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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Sep 03. 2022

플리마켓에서 재능 기부, 대화로 도서 추천을

일상생활에 힘이되는 대화와 그에 맞는 도서를 추천해 드립니다

플리마켓에서 시작된 식물학자의 식물상담 이야기인 《이웃집 식물상담소》를 읽으며 예전에 읽은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의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학교, 교회, 유치원에서 주최하는 바자회나 축제를 그냥 놓치지 말라. 그 행사에 공헌할 일이 없다는 생각은 버려라. 이런 장소에서 당신은 즉흥적인 ‘글쓰기 창구’를 만들 수 있다. 준비할 건 고작 백지와 빨리 써지는 필기구, 탁자 그리고 의자만 있으면 된다. 여기에 ‘즉흥시’ 또는 ‘주제를 정하면, 그 주제에 맞는 글을 써드립니다’라는 내용의 표지판까지 있으면 금상첨화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중에서


언제 기회가 된다면 바자회나 플리마켓에서 즉석 글을 쓰거나 대화로 도서 추천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 막연한 생각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강남구 1인가구 커뮤니티센터에서 매월 공공공감 플리마켓을 여는데요. 망설이다 재능기부로 즉석에서 대화하고 도서를 추천하는 판매자 신청을 했습니다. 사전에 연락이 와서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 센터에서 무엇을 준비하면 될지 조율했고 드디어 지난 토요일 플리마켓에 참여했습니다. 


도서 데이터가 정리된 노트북, 추천 도서를 써줄 카드를 챙겨 플리마켓이 시작하기 30분 전에 가서 준비를 마쳤습니다.


최소 인당 30분을 잡으면 2시간 동안 4명밖에 못할 거라 예상했어요. 플리마켓을 시작하면 예약을 받아 차례대로 진행해야 겠다고 생각하고 오픈채팅방 QR코드까지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플리마켓을 시작한 지 30분이 지나도 도서 추천 코너에 방문하는 분이 없었어요. 뒤에 진열된 책과 함께 천장에 달린 표지판을 센터 고유 프로그램으로 이해할 것 같아, 표지판을 떼어 책상 위로 옮겼습니다. 좀 더 눈에 띄게 하고 적극적인 홍보도 시도했습니다. 


드디어 첫 방문자가 왔습니다. 시간이 별로 없다며 대화보다는 즉각적인 책 추천을 원했습니다. 사후의 세계에 관한 책을 문의했지만, 제가 잘 모르는 분야였어요. 죽음에 관한 것인지 여쭈어보니 웰다잉에 관한 책을 알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만 생각이 나서 우선 추천해 드렸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죽음에 관하여》도 떠올라 추가해 드렸어요. 《나는 내 나이가 참 좋다》도 알려드릴 걸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두 번째 분과는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첫 대화를 시작하기가 쉽지는 않았어요. 요즘 고민하거나, 책에 대한 질문을 했는데, 다음에는 최근 주로 생각하는 게 뭔지 물어보면 좋겠어요. 


10년 이상 직장을 다니는 남성분은 삶이 공허하다고 말했습니다. 나름 고전도 많이 읽고 집을 북카페로 꾸밀 만큼 독서에 관심이 많은 분이었죠. 삶의 의미를 여쭈어봤는데요. 자신과 가족을 위한 삶도 중요하지만 타인을 돕고 싶다고 했어요. 


다르마가 떠올라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와 《수도자처럼 생각하기》를 추천해 드렸습니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이제야 생각나네요. 즉석에서 마땅한 책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았어요. 저와 대화를 나누며 어느 정도 삶의 의미를 고민했을 거라 믿습니다.


세 번째는 여성 직장인이었는데, 어떻게 고민을 유도할까 걱정되었어요. 자연스럽게 후배 이야기를 꺼내며 MZ세대와의 소통이 어렵다고 토로했죠. 《90년생이 온다》, 《요즘 애들에게 팝니다》가 떠올랐지만 트렌드 책이라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기에 다른 책을 고민했습니다. 


소통을 위한 오픈 마인드가 필요해 보여 소통법으로 《비폭력대화》와 다른 문화에서 배우는 피드백 방법으로 《규칙 없음》을 소개했습니다. 비폭력대화 교육도 알려줬는데, 그 분이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 솔직한 피드백으로 세대 간 갈등이 해결되길 바랍니다. 


플리마켓이 끝나갈 즈음 평소에 책을 거의 읽지 않는 남성 직장인이 오셨습니다. 자기계발서보다는 아름다운 이야기나, 실제 성공한 롤 모델의 이야기, 시집, 감성 가득한 책 추천을 원했습니다. 다양한 요구를 하셨는데 다행히 바로 제가 읽은 적합한 책이 떠올랐어요. 


아름다운 롤모델로 《누구도 벼랑 끝에 서지 않도록》, 처음 읽을 시집으로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감성에 푹 빠지도록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를 추천했습니다. 따뜻한 이야기를 다룬 책을 최근에 읽었는데 제목이 생각나지 않아 알려드리지 못했는데요. 《마침 그 위로가 필요했어요》는 나중에 떠올랐습니다.


지금까지 기록한 읽은 책 700권에서 상황에 맞게 즉각적으로 책을 찾아 주기가 생각보다 어려웠어요. 그나마 빠르게 떠오른 책은 최근에 읽은 책이거나 제가 글을 남긴 책이었어요. 글의 힘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나중에 추천하고픈 책이 더 생겨났지만, 전달할 방법이 없네요. 책도 그렇지만, 생전 처음 보는 분과 대화를 이어가기도 쉽지는 않았어요. 제 생각은 이런데 실제 대화를 나누고 책 추천을 받으신 분들은 어떠셨을지 궁금합니다. 피드백을 받을 방법을 마련하면 좋겠어요.


당분간 플리마켓에서 재능기부를 할 생각입니다. 자꾸 하다 보면 더 좋은 방법이 생기겠지요. 일상에 힘이 되는 대화로 책을 추천하는 온라인 프로그램을 만들어 파일럿을 해볼까 하는 마음도 있지만, 책 읽을 시간도 없어 허덕이는 저를 돌보는 마음으로 워~워~를 외쳐봅니다. 


한 달에 2시간으로 미약하게나마 지속해 보고, 마음이 동하면 그때 고민해보렵니다. 여러분도 좋은 아이디어나 의견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간만의 버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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