세대 공간 프로젝트가 궁금하다면?



<전주시립도서관 트윈세대 공간 짓기> 글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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