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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리 Mar 21. 2020

대통령이 두 명인 국가, 베네수엘라는 지금?

지상 낙원을 꿈꿨던 베네수엘라의 추락

최저임금 한 달 월급이 7,500원인 국가
베네수엘라


3월 13일 베네수엘라에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수도인 카라카스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만 지하철을 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달 치 월급을 다 털어도 마스크 5장밖에 살 수 없습니다.

병상도 약도 없는 베네수엘라의 현실 (출처 : 한국신문)


전 세계 석유 매장량이 가장 많은 국가, 세계 10대 금광을 가진 국가, 최고 품질의 낙농품으로 유명한 국가, 수력발전만으로 전력의 70%를 충당할 수 있는 국가, 베네수엘라. 한 때 지상낙원을 꿈꿨던 베네수엘라는 왜 이렇게 추락했을까요?




대통령이 2명인 국가

현재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2명입니다. 바로 니콜라스 마두로와 과이도 국회의장인데요, 어떻게 대통령이 두 명이 되었을까요? 베네수엘라의 전 대통령은 우고 차베스(1998-2013 집권)였습니다. 차베스 정권은 1998년 에너지 자원을 국유화하고 싼값에 석유를 판매해 확보한 재원으로 서민과 빈곤층을 상대로 무상복지·의료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등 사회주의 정책을 펼쳤습니다. 10년 넘게 선심성 조치가 이어지면서 베네수엘라의 재정 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20% 수준으로 뛰었습니다. 

파탄 난 베네수엘라 경제 (출처 : 한국경제)

암에 걸린 차베스는 사망 직전 마두로를 후계자로 지명합니다. 차베스 정권에 대해 우호적이었던 대중은 마두로에게 표를 던지고 결국 그가 대통령이 되죠. 당선 이후 2014년, 고점 대비 유가가 70% 하락하자 수출 소득의 95%를 석유에 기대던 베네수엘라는 직격탄을 맞습니다. 세계 최고 석유 보유국가가 먹을 것이 없어 허덕이는 기현상이 발생하게 되죠.

베네수엘라의 '임시 대통령' 후안 과이도(왼쪽 사진) 국회의장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출처 : 로이터 연합뉴스)


민심이 흉흉해지면서 여당은 17년 만에 총선에서 패배했지만, 마두로는 부정부패를 일삼으며 독재자의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2019년 과이도 의장이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고 나섰고 미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 과이도를 대통령으로 인정했습니다.



1년에 물가가 18만% 뛰어?

빅맥지수 들어보셨나요? 각 국가별 빅맥 가격을 비교하는 지표입니다. 블룸버그는 베네수엘라의 ‘라떼지수’를 발표했는데요, 매달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의 베이커리 카페에서 파는 카페라떼 한 잔 값을 추적해 내는 '대안 물가지수'입니다. 2018년에서 2019년 한 해 사이 베네수엘라의 커피 한 잔은 무려 18만% 상승했습니다. 

베네수엘라의 물가 상승 (출처 : 블룸버그)


한 때 세계에서 4번째로 잘 살았던 베네수엘라. 왜 이렇게 추락했을까요? 차베스 정권 (1998-2013) 때 물가를 잡기 위해 국가에서 강제로 물가를 억눌렀습니다. 국가의 가격 통제는 시장 경제를 망가뜨리고 기업 부도를 유도했죠. 정부는 무너진 기업을 국영화해서 살리려고 했지만 결국 관리 능력이 없어서 방치됩니다. 석유를 팔아서 번 돈을 기간산업과 생산 인프라에 투자하지 않고 연금, 의료, 교육, 식품, 주택, 토지 등 복지 분야에 무상으로 한없이 쏟아부은 것도 문제였죠. 정부는 생필품을 배급하여 저소득층을 부양하는 정책을 폈고, 부패한 공무원이 물자 빼돌려 암시장이 형성됩니다. 



세계 최초로 정부에서 가상화폐를 발행

베네수엘라는 인플레이션으로 엄청나게 낮아진 화폐 가치를 개선코자 화폐 개혁을 시도합니다. (물론 실패합니다) 그 일환으로 ‘페트로’라고 하는 가상화폐를 전 세계 최초로 발행하고, 공무원의 월급과 국민 복지 자금을 페트로로 줍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 때는 전 국민에게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의미로 페트로를 나눠줬습니다.

가상화폐 페트로를 발행한 것에는 두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우선 베네수엘라의 화폐 발행 능력 부족입니다. 예전에는 주로 영국에서 화폐를 찍어줬는데, 미국 경제 제재 이후 영국이 비협조적으로 나오자 화폐를 만들기 어려워졌습니다. 그리고 워낙 화폐 가치가 떨어지다 보니 국민들이 돈으로 예술품을 만드는 등(?) 지폐를 함부로 다루게 됩니다. (돈을 화장실 휴지로 쓰는 수준...)

돈으로 공예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베네수엘라인들 (출처 : 연합뉴스)

암시장에서는 화폐의 숫자가 아닌 화폐 무게를 저울에 달아 가치를 메기는데, 2만 볼리바르 지폐 1kg가 한화 10원 수준이라니 정말 충격적이죠. 암호화폐를 발행한 두 번째 이유는 화폐가 어떻게 유통되는지를 파악하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가상화폐 ‘페트로’를 받아주는 상점이 없다는 것입니다. 국가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서 국민들은 페트로를 불신합니다. 일부 페트로를 받아주는 식료품점은 부패한 관료들이 관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베네수엘라는?

외국인이 공항에 내려 수도까지 가려면 운전사도, 보조석에도 전문 경호원이 동행한 방탄차를 타야 합니다. 조금만 차 창문이 열려 있어도 그 사이로 총을 쏘고 금품을 갈취한다고 합니다. 경찰도 믿을 수 없습니다. 거리 곳곳에 미사일이 보입니다. 한국인은 이미 거의 베네수엘라에서 빠져나온 상태입니다. 금귀걸이를 하고 도로를 걷는데 그 상태 그대로 뜯어가 버리는 일도 흔하답니다. (무섭습니다) 굶주린 국민들은 음식물 쓰레기를 뒤져서 먹고 국가에서 탈출하려는 패닉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쓰레기 더미에서 음식물을 주워 먹는 남성 (출처 : 뉴스핌)

아무리 석유 가격이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채굴해서 팔면 국고 확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여기서 또 문제가 있습니다. 베네수엘라의 석유는 황 성분이 많아서 별도의 처리를 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베네수엘라는 이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때문에 다국적 기업의 도움을 받아 석유를 정제하고, 석유를 나누는 식으로 사업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베네수엘라를 고깝게 본 트럼프가 이를 막아버리고 베네수엘라의 유일한 달러 수입원도 막혀버린 것이죠. 




베네수엘라 시골의 경우, 마치 중세처럼 금화로 물건을 사고파는 곳도 있습니다. 지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달러처럼 통용될 수 있는 금을 쓰는 것이죠. 지금도 과이두와 마두로의 정권 다툼은 계속되고 있고, 미국의 경제 제재로 베네수엘라의 입지는 계속 좁아지고 있습니다. 석유 매장량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 베네수엘라. 한 달 치 월급으로 마스크 몇 개도 못 사는 나라, 베네수엘라. 베네수엘라의 1년 후, 5년 후, 10년 후는 어떤 모습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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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누리

운동과 술을 사랑하는 자유로운 영혼. 석유화학회사를 때려치우고 와인 공부하다 스타트업에 정착했다. 2019년 한 해동안 1,200개 가 넘는 커뮤니티 이벤트를 개최했다. (자칭 이벤트 전문가) 창의성과 영감이 샘솟는 삶을 위해, 인생을 변화시킨 사람과 문장들을 수집 중이다. 


(현) 패스트파이브 커뮤니티 크리에이터팀

(전) 독일 UNCCD(유엔사막화 방지기구) FCMI 팀

석유화학회사 환경안전경영팀

서울대학교 과학교육, 글로벌환경경영 전공

산림청 주관, 유네스코 - DMZ 지역 산림 생태 연구 인턴

한국장학재단 홍보 대사

4-H 동시통역사, 캐나다 파견 대표

서울대학교 아시아 연구소 1기 인턴 팀장

서울대학교 국제 협력본부 학생대사 이벤트 팀장

와인 21 객원 기자, 레뱅드매일, 파이니스트 와인 수입사 홍보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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