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타인 없이
혼자 살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나를 웃게 했던 사람이 나를 울린다.
우리가 맺는 대부분의 관계는 오해로 시작해서 오해로 끝난다
'그 사람은 내가 좋아서가 아니라 내가 필요해서 나를 만났나 봐'
이렇게 관계에서 '필요(Need)'라는 것은
달리 뒤집어 보면 나의 '결핍(Want)'이다.
이해란 타인 안으로 들어가 그의 내면과 만나고 영혼을 훤히 들여다보는 일이 아니라 타인의 몸 바깥에 선 자신의 무지를 겸손하게 인정하고 그 차이를 통렬하게 실감해 나가는 과정인지 몰랐다. 그렇게 조금씩 바깥의 폭을 좁혀가며 밖을 옆으로 만드는 일이 아닐까 싶었다.
- 김애란, <잊기 좋은 이름>
바로 스스로 자신과 제대로 연결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누구와도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없다는 것을. 자신만이 너무 가득한 채로, 또는 자기 안이 텅 빈 채로
타인과 깊고 얽힌 관계를 하게 되면 서로 채워지지 않은 얼룩진 눈물 같은 결핍만이 서럽게 남게 된다는 것을.
존재는 관계의 산물이라는 것.
인생에서 스친 무수한 인연과 겪은 수많은 사건에 자기 행동의 기원이 있다.
다른 사건과 관계가 투입되는 운동 속에서
한 존재는 변한다.
- 은유, <쓰기의 말들>
많은 사람들을 스쳐 지나가며 지금의 내가 구성되었으니,
나를 스쳐 지나간 모든 인연이 그 없이 중하고 귀하다.
본래 사랑은 특정한 사람과의 관계가 아니다. 사랑은 한 사람과, 사랑의 한 '대상'과의 관계가 아니라 세계 전체와의 관계를 결정하는 '태도', 곧 '성격의 방향'이다. (...) 만일 내가 참으로 한 사람을 사랑한다면 나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세계를 사랑하고 삶을 사랑하게 된다. 만일 내가 어떤 사람에게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라고 말할 수 있다면 '나는 당신을 통해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당신을 통해 세계를 사랑하고 당신을 통해 나 자신도 사랑한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75)
- 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
마음을 끝까지 열어 보이는 일은
사실 그다지 아름답지도 않고
무참하고 누추한 결과를 가져올 때가 더 많지만,
실망 뒤에 더 단단해지는 신뢰를 지켜본 일도,
끝까지 헤아리려 애쓰는 마음을
받아본 일도 있는 나는
다름을 알면서도 이어지는 관계의 꿈을
버릴 수는 없는 것 같다.
- 윤이형, <붕대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