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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 SAW Feb 10. 2020

4. 21세기, 도시를 살아가는 아이들의 놀이장소 1편

Part 1. 요즘 아이들은 동네 어디에서 놀까?

[놀세권 연구자의 동네 놀이 풍경 관찰기]는 C Program에서 후원한 동네 놀이환경 진단도구 개발 연구, 일명 '놀세권 연구'의 연구자 중 한 명인 최이명 박사가 연구를 통해 수집한 94명 아이들의 GPS 데이터(동선)를 추가 분석하며 발견한 이야기를 에세이로 전합니다. 관찰기 시리즈가 오늘의 대도시를 살아가는 아이들의 놀이 행태를 이해하고 동네 놀이 풍경에 대한 흔한 오해를 풀어갈 수 있는 실마리가 되길 바랍니다.



이미지 출처: 서울타임스, 디자인정글


50년 남짓 흘렀을 뿐인데, 60년대 신문과 잡지에는.. 


자연 속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노는 아이들의 풍경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꽁꽁 언 한강에서 썰매를 타고, 개천에서 물고기를 잡는 아이들. 바다에서 수영을 하고 있으면 가자미가 와서 몸에 부딪히곤 했다는 어른들의 회고는 8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나에게는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판타지에 가깝다. 


이미지 출처: MBC C&I


집집마다 6남매가 기본이었던 시절, 생업에 바쁜 부모의 손길은 아이들에게 일일이 미칠 겨를이 없었던 듯하다. 그 시기를 살아보지 못했으니 그저 책을 통해 상상의 나래를 펴볼 뿐인데, 2018년의 끝자락에 우연히 접한 그 시절 아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다소 복잡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물고기를 취하게 만들겠다고 아빠의 술을 훔쳐 개울에 붓고, 개미 똥구멍을 빨아먹고 시큼하다 말하며, 자기가 발견한 산속 비밀 장소로 친구를 데려가는 병호(최우근, 2018, 아! 병호). 어른들이 모르는 그들만의 넓고 짜릿한 세상이 있었던, 그 시절을 결코 우리는 온전히 이해할 수 없으리라. 


지금의 부모 세대인 3,40대는 점점 놀기 힘들어지는 동네 환경의 변화를 몸으로 체감하며 성장해 나갔을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도시의 개발 밀도는 높아졌고, 빈 땅과 자연을 접하기는 점점 어려워졌다. 산과 들을 마음대로 뛰어다니는 일은 적어졌지만, 그래도 마당과 골목길, 공터에서 노는 맛이 무엇인지 가까스로 경험한 마지막 세대인 듯하다. 이때만 해도 ‘OO야, 학교 같이 가자’, ‘OO야 놀자~~’ 하고 아이들이 친구를 부르는 소리를 동네에서 흔히 들을 수 있었다.  대문에서 초인종을 누르고 도망가는 아이들과 시도 때도 없이 장난 전화를 걸어대는 아이들은 왜 그리 많았는지. 학교는 하교 이후가 진정한 시작이었고, 공터에는 약속하지 않아도 늘 아이들이 있었다. 놀이터는 없었지만 놀지 못해 아쉬울 것도 없었던 시절, 강풀의 ‘얼음 땡!’에 나오는 장면들이 일상이었던 나날이었다. 


산과 들을 마음대로 뛰어다니는 일은 적어졌지만, 그래도 마당과 골목길, 공터에서 노는 맛이 무엇인지 가까스로 경험한 마지막 세대인 듯하다. 


"공터에 나가면 만나자고 약속하지 않아도 늘 친구들이 있었거든" 이미지 출처: 알라딘


그로부터 불과 한 세대가 지난 지금, 수도권의 땅값은 끝을 모르게 치솟았고, 도시환경은 더욱 높은 밀도로 압축되었다. 아이들의 손에 쥐어진 스마트폰은 그들에게 넓은 온라인 세상과 부모 손바닥 위에 갇혀 노는 오프라인 세상을 선사했다. 서울의 어지간한 동네에서 남겨진 공터 따위는 자취를 감추었으며, 아이들의 자유시간과 활동 영역은 형편없이 쪼그라들었다. 이제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들의 조부모와 부모가 그랬던 것처럼 자연 속에서, 공터에서, 골목에서, 마당에서 더 이상 놀 수 없다. 높은 사회적 불안 속 부모의 걱정은 아이들에게 각인되어, 어둡거나 지저분한 곳은 아이들이 먼저 피해 다니고, 호기심조차 갖지 않게 되었다. 공사장을 뛰어다니고 삽으로 함정을 파며 놀았다던 조부모의 이야기가 거짓말은 아닌지, 야성을 잃어버린 아이들은 잠잠하다. 

 


요즘 아이들은 동네 어디에서 놀까? 


자연 속을 넘나들지도 못하고, 골목과 공터는 오래전에 차량에 점령당한 지금, 아이들이 동네에서 다양한 장소를 놀이에 활용하고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하기 어렵다. 마음만 먹으면 동네 전체 어디든 놀이터가 될 수 있던 예전과는 달리, 도시에 놀이터가 만들어지는 동시에 아이들은 놀이터 안에 갇혀버렸다. 어른 없이 돌아다니는 행태 자체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요즘의 현실이니, 아이들의 이동 경로를 살피면서도 학교-학원-공원·놀이터-친구 집 외에 어떤 특별한 장소가 더 발견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기는 어려웠다.  


마음만 먹으면 동네 전체 어디든 놀이터가 될 수 있던 예전과는 달리, 도시에 놀이터가 만들어지는 동시에 아이들은 놀이터 안에 갇혀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놀았던 장소를 다시 한번 정리해보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동네에서 쳇바퀴 같은 경로를 그리고 있는 아이들이, “그나마 놀고 있는” 장소가 어디인가를 파악하는 작업은, “우리가 어디에 어떤 장소를 만들어야 더 많은 아이들이 나와 놀 수 있을지”를 알려주는 거의 유일한 단서가 되었기 때문이다. 



통행 일지 속 94명의 아이들은 일주일 동안 총 410번 놀이장소를 방문하였다. 


그림 1. 4개 지역, 94명의 아이들이 방문한 놀이장소 유형 및 지역별 분포: 지역에 따라 놀이장소 유형별 비중의 차이가 심하게 나타난다.


우선 이들이 간 장소들을 우리가 가장 익숙하게 접하는 명칭으로 분류해 보면, 아래의 7가지 정도로 정리된다. 4개 지역 합계를 보았을 때 가장 비중이 높은 유형은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였으며(48.3%), 공공어린이공원(20.2%), 학교 운동장(15.6%)이 뒤를 이었다.* 우리가 조사한 대상지에는 대단지 아파트 지역, 저층주거지, 아파트와 저층 주거 혼합지역이 모두 포함되어 있으며, 분석대상 어린이 94명 중 60% 이상이 아파트 거주자다. 아파트 거주자 비율에 비해 단지 내 놀이터의 비중이 적게 나온 것은, 목동아파트 내 공공부지에 설치된 놀이터가 공공어린이공원으로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 내에서도 지역별 공원녹지 분포 현황은 동네마다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총합을 기준으로 산출한 유형별 방문 빈도는 사실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그림 1의 좌측 트리맵은 각 동네 단위로 세분하면 완전히 다른 놀이장소의 구성과 비율로 변화한다. 자기 동네에 없는 공간자원을 아이들이 놀이에 활용할 재간은 없기 때문이다. 


공원녹지가 풍부한 대단지 아파트에 비해 놀이장소가 부족한 저층주거지에서는 초등학교 운동장의 활용비율이 현저히 높아지며(목동 vs 성산), 다세대주택과 아파트가 혼합된 동네에서는 골목 속 놀이터 부족으로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의 이용이 집중적으로 나타난다(이문, 행운).  



2편으로 이어집니다.



* 우리가 조사한 대상지에는 대단지 아파트 지역, 저층주거지, 아파트와 저층 주거 혼합지역이 모두 포함되어 있으며, 분석대상 어린이 94명 중 60% 이상이 아파트 거주자다. 아파트 거주자 비율에 비해 단지 내 놀이터의 비중이 적게 나온 것은, 목동아파트 내 공공부지에 설치된 놀이터가 공공어린이공원으로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본 에세이는 2018년 최이명, 김연금 외 2인의 연구자가 씨프로그램의 의뢰를 받아 진행한 '동네놀이환경진단도구개발' 연구과정에서 나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작된 결과물입니다. 본 자료를 무단 도용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놀세권 연구자의 동네 놀이 풍경 관찰기

지난 에세이 보기


0. 들어가며


1. GPS와 통행일지가 말해주는 것들

2. 아이들이 못 노는 이유가 정말 절대 시간의 부족일까

3. 겉으로 드러나는 놀이 풍경의 이면



놀세권 체크리스트로 우리 동네 진단해보기

우리 동네가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은 동네인지 자가 진단해보는 간단한 체크리스트를 소개합니다.


놀세권 체크리스트 소개 : http://c-program.org/playground

놀세권 체크리스트 다운로드하기: 

'동네 놀이환경 진단도구 개발 연구' 결과 영상으로 만나보기:


<21세기, 도시를 살아가는 아이들의 놀이장소 1편> 글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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