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새벽배송의 시대
밤 11시, 자기 전 물 한 모금 마시려는데 아뿔싸. 생수가 떨어졌네요. 주문해둔다는 게 깜빡한 모양입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7시, 마법과 같이 문 앞에 생수가 와있네요. 놀라울 일도 아닙니다. 2020년, 새벽배송의 시대니까요. 안 써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쓴 사람은 없다는 새벽배송, 과연 어떻게 가능할까요?
2015년 100억 원대 규모로 스타트업이 먼저 시작한 새벽배송은 4년 만에 10배 가까운 1조 원대 시장으로 성장했습니다. 주로 채소, 달걀과 같은 식재료를 포함해 밀키트, 냉동식품을 판매합니다. 밤 12시 전에만 주문을 넣으면 시금치 한 단이라도 아침 7시 전 배송해줍니다. 그럼 새벽배송 회사들은 고객이 시금치 한 단을 주문할 것을 어떻게 알고 재고를 준비했을까요?
새벽배송 시장의 성패는 빅데이터에 의거한 수요예측에 있습니다. 고객이 주문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거래처에 미리 발주하여 물류 창고에 식자재를 구비해두는 것이죠. 어떤 지역의 고객들이 대략 어떤 제품을 얼마나 소비할지 데이터를 분석하여 최대한 근접하게 발주해야 합니다.
조개나 새우처럼 보관기관이 짧은 해산물의 경우 재고 대비 주문량이 충분히 않으면 전량 폐기해야 합니다. 온전히 공급자의 손실이 되죠. 반대로 구비해둔 제품보다 소비자의 주문이 많으면 ‘Sold out’으로 표기됩니다. ‘Sold out’ 제품이 많으면 소비자의 만족도와 신뢰도가 떨어지고 해당 사이트를 덜 방문하게 되기 때문에 이 또한 문제입니다.
특정 상품 하나가 아니라 (예전의 산지직송 형식) 딸기, 굴, 달걀, 밀키트 등 다양한 상품을 동시에 주문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냉장, 냉동, 상온보관 창고뿐 아니라, 이 제품들이 묶여서 포장될 공간도 필요하죠. 배송은 순차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모든 고객에게 ‘짠’ 하고 7시에 배송되는 것이 아니라, 새벽 3시쯤 도착하기도 합니다. 고객이 아침에 일어나서 상품을 열기까지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보냉 가방, 아이스팩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하는데, 이 방식 또한 점차 진화하고 있습니다.
빠른 배송을 위해서 물류창고는 도시 근처에 가깝게 위치해야 하고, 때문에 지금까지는 수도권에 한정적으로 새벽배송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업계 1위 마켓컬리는 서울 장지동에 종합창고, 죽전에 상온창고, 남양주에 냉동창고를 운영하고 있고, 올해 김포에 하나 더 만들 예정입니다.
신세계 SSG 닷컴도 온라인 주문 전용 물류 센터를 경기도 용인에 하나 김포에 두 개 세웠습니다. 유통업계 흐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얼마나 많은 권역에 물류 창고를 확보하느냐가 보다 중요해지고 있는데요. 쿠팡은 과거부터 식품뿐 아니라 다양한 제품을 ‘로켓배송’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국 각지에 물류센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장점을 활용하여 수도권 외에 다른 지역에도 새벽배송을 시작했습니다. 조만간 대구에 축구장 45개 크기의 물류센터를 지어서 남부권의 새벽배송을 주도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여러 업체가 공격적으로 새벽배송을 확장하다 보니 차별성은 필수입니다. 대표적으로 쿠팡은 '로켓와우' 서비스를 시작했는데요, 월 2,900원만 내면 1번이든 100번이든 금액 상관없이 무제한 무료 배송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침에 시금치나물 반찬을 만드려는데 깜빡하고 사지 않은 상황, 로켓와우 회원이라면 1,300원짜리 시금치 한 단도 무료로 새벽에 받아보는 것이 가능합니다.
한 달에 한 번만 배송 서비스를 이용해도 아까울 것이 없죠. 때문에 멤버십 회원은 타 서비스보다 쿠팡을 더 이용하게 되는 락인(Lock-in) 효과가 발생합니다. 뿐만 아니라 '월 회원료 아까우니까 더 사야지' 하는 소비를 부추기는 심리도 작용합니다. (이와 유사하게는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이 있습니다.)
2020년 1월 말 수도권에 거주하는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67%가 새벽배송 서비스를 이용했습니다. 또한 응답자의 92%가량이 새벽배송 서비스에 만족했다고 답했습니다. 코로나 19 이슈로 새벽배송 이용률이 더 높아지고 있는 요즘. 이 시장이 얼마나 더 커질지 기대됩니다.
(참고 기사)
윤누리
운동과 술을 사랑하는 자유로운 영혼. 석유화학회사를 때려치우고 와인 공부하다 스타트업에 정착했다. 2019년 한 해동안 1,200개 가 넘는 커뮤니티 이벤트를 개최했다. (자칭 이벤트 전문가) 창의성과 영감이 샘솟는 삶을 위해, 인생을 변화시킨 사람과 문장들을 수집 중이다.
(현) 패스트파이브 커뮤니티 크리에이터팀
(전) 독일 UNCCD(유엔사막화 방지기구) FCMI 팀
석유화학회사 환경안전경영팀
서울대학교 과학교육, 글로벌환경경영 전공
산림청 주관, 유네스코 - DMZ 지역 산림 생태 연구 인턴
한국장학재단 홍보 대사
4-H 동시통역사, 캐나다 파견 대표
서울대학교 아시아 연구소 1기 인턴 팀장
서울대학교 국제 협력본부 학생대사 이벤트 팀장
와인 21 객원 기자, 레뱅드매일, 파이니스트 와인 수입사 홍보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