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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메리카노 Jun 26. 2021

코로나 시대 여름휴가, 나무늘보처럼

코로나 시대 2년 차. 


작년만 잘 버티면 일상으로 돌아갈 줄 알았는데 올해도 코로나는 징그럽게 우리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곳은 상황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 백신공급률도 높고, 전염병 관리 시스템도 체계적이고 강도 높게 실시되고 있는 덕분이다. 정부의 통제는 불편한 점도 많다. ("자유" 민주주의의 가치를 여기서 배우고 간다) 일정 기간 동안 레스토랑 dine in이 되지 않고, 유치원 이상의 교육기관과 학교는 문을 닫고 home based learning을 해야한다. (물론, 학원의 경우 환불은 안해준다) 

여하튼 그래도 큰 걱정 없이 나돌아 다닐 수 있고, 혹여나 코로나에 걸린다 한들 양질의 치료 못 받을 걱정은 안해도 되니 감사하며 산다. 


7-8월에는 일이 엄청나게 바쁠 예정이라서, 평소보다 조금 일찍 6월 한주를 여름휴가로 확보했다. 작년에는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 스테이케이션을 하며 나름 휴가 분위기를 내며 지냈다. 동남 아시아의 휴양지로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이 찾는 이 도시는 코로나 덕분에 매우 한산했다. 모든 관광지와 고급 호텔들은 현지인들의 몫이다. 이전에는 사람 많고 정신 없고 줄 서기 싫어서 갈 생각도 못했던 곳들을, 코로나 시대에는쾌적하게 마스크 쓰고 누빌 수 있는 최고의 기회였다. "위기를 기회로" 가 이럴때 적당한 말인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자며 휴가를 바쁘게 보냈다. 


올해는 스테이케이션도 이제 따분하고 이 도시에서 가볼만한 대표적인 곳은 다 가본 현지인 느낌이다.

집콕일상. 진정한 코로나 시대의 휴가를 보내는 중이다. 나무늘보 같은 일상을 보내다보니, 자발적 백수가 되고 싶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최근에 거금을 드려 산 소파와 에스프레소 머신이 있으니, 그런 생각은 빨리 접는 편이 건강에 이롭다)


교보 eBook SAM과 함께 잡식 독서


아침 9시 쯤 설설 일어나서.. 딸아이를 집 앞 미술학원에 데려다주고 후련한 듯 자리에 앉는다. 후련한 마음 조차 죄책감이 드는게 엄마다. 왜냐면 너는 나에게 절대로 무거운 짐이 아니니까. 나에게 축복이고 나에게 크리스마스 선물같은 존재니까 나는 후련한 느낌이 드는게 정말 싫다.

이런 마음을 중얼대며, (아무튼!!)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잔 홀짝대며 여유를 즐겼다. 이번 휴가 때는 읽고 싶은 책들을 마구 읽기로 했다. 해외에 사는 나에게는 교보문고 e book이 나의 삶의 즐거움이다. 최근에 발견한 한달에 만원 SAM 무제한 대여!! 사랑한다 고맙다. 


e book 구매는 실제 종이책 사는 것보다 좀더 저렴하다. 그래도, 돈 만원은 투자해야 한다. 좋은 책에는 돈 이만원도 삼만원도 나는 투자할 의지가 있지만, 나와 안맞는 책들에는 단 1원 한푼 쓰는 것이 싫다. 까탈스러운 것인지, 배울 의지가 없어서 그런 것인지 비난받을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구매했다가 내가 원하는 내용이 아니면 돈이 너무 아깝다. 그게 너무 싫어 책을 사는 데까지 이리저리 재보고 후기/평가를 읽어보고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러다보면 열정이 식는다.  그런데 SAM 무제한 대여 (한정된 책 대상)라니! 너무 고맙다. 월정액이 아깝지 않다. 읽어보고 다 아는 얘기 그냥 말발 좋게 써놓은 책들은 그냥 쿨하게 덮고 다른 책 찾으면 된다. 


2021년 코로나 시대 내 여름 휴가는 이 책들과 함께 보내고 있다. 


1. 아비투스 

2.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3. Gravitas 

4. 존 맥스웰 리더십 

5. 하버드 리더쉽 강의 - 리더를 위한 세계 최고의 EQ 수업 

6.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7. 생각이 너무 많은 서른살에게 

8. 엄마표 영어 17년 보고서 

9. 하버드 100년 전통 말하기 수업 

10. 하버드 인생학 특강 (how will you measure your life?)

11. 너에게 하고 싶은 말 

12. 작은 별이지만 빛나고 있어 

13. 그게 너였으면 좋겠다 

14. 네이티브는 쉬운 중국어로 말한다 200 (이건 1년전부터 보고 싶다고 쟁여놓고 몇장 못본..) 


자기계발, 에세이/수필/시, 육아 등.. 잡식이다. SAM 무제한 대여가 아니면 못할 일. 읽고 싶었던 것들 모두 다 읽는 기쁨. 이 중 내 마음을 흔들고 깨우침을 준 책들은 <아비투스>, <죽음의 수용소에서>, <생각이 너무 많은 서른살에게>, <엄마표 영어 17년 보고서>이다.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은 위트 있고 유쾌했다. 남편과 연애하던 때의 마음으로 돌아가게 한 <너에게 하고 싶은 말>.. 한밤 중 잠든 아이 옆에서 이걸 읽고 있자니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ㅋㅋㅋ 외의 다른 에세이/시들은... 나에겐 꿈과 야망이 있고 그냥 이대로 괜찮지 않은데 자꾸 괜찮다고 위로하는 책들은 진심으로 별로다. 


책은 나무늘보도 꿈꾸게 한다


책을 읽다보면 이 세상에 정말 멋진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되고 싶다는 마음에 초라해지기도 하고 마음이 설레기도 한다. 정말 바쁘지만 내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일에 더 시간을 쏟아 보기로 했다. 그리고 내 목소리를 내서 낭독하고 녹음하고 들어보기로 했다. 기품 있고 품격 있는 상류층들의 스피치 능력을 흉내내보기로 했다. 


나무늘보 같은 일상은 결국 나에게 꿈과 꿈을 이루기 위한 To do list를 잔뜩 주었다. 더 바빠지고 더 열심히 달리라고 나를 동기부여한 꼴이다. 이렇게 새로운 목표를 향해 설레이게 하니 다행이다. 목표와 하고 싶은 일은 있는데, 도무지 어떻게 해야할지,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를 때가 가장 괴로운 법이니까. 


코로나 시대의 휴가니까 가능했다. 캐리어 한가득 짐을 싸서 새로운 장소에서 돈 들인만큼 뽕을 뽑아야 한다며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일상이 아니다. 가족과 내 집에서 내 일상을 즐기며 책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경험과 지식, 통찰력을 배웠다. 코로나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이것도 나름 괜찮은 휴가를 보내는 방식이었다. 그래도 내년에는 비행기 타고 어딘가 여행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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