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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 SAW Feb 10. 2020

4. 21세기, 도시를 살아가는 아이들의 놀이장소 2편

Part 2. 우리 동네의 놀이 활동 중심은 어디쯤일까?

[놀세권 연구자의 동네 놀이 풍경 관찰기]는 C Program에서 후원한 동네 놀이환경 진단도구 개발 연구, 일명 '놀세권 연구'의 연구자 중 한 명인 최이명 박사가 연구를 통해 수집한 94명 아이들의 GPS 데이터(동선)를 추가 분석하며 발견한 이야기를 에세이로 전합니다. 관찰기 시리즈가 오늘의 대도시를 살아가는 아이들의 놀이 행태를 이해하고 동네 놀이 풍경에 대한 흔한 오해를 풀어갈 수 있는 실마리가 되길 바랍니다.


1편 읽어보기:



“아이들은 어디서 노는가?”라는 질문에서, 


어디’의 개념을 장소의 보편적인 명칭이 아닌 순수하게 ‘입지’ 차원에서 바라보면, 아이들 놀이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동네 공간구조가 무엇인지가 조금 더 선명해진다


지역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아이들의 일과는 단순한 패턴의 반복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가장 중요한 장소는 집과 학교, 그리고 학원 등을 오가는 길로 압축된다. 실제로 아이들이 방문한 바깥놀이 장소들을 ①집 앞(집에서 100m 이내), ②학교 앞(교문에서 100m 이내), ③동네 중심 생활가로변*, ④기타(1,2,3에 해당되지 않는 장소에서 논 경우)로 단순화시켜 분류해보면, 대상지마다 나타나는 확연히 다른 조합을 확인할 수 있다.


표 1. 4개 동네에서 아이들이 방문한 놀이 장소의 입지 분포 (방문 횟수, 비율)


아이들의 놀이장소 선택에 작용한 지역별 입지 요인 : 단순히 집 앞에 있다는 이유로 선택되기보다는 학교나 중심가로와의 근접성을 추가로 충족시킨 경우 놀이장소로서 더 사랑받았다.


위의 표와 다이어그램은 아이들이 410번에 걸쳐 놀러 갔던 장소들이 집 앞, 학교/학교 앞, 중심 가로변 중 어디에 속하는지 빈도로 표시한 것이다. 원의 크기는 방문 횟수를 의미하며, 원이 겹쳐서 만들어내는 교집합은 “집 앞이면서 학교 앞인”, “학교 앞에 있으면서 중심가로에 면한” “집 앞이면서 중심 가로변에 있는” 공간들을 의미한다. 실제로, 각 대상지에서 가장 사랑받는 놀이터들은 교집합이 형성된 구역에 속해 있다. 


나가면 누군가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장소가 있다는 것은 바깥놀이를 위한 동기부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그 장소가 바로 학교-집-중심가로 근처라는 조건 중 둘 이상을 충족시키는 놀이터이다. 


따라서 다이어그램의 교집합의 넓이는 놀이장소가 얼마나 유리한 입지를 확보했는지, 즉 동네의 핵심 장소들을 연결하는 지점에 얼마나 긴밀하게 접속되어 있는지를 의미한다.



목동에는 학교와 집, 단지 내 주요 장소를 보행자 전용으로 연결하는 중앙통로에 가장 큰 놀이터들이 포진해 있다. 생활가로를 중심으로 놀이장소가 단지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핵심적인 장소에 있음이 넓은 교집합을 통해 다이어그램에 그대로 드러난다. 


이문동에서는 학교 근처가 놀이 활동의 구심점인데,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학교 운동장보다는 학교 앞에 있는 아파트 단지의 놀이터가 아이들의 주요 활동무대가 되고 있다. 통학군 전체를 연결하는 중심생활가로와 이에 접속된 공공 놀이장소의 부재로 인해, 이문동에서는 학교에서 먼 곳에 거주할수록 놀이 활동의 기회도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난다.


행운동의 상황은 이와 반대이다. 중심가로는 뚜렷하나 이번에는 학교가 동네와 동떨어져 있어, 학교와 학교 앞 놀이장소가 하지 못하는 역할을 중심 생활가로변에 있는 작은 놀이터 하나가 모두 떠맡고 있는 형국이다. 아이들의 요구는 작은 공간에 충분히 수용되지 못한 채 단지 내 제3의 장소들로 여기저기 흩어진다. 


반면 성산동교집합 없는 다이어그램은 이 동네 놀이 장소들이 아이들에게 유리한 입지를 전혀 확보하지 못했음을 드러낸다. 동네에는 중심가로가 있지만 가로변에는 놀이터가 없다. 학교는 산 밑에 있으므로 운동장은 일부 그룹에게만 이용된다. 학교, 놀이터, 골목과 공터, 동네 뒷산은 모두 각자 존재하며, 각각의 공간에서 노는 아이들이 서로 다른 그룹을 형성한다. 학교도 집 앞도 아닌 기타 공간에서의 놀이 빈도가 매우 높게 나타나는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하는데, 학교 근처 중심가로에 평지형 놀이터 하나만 있었다면 동네의 놀이 활동 양상이 훨씬 집중된 모습으로 나타났을 것이 틀림없기에 지금의 상황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지역별 이용 빈도가 높은 놀이장소의 입지 분포


흔히, 집 근처 놀이터의 유무가 바깥놀이를 좌우하는 요소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초등학생들의 경우, 순수하게 집에서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선택된 놀이장소는 20% 정도에 그치고 있었다. 아이들은 학교 앞 또는 중심생활가로에 면한 놀이터들을 집 앞 놀이터에 버금가게 자주 선택하였으며, 중복되는 요인까지 고려하면 세 가지 조건(집 앞, 학교/학교 앞, 중심 가로변)은 대등하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표 1]. 


아이들을 위한 놀이공간 제공을 위해 입지를 판단할 일이 있다면, “중심 가로변의 학교와 가까운 지점”을 가장 많은 아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하나의 기준으로 삼아도 좋을 것이다. 



“아이들이 어디서 놀고 있는지” 와 “어떤 입지가 아이들 놀이 활동에 유리한지”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고 해서, “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더 놀 수 있는지”에 대한 해법이 바로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 답답하지만 우리 동네의 좋은 입지에 있는 건물들을 당장 놀이터로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동네 놀이장소들의 연결망을 촘촘하게 만들어갈 수 있는 놀이환경 기본계획이 우리나라에도 절실하다. 




놀이터가 부족한 동네에서도, 공원녹지가 풍부한 동네에서도, 경사지에서도, 평지에서도 아이들은 친구를 만나기 쉬운 가장 유리한 위치로 모여든다. 



좋은 놀이공간이 학교와 함께 있어 동네 놀이 활동의 구심점을 이루고 있다면야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지만, 서로 다른 지역별 여건 속에서 어떤 종류의 공간이 놀이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데 정답은 없다. 


학교가 언덕 꼭대기같이 외진 곳에 있다면, 동네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다니는 통학로-시장-학원 등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놀이터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 놀이터 근처에 도서관이나 화장실이 생긴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면 동네 놀이환경 개선을 위한 의미 있는 출발선이 만들어질 것이다. 


멋진 놀이터로 미디어에 소개되는 것보다는 더 많은 아이들이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실속 있는 환경을 꿈꾼다면, 우리 동네의 놀이 활동 중심을 먼저 파악해 보자. 


아이들이 고정적인 시간대에 물처럼 흘러드는 장소가 어디에 형성되어 있는지, 그곳에 오는 길과 주변 환경에 어떤 실내, 외 자원을 덧붙여 어떻게 이들의 선택지를 좀 더 풍요롭게 만들어 나갈지 고민하는 것, 더뎌 보일지라도 그것이 동네 차원에서 놀이 활동을 확산하기 위한 가장 빠른 해법임을 이야기하고 싶다.  



* 시장, 상점, 학원, 학교, 유치원, 주민센터, 도서관, 우체국 등이 모여 있거나 이들 장소에 가기 위해 반드시 거치게 되는 길. 하나의 중심가로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동네가 있는 반면 여러 개가 있거나 아예 없는 동네도 있다. 목동이나 행운과 같이 동네 중심가로가 확실한 위계로 존재하는 경우, 그 가로변에 직접 면한 놀이터는 다른 곳에 비해 월등히 높은 방문 빈도를 보이게 된다. 


본 에세이는 2018년 최이명, 김연금 외 2인의 연구자가 씨프로그램의 의뢰를 받아 진행한 '동네놀이환경진단도구개발' 연구과정에서 나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작된 결과물입니다. 본 자료를 무단 도용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놀세권 연구자의 동네 놀이 풍경 관찰기

지난 에세이 보기


0. 들어가며

1. GPS와 통행일지가 말해주는 것들

2. 아이들이 못 노는 이유가 정말 절대 시간의 부족일까

3. 겉으로 드러나는 놀이 풍경의 이면



놀세권 체크리스트로 우리 동네 진단해보기

우리 동네가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은 동네인지 자가 진단해보는 간단한 체크리스트를 소개합니다.


놀세권 체크리스트 소개 : http://c-program.org/playground

놀세권 체크리스트 다운로드 받기:

'동네 놀이환경 진단도구 개발 연구' 결과 영상으로 만나보기:


<21세기, 도시를 살아가는 아이들의 놀이장소 1편> 글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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