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ce we see] 국내 최초, 최대 해양자연사 전문박물관에 가다
[Place we see]에서는 Play Fund가 흥미롭게 (가) 본 공간들을 소개합니다. 미팅, 출장으로 가보았거나 호기심에 이끌려 주말에 슬쩍 찾아갔거나, 기회가 된다면 꼭 가보고 싶은 다양한 공간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 한 줄 미리 보기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은 25,000개의 서로 다른 물고기, 불가사리, 꽃게와 같은 해양생물을 볼 수 있는 국내 최초, 최대 해양자연사 전문박물관입니다.
하나의 물고기만 그릴 줄 아는 아이가 아니라, 수만 가지의 물고기를 떠올리고 풍부한 바닷속을 그릴 수 있는 아이가 될 수 있도록 상상의 재료를 만나게 해주고 싶은 분들께 "작은 바닷속"과 같은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을 추천합니다.
저는 물고기를 그릴 때 머릿 속에 한 가지 모양이 생각납니다. 식탁 위에서, 시장에서 자주 만나는 몇몇 물고기를 제외하고는 기억에 남는 물고기 모양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림책이나 만화에서 보았던 물고기의 모습도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불가사리는 어떤가요? 대부분 붉은빛, 분홍 빛깔의 별 모양 불가사리가 떠오르지 않으시나요? 그렇다면 꽃게는 어떨까요? 커다란 집게를 가진 넙적 몸통의 빨간색 꽃게가 떠오릅니다. 그 외의 꽃게에 대해선 존재한다고 상상을 해본 적도, 다른 모습의 꽃게를 본 기억도 그닥 나질 않습니다.
이처럼 호기심을 가질만한 재료 자체를 만나지 못해서일까요? 해양생물에 대해선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부산 여행에서 우연히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에 방문했는데요. 큰 기대 없이 들어갔다가 2시간 넘게 시간을 보내고 말았습니다. 그마저도 시간이 모자라 보고 싶은 것을 다 볼 수 없었죠.
이 공간에 더 어렸을 때 왔더라면 100가지 다른 모양의 물고기를 그리는 아이로 자랄 수 있었을 텐데, 태양처럼 이글거리는 10개의 다리를 가진 불가사리를 그릴 수 있었을 텐데, 만두 모양의 게도 있을 수 있다는 유연한 생각을 했을 텐데, 무엇보다도 각양각색의 바닷속 생물에 관심을 가지고 바닷속을 마음껏 상상하며 자랄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바닷속 스노클링 하듯 탐험했던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 방문기를 소개합니다.
1994년 개관한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에는 세계 100여 개국의 희귀종, 한국 특산종 등 해양생물의 자연사 자료가 25,000여 점이나 전시되어 있습니다. 총 2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2007년에는 분관으로 부산어촌민속관도 개관하였는데요. 1관에서는 산호류, 물새, 파충류, 패류, 상어류, 가오리, 대형어류 등 다양한 해양생물의 박제 전시물을, 2관에서는 패류, 갑각류, 관상어류, 산호류, 어류를 만날 수 있습니다. 참고로 홈페이지에 박물관 위치별로 소장품을 검색해볼 수 있도록 자세하게 정보가 업로드되어있습니다. 훑어보면서 어떤 해양생물관을 들릴지 미리 예습하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소장품 자세히 보기)
처음에는 시큰둥하게 돌아다니다가 "아니 이렇게 생긴 상어도 있다고?" "이렇게 큰 가오리가 진짜야?" 탄호성을 외치며 신나게 돌아다녔습니다. 전시에서 만났던 아이들도 박제된 해양 생물에 눈을 떼지 못하고 유리벽에 붙어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죠. 재밌었던 것은 엄마, 아빠도 이렇게 다양한 해양생물을 본 게 처음이라 그런지 아이처럼 눈을 반짝이며 아이보다 더 신나게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해양생물들도 흥미로웠지만, 이미 잘 아는 줄만 알았던 해양생물들에 대해 전혀 상상도 못 했던 새로운 모습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어서 정말 재밌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실제로 살아있던 해양생물이라니! 상식을 깨는 해양생물들이 상상의 재료가 되어 마음속 바다가 풍성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갑자기 그림을 그리고 싶은 영감이 마구 떠오르고 호기심이 꿈틀거렸죠.
다양한 해양생물이 전시되어 있다는 점만큼이나 매력적이었던 것은 다양한 상태의 해양생물을 접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열대생물탐구관에서 살아 있는 악어류, 거북류, 양서류, 도마뱀류, 뱀류를 만날 수 있어서 아이들이 입체적으로 생물을 이해하면서 호기심을 키워갈 수 있는 "재료가 풍부한 박물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제 표본으로만 생물을 접하면 어떤 움직임을 하는지 상상하기 어려울 테니까요. 박제 표본을 보고도 아이들이 살아있는 해양생물을 마음껏 상상해볼 수 있도록 박물관에서 배려한 공간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토록 알차고 훌륭한 박물관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 궁금했습니다. 1992년~1994년 해양생물 연구가인 김동섭 박사님이 세계 100여 개국에서 수집한 해양생물 전시품을 무려 17,000점이나 기증하면서 설립되었다고 합니다. 김동섭 박사님은 무역업을 하면서 해외 출장을 자주 다니면서 외국에 나갈 때마다 박물관 구경을 하면서 "우리나라에도 이런 박물관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재로 수집한 해양생물과 표본을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에 기증하고, 보석, 광물을 전북익산보석박물관에 기증하는 등 수집품을 전국 9곳의 박물관에 기증했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소중한 박물관이 한 사람, 개인의 기증으로 탄생했다니, 존경심을 넘어 경외심마저 들었습니다.
그리고 "기증"으로 태어난 박물관이라서 그런지 박물관 곳곳에 "기증"의 흔적이 남아있었습니다. 박물관 한쪽 벽에는 전시품을 기증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하나하나 보관되어 있었고, 홈페이지에는 "기증하기" 페이지를 별도로 마련하여 기증 대상품, 기증 방법 등을 자세히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박물관이 개인 한 명 한 명의 소중한 참여로 만들어졌고,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다는 부분이 그 어떤 박물관보다도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을 빛나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의 물고기만 그릴 줄 아는 아이가 아니라, 수만 가지의 물고기를 떠올리고 풍부한 바닷속을 그릴 수 있는 아이가 될 수 있도록 상상의 재료를 만나게 해주고 싶은 분들께 "작은 바닷속"과 같은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을 추천합니다.
+ 찾아가는 길
상세약도: http://www.busan.go.kr/sea/onmapdetail
+ 박물관을 즐기는 Tip, 금강공원
박물관과 금강공원이 바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무료로 입장 가능한 금강공원을 들려보세요!
이 뿐만 아니라 서울시립과학관 이야기, 내셔널 지오그래픽 Explorer Festival 참관기, 제인 구달과의 만남 이야기, 서울숲 놀이터, 북서울 꿈의 숲, 서대문 자연사박물관 1박 2일 캠프 등 아이와 함께 가보면 좋을 공간이나 읽어보면 좋을 흥미로운 콘텐츠가 매주 목요일 여러분의 메일함으로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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