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은 어떻게 한 국가를 흔들어 놓았나
문명이 시작된 나라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함께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이집트는 나일강을 중심으로 기원전 20세기부터 전세계에서 가장 융성한 국가였습니다. 정기적으로 범람하는 나일강으로 비옥해진 토양엔 모든 작물이 잘 자랐고, 최고의 항구도시 알렉산드리아로 활발히 상업이 일어났습니다.
나일강은 신이 준 축복이다 – 역사학자 헤로도토스
이렇게 승승장구, 잘 나가던 이집트는 어느 순간 몰락해버립니다. 바로 페스트(흑사병)가 창궐하며 인구의 1/3이 사망했기 때문입니다. 1347~1349년 동안 인구의 1/3이 사망했을 뿐 아니라, 이후 1517년까지 무려 31차례 페스트가 유행했습니다. 전염병이 어떻게 한 국가의 운명을 바꿔놓았는지 알아볼까요?
지중해와 인도 지역에 모두 접한 이집트는 무역의 주요한 거점이었고 교역이 많다 보니 전염병에 쉽게 노출되었습니다. 수도인 카이로는 당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로, 14세기부터 본격적으로 페스트가 창궐합니다. 역사학자마다 견해가 다르지만 최소 1/4 ~ 최대 1/2의 인구가 사망했다고 전해집니다. 1347년 최초 유행 당시 페스트는 최대 상업도시 알렉산드리아를 통해 남부 이집트로 퍼집니다. 이때 수도 카이로 인구 50만 중 20만명이 사망했고, 14세기 중반 800만으로 추정되던 이집트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1798년 나폴레옹 침공 당시에는 경우 300만명까지 줄어 있었습니다.
전염병이 어느 정도 일단락되면 경기는 다시 반등하기 마련입니다. 얼만큼 원만하게 회복되는지에 따라서 U자형, 혹은 V 자형 경기순환곡선을 이야기하는데요, 사실상 이집트는 14세기 페스트 직격탄을 맞은 이후 지금까지 회복하지 못한 L자형 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융성했던 이집트는 페스트 직격탄 이후 장기적으로 여러 나라의 식민 지배를 받습니다.
이집트의 경기가 회복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당시 이집트의 주요 산업은 농업과 상업이었습니다. 우선 농업을 살펴볼까요? 정기적으로 범람하는 나일강 주변 토양은 매우 비옥하여 농사 짓기 더없이 훌륭했습니다. 강 바로 옆은 수시로 홍수가 났기 때문에 강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농사를 했는데요, 강까지 가서 농작물에게 줄 물을 길어와야 했습니다. 이는 엄청난 노동력을 요하는 일이었는데, 인구가 반토막이 나자 물 길어올 사람이 없어지면서 농업 기반 자체가 무너집니다.
두 번째는 상업입니다. 카이로 위쪽 지역에서 생산되던 이집트의 마는 한 때 최고 품질로 여러 국가에 수출되었습니다. 전염병이 정례적으로 창궐하다보니 산업 기반이 쇠락해지고, 항구 지역을 중심으로 페스트가 퍼지면서 상인들은 우수수 죽어 나갑니다. 농업과 상업 두 축이 무너지면서 이집트는 돌이킬 수 없는 쇠락의 길을 걷게 되고, 오스만, 영국, 프랑스 등 여러 국가의 식민지로 전락합니다.
이집트는 사회주의, 권위주의 경제 분위기가 남아 있습니다. 이집트의 주요 외화 수입원은 수에즈 운하의 통행료와 관광산업입니다. 2011년에는 반정부 시위로 정권이 한 번 크게 전복되어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관광객 수가 줄고 수에즈운하 통행료도 줄어 경기가 휘청 했습니다. 이 때 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했고, 이후 월드뱅크에 차관까지 받아서 경제 발전을 꾀하고 있지만 아직 다 갚지 못한 상태입니다.
이집트의 산업 경제 구조는 아직 허술합니다. 전산자동화가 안 되어 있고, 공무원들이 정부 정책이나 법률 내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또한 법률을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본인이 기분 좋으면 OK 해줬다가 다음날 말이 바뀌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집트는 아프리카로 진출하는 기점으로 삼기에 좋은 국가입니다. 첫 번째 이유는 높은 성장률과 구매력입니다. Brookings 연구소에 의하면 2030년까지 시장 규모 기준으로 세계 10대 시장에 이집트가 포함될 것이라고 합니다. 전세계 연 평균 성장률이 3% 중반인데, 이집트는 5% 중후반대 성장률을 지속적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타 아프리카 국가의 경우 1인당 국민 소득이 너무 적어서 한국 제품을 구매할 소비층이 없는데, 이집트는 상대적으로 중산층 비율이 높은 편입니다. 국민 전체의 약 30%가 중산층인데요, 이 30%를 타깃으로 이집트에 공장과 점포를 세우고 운영하면 다른 아프리카 국가까지 관세와 비자 없이 제품을 판매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많은 인구인데요, 약 1억 2백만 명으로 세계 14위 수준입니다. 시장 자체로 충분히 의미있는 규모지요. 세 번째, 이집트는 한국을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이집트도 예전에 한국에 원조를 해줬는데, 불과 몇 십년 만에 눈부시게 성장한 성과를 고평가하는 것이죠. 현대차, 기아차 시장 점유율은 도합 30%로 이집트 내 1위입니다.
한국산 가전제품 점유율도 높죠. 그리고 이집트는 해외 기업이 자국에 신규로 투자해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는데요, 카이로의 인구 밀집 및 대기오염 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조성 중인 신행정수도(NAC·New Administrative Capital)에 기업 유치용 부지를 마련했습니다.700km² 규모인 신행정수도는 카이로에서 40여km 떨어져 있으며 공무원 5만명이 이곳으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또한 부품으로 이집트 제품을 사용하면 관세를 낮춰주는 등 다양한 산업 협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갔지만, 전염병으로 전 국민의 1/3을 잃고 몇 백 년간 식민지로 전락한 이집트. 전세계적으로 무섭게 퍼져나가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 올까요?
윤누리
운동과 술을 사랑하는 자유로운 영혼. 석유화학회사를 때려치우고 와인 공부하다 스타트업에 정착했다. 2019년 한 해동안 1,200개 가 넘는 커뮤니티 이벤트를 개최했다. (자칭 이벤트 전문가) 창의성과 영감이 샘솟는 삶을 위해, 인생을 변화시킨 사람과 문장들을 수집 중이다.
(현) 패스트파이브 커뮤니티 크리에이터팀
(전) 독일 UNCCD(유엔사막화 방지기구) FCMI 팀
석유화학회사 환경안전경영팀
서울대학교 과학교육, 글로벌환경경영 전공
산림청 주관, 유네스코 - DMZ 지역 산림 생태 연구 인턴
한국장학재단 홍보 대사
4-H 동시통역사, 캐나다 파견 대표
서울대학교 아시아 연구소 1기 인턴 팀장
서울대학교 국제 협력본부 학생대사 이벤트 팀장
와인 21 객원 기자, 레뱅드매일, 파이니스트 와인 수입사 홍보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